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초대

새싹이네.
이제 겨울이 끝나려나 봐.

차 한 잔 들고 창가에 선 곰돌 씨가 성큼 다가온 봄의 기운을 느낍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파티, 봄맞이 파티. 길고 긴 겨울에 갇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다정한 이웃들, 봄을 맞이하며 곰돌 씨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바로 이웃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초대장을 쓰고난 곰돌 씨는 깔끔한 걸 좋아하는 여우 씨를 위해서 대청소를 합니다. 그리고 사슴 씨를 위한 진한 나무껍질잼과 토끼 씨 가족을 위한 클로버쿠키를 만들며 겨우내 시렸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걸 느낍니다.

드디어 봄맞이 파티 당일. 곰돌 씨네 집으로 향하던 이웃들은 때늦은 폭설 속에 갇히고 맙니다. 하지만 마침 눈 때문에 막힌 굴 공사를 하고 있던 두더지 씨의 도움으로 무사히 곰돌 씨네 집에 도착할 수 있었죠. 사실 곰돌 씨는 지난번에 길에서 만난 두더지 씨가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던 일로 꽁해져서 두더지 씨에게는 초대장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음… 조금 뻘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곰돌 씨는 어색함에 주저하기보다는 두더지 씨에게 다가가서 이웃들을 모두 무사히 데려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넵니다. 그렇게 두더지 씨와 이야기를 나누며 지난 번에 인사를 받지 않았던 건 눈이 잘 보이지 않아서 그랬을 뿐 싫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구요. 곰돌 씨는 두손을 가지런히 모아쥔 채 두더지 씨에게 말합니다.

정말요?
그럼, 지금 두더지 씨를 정식으로 초대해도 될까요?

겨우내 묵은 먼지들을 다 털어내 깨끗해진 곰돌 씨네 집에서 여우 씨, 사슴 씨, 토끼 씨네 가족, 그리고 두더지 씨까지 이웃들이 다 함께 모여서 정성껏 준비한 음식들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반가움 가득했던 봄맞이 파티를 마치고 이웃들이 모두 돌아간 후 곰돌 씨는 창밖을 바라봅니다. 완연해진 봄의 푸르름을 바라보며 곰돌 씨는 말합니다.

이제 정말 봄이 왔어.

돋아난 새싹의 푸르름이 제 아무리 손짓 해도, 겨우내 꽁꽁 얼었던 시냇물이 녹아 졸졸졸 흐르며 봄이 왔다고 제 아무리 아우성 쳐도 우리들 마음이 메말라 있는 한 아직은 봄이 아니라고 말하는 그림책 “봄의 초대”. 고마운 이 다정한 이 모두 모두 불러 모아 봄을 맞이할 준비가 되셨나요? 마음 문 활짝 열고 봄의 초대장을 띄울 준비가 되셨나요? 늦었지만 두더지 씨를 반갑게 초대한 곰돌 씨, 그 초대에 기꺼이 응한 두더지 씨 두 이웃의 넉넉한 여유로움이 봄과 함께 여러분들의 마음에 찾아가길 바랍니다.


봄의 초대

봄의 초대

글/그림 나현정 | 글로연
(2022/02/28)

오랫동안 한자리에 모이지 못했던 친구들을 정성껏 초대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설렘과 배려, 걱정 그리고 고마움을 이야기에 담으며, 얼어 있던 마음에도 봄이 오기를 바라 봅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제목은 ‘봄의 초대’지만 우리들 마음을 열고 ‘봄을 초대’할 준비가 되었냐고 묻는 그림책 “봄의 초대”. 작가의 말처럼 코로나니 뭐니 여하한 이유들로 오랫동안 한자리에 모이지 못했던 이들을 한 명 한 명 떠올리며 초대장을 쓰고 정성스레 모임을 준비하는 과정의 설렘을 전하는 그림책입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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