아주 작고 슬픈 팩트

내 이름은 팩트예요.
‘사실’ 혹은 ‘진실’이라고도 하지요.

낯선 사람들이 찾아와 무섭게 윽박을 질러요.
나더러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라는 거 있지요?
하지만 나는 거짓말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안 된다고 대답했지요.

그들은 몹시 화가 났어요.
나를 커다란 상자에 가둔 뒤 뚜껑을 쾅! 닫아 버렸지요.
그리고 땅속 깊숙이 파묻어 버렸답니다.

사람들이 가짜들을 만들어서 마구 퍼트리고 있었어요.
가짜들은 자신들이 ‘팩트’라고 우겼답니다.
진짜로 팩트가 아닌데도 말이지요.

다행히 이 세상에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 사람들이 있는 한,
나는 이 세상에 꿋꿋이 존재할 거예요.

나는 팩트니까요!

‘사실’ 또는 ‘진실’이라고도 불리우는 팩트. 우리가 관심을 갖고 세심하게 들여다보지 않는 한 각각의 팩트들은 작고 힘이 없습니다. 당장에 중요하지 않아서 우리의 관심사에서 벗어나 버리기도 하지만 특정 세력에 의해서 깊이 묻혀버리기도 합니다. 이럴 때면 항상 가짜가 진짜처럼 등장해서 판을 칩니다. 그래야 우리가 진실을 더 쉽게 잊어버릴테니까요.

진실을 은폐, 왜곡, 폄훼하고 가짜를 퍼트리는 자들이 바라는 것은 우리가 서로 반목하고 갈등을 겪다 사분오열해 진실이 그 힘을 잃고 우리에게서 잊혀지는 겁니다.

진실 또는 사실이라고도 불리는 팩트가 이렇게 쉽게 가짜에 묻히는 작고 약한 존재라면 왜 가짜들은 진실을 덮기 위해 이토록 부단히 애쓰는 걸까요? 진실은 아무리 깊이 파묻고 덮어버려도 그 힘을 잃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장엔 거짓에 선동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결국 진실을 향해 나아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아주 작은 진실일지라도 꼭 필요한 바로 그 순간에 그 힘이 발현되어 사람들을 움직이고 더 나아가 이 세상을 변화시킬테니까요.

이 세상에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남아있는 한 ‘진실’은 반드시 존재합니다. 우리의 작은 연대와 진실의 작은 힘들이 하나 둘 모이고 또 모여 우리가 사는 이 사회, 이 세상을 지키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거대한 힘이 되는 겁니다.


아주 작고 슬픈 팩트

아주 작고 슬픈 팩트

(원제 : The Sad Little FACT)
조나 윈터 | 그림 피트 오즈월드 | 옮김 양병헌 | 라임
(발행 : 2020/04/24)

“아주 작고 슬픈 팩트”는 진실의 의미와 그 힘을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평소에 진실은 거짓에 비해 목소리도 작고 힘도 약해 보이지만 그 무엇으로도 진실을 가리거나 막을 수 없고, 꼭 필요한 순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이 세상에 위대한 변혁을 가져오는 힘을 가졌다고 말합니다.

조나 윈터는 베토벤, 프리다 칼로, 디지 길레스피,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오바마 등 주로 인물 그림책을 만들었지만 “초특급 비밀 프로젝트”처럼 종종 현실을 꼬집는 책들도 선보이곤 합니다. 이번에 내놓은 “아주 작고 슬픈 팩트” 역시 진실을 왜곡하고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미디어와 부패한 권력들에게 보기 좋게 한 방 날리는 작품 아닌가 싶습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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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규
최대규
2020/05/26 11:32

어쩌다 이런 세상이 되었을까요?
그런데 조금 생각해보면
세상은 항상 그랬던 것 같아요.
거짓말로 진실을 누르고 숨막히게 했던 역사를 숨길 수 없죠.
가짜 뉴스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복된 뉴스, 진짜 뉴스는 어디쯤 오고 있을까요?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일까요? 누가 덮어두고 있는 것일까요?

이 선주
Editor
2020/05/26 14:02
답글 to  최대규

가리고 어지럽히고 더럽혀도 진실은 본모습을 잃지 않으니 결국 거짓과 구별되는 것이겠죠. 세상에 위대한 변혁 역시 진실을 알아보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과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생각, 그림책을 보며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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