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일 : 2015/01/19
■ 마지막 업데이트 : 2016/06/15


머나먼 여행
머나먼 여행

(원제 : Journey)
그림 에런 베커 | 웅진주니어
(발행 : 2014/11/14)

※ 2014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 2013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가온빛 추천 그림책


2014년 칼데콧 메달은 브라이언 플로카(Brian Floca)의 “Locomotive”(기관차)가 차지했습니다. “Locomotive”는 1869년 미국 네브라스카 주의 오마하(동부)에서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새크라멘토(서부)까지 대륙횡단철도를 타고 여행하는 한 가족의 기차여행기입니다. 서부개척시대의 사회상과 증기기관차에 관한 볼거리가 아주 풍성한 그림책입니다.

locomotive - flora and the flamingo
칼데콧 메달을 수상한 “Locomoitive”(왼쪽) 와 명예상을 받은 “Flora and the Flamingo”(오른쪽)

2014년엔 칼데콧 메달 수상작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할 “머나먼 여행”과 국내엔 아직 출간되지 않은 “FLORA and the Flamingo”, 그리고 칼데콧상을 여섯 번(메달 3회, 명예상 3회)이나 받은 글 없는 그림책의 대가 데이비드 위즈너의 “이봐요, 까망씨!”까지 모두 개성 넘치고 아주 뛰어난 그림책이었거든요. 재미있는 점은 다른 후보작들이 공교롭게도 모두 글 없는 그림책이었다는 사실! ^^

개인적으로는 “머나먼 여행”“FLORA and the Flamingo”(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파도야 놀자”와 느낌이 아주 비슷하답니다.)중 한 권에 메달을 주고 싶네요.

자~ 그럼 아쉽게 칼데콧 메달을 놓친 에런 베커(Aaron Becker)의 “머나먼 여행”과 함께 상상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 볼까요?(참고로 전 원서를 갖고 있어서… 아래의 그림책 이미지들은 영문판을 촬영한 것입니다.)

마법의 펜과 함께 떠나는 신비한 여행

머나먼 여행

그림책의 첫 장면입니다. 벽돌 하나, 기와 한 장까지 아주 섬세하게 그려진 어느 도시… 그리고 마치 그 도시의 단면도를 보여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가정집 하나의 내부를 클로즈업해서 들여다 보여주고 있습니다. 1층엔 집안 일에 정신 없는 엄마, 2층엔 서재에 틀어박힌 아빠와 스마트폰에 푹 빠진 여자 아이, 그리고 혼자 쓸쓸히 집 앞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또 한 명의 여자 아이. 흠… 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킥보드만이 그림 속에서 빨간색을 띠고 도드라져 있는 걸 보니 아마도 이 여자 아이가 이야기 속의 주인공일 것 같죠?

머나먼 여행

아무도 놀아주지 않자 결국 포기하고 방으로 들어온 여자 아이는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빨간색 펜 하나를 발견합니다. 마침 심심했던 차에 호기심 가득한 아이는 그 빨간색 펜을 집어서 하얀 벽에 문 하나를 그립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아이가 그린 문은 진짜 문처럼 덜컥 열리고… 아이는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주저 없이 문 너머 세상으로 뛰어듭니다.

머나먼 여행

아이의 상상으로 그려진 빨간 문은 신비함이 가득한 곳으로 아이를 인도합니다. 수채화로 그려진 그림이 참 멋지죠? 에런 베커는 “머나먼 여행”의 모든 그림들을 펜으로 꼼꼼히 그리고 수채물감으로 정성들여 채색해서 완성을 했다고 합니다. 섬세함과 자연스러운 듯 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의 그림들은 이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작가가 그려낸 작가의 상상 속에 아이들을 가둬두지 않고 아이들 각자의 마음 속 상상의 나라로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말이죠.

글이 없어 더욱 그림에 몰입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림 속에 들어가 있는 듯 흡입력이 강하면서도 작가의 상상력 속에 붙잡아 두지 않고 읽는 사람이 자유롭게 상상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겁니다. 아마도 이러한 점이 에런 베커만의 힘이 아닐까요?

머나먼 여행

아이는 낯선 곳에서의 여행에 전혀 주눅들지 않습니다. 길이 끊기는 곳에서나 위험에 빠질 때마다 빨간펜과 상상력의 힘으로 헤쳐나가며 신비한 세상 곳곳을 여행합니다. 빨간펜이 낯선 곳으로의 여행 티켓이라면 아이의 상상력은 여행을 위한 연료이자 원동력입니다.

그림책을 보며 과연 다음 장면에서 여자 아이는 빨간펜으로 어떤 그림을 그려서 새로운 길을 만들고 위기를 모면하게 될지 아이들과 함께 상상해 보세요. 작가가 아닌 여러분들의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이 바로 그림책 “머나먼 여행”을 즐기는 가장 재미있는 방법이니까요~ ^^

머나먼 여행

아이는 여행 중에 답답한 새장 속에 갇힌 보라색 깃털의 새 한 마리를 구해 주다 오히려 자신이 새장 속에 갇혀 버립니다. 하지만 아이 덕분에 자유를 되찾은 보라색 새의 도움으로 다시 높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 오르며 신비한 모험을 이어나갑니다.

머나먼 여행

보라색 새를 따라 끝없이 하늘을 날아 다니던 끝에 다다른 곳. 그곳에 덩그러니 자리잡은 야자수 밑동엔 보라색 문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의 마법의 펜은 빨간색인데… 그러고 보니 이곳까지 아이를 인도해 온 새 역시 보라색… 아! 그렇다면 아이의 빨간색 펜 말고도 또 다른 마법의 펜이 있는 걸까요?

자신이 그린 빨간문 너머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들었던 아이는 이번에도 역시 주저하지 않고 보라색 문으로 들어갑니다.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까요? 또 다른 마법의 펜으로 모험과 여행을 즐기고 있는 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요? 맨 처음 아이가 집 앞 계단에 쓸쓸히 앉아 있던 장면으로 돌아가 보세요. 주인공 아이는 아직 마법의 펜을 갖지 못했지만 이미 마법의 펜을 들고 있는 아이가 또 있답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마법의 펜의 주인은 주인공 아이와 같은 세상에서 온 걸까요? 아니면 또 다른 세상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으로 온 아이일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누군가의 상상인 걸까요?

이야기는 모두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상상의 나라로의 여행을 마음껏 즐겨 보세요!


에런 베커에게서 듣는 “머나먼 여행”의 감상 포인트

△ “머나먼 여행” 메이킹 필름

마커 하나로 자신만의 상상 속으로 빠져들곤 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글 없는 그림책’을 만드는 것이 에런 베커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해요. 그렇다고 해서 “머나먼 여행”이란 그림책이 말처럼 쉽게 뚝딱 만들어지진 않았겠죠? 스토리 구상하는데만 3개월이 넘개 걸렸다고 합니다. 게다가 펜으로 그린 밑그림 위에 수채화 물감으로 꼼꼼히 정성들여 채색하는 과정까지 거쳤구요.

작가가 가장 힘들었던 작업 중 하나는 그림마다 다음 장면에 대한 암시와 실마리를 심어 두는 것이었다고 해요. 스토리텔링은 읽는 이의 몫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작가 자신의 이야기는 담아내야 했을테니 당연히 이런 부분들이 필요했겠죠? 작가의 상상이 담긴 이야기와 그 이야기의 흐름을 끌고 가는 단서와 실마리들이 없었다면 단지 잘 그려진 그림의 나열에 지나지 않았었을테니까요.

에런 베커는 대학 졸업 후 세계 여러 나라들을 여행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여행을 통해서 “머나먼 여행”의 영감을 얻었구요. 그의 여행지 중에는 일본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림책 속에서 주인공 여자 아이를 새장 속에 가두는 하늘의 성에 사는 군인들의 갑옷과 투구가 일본 색깔이 확연한 것은 아마도 그 때의 영향인가봅니다.

작가는 “머나먼 여행”을 만들면서 여자 아이의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담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합니다. 빨간펜과 여자 아이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바로 우리 아이들의 몫이기 때문에 주인공 여자 아이의 얼굴과 몸짓에 감정을 담아내지 않았다는 뜻이겠죠.

“같은 장면이라도 어떤 아이는 공포에 떨 수 있고 다른 아이는 오히려 신나게 즐길 수 있잖아요. 주인공 소녀의 얼굴에 하나의 감정을 표현했다면 독자들은 아마 하나의 이야기만 읽게 될 거예요.”

에런 베커 인터뷰 기사 ‘책을 읽는 잘못된 방법이란 없어요‘ 중에서

에런 베커의 홈페이지에 보면 ‘the JOURNEY trilogy’ 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머나먼 여행”은 애초에 3부작으로 기획된 그림책이란 얘기겠죠. 국내에 소개된 건 2014년 겨울이지만 에런 베커가 초판을 낸 건 2013년이고 이미 “머나먼 여행“에 이어 3부작 중 두 번째 그림책인 “QUEST”가 2014년 8월에 출간이 되었어요. 국내 저작권사인 웅진주니어가 작가인 에런 베커를 초대해서 행사까지 하는 걸 봐서는 이 책 역시 곧 국내에 출간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업데이트(2016/06/15) : “Quest”의 국내판인 “비밀의 문”이 2016년 4월 15일 출간되었습니다.

△ JOURNEY 시리즈 중 두 번째인 “QUEST” 북트레일러


칼데콧 수상작 보기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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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
마키
2019/05/15 11:18

아이들과 한페이지씩 이야기를 지어내보자하며 읽었답니다.
그림을 보고 소녀의 기분, 마음이 어떨지 얘기도 해보고
소녀와 소년이 어떻게 말했을지 대신 말해보기도 하고요.
매 페이지마다 어떤 단서를 발견하면
다시 앞장으로 넘어가서 확인하며 재밌게 본다 생각했는데
나중엔 집중력이 떨어져 힘들어하더라는…
ㅠㅠ

이 책은 속표지(? 정확한 명칭을..)도 특히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답니다. 그리고 현실(?)세계를 보여주는 페이지에 작가가 왜 지표면 아래 지하를 살짝 보이게 그렸을지, 첫페이지의 보라펜을 든 소년은 심심해하는 소녀를 알아챘을지, 소녀의 방(단서가 정망 많이 숨겨져 있는 곳) 구석구석을 살펴본 후 소녀가 어떤 아이일지, 비행선에 있던 왕(?)은 왜 보라새를 잡으려 했을지, 왕이 빨간펜을 던진건지(그렇다면 왜?) 아니면 소녀를 비행선 아래에 가두라는 건지, 소녀의 배가 성의 물길따라 어떻게 이동했을지(운하, 풍차가 보이는데 네덜란드?), 배경의 실제장소는 어딜까, 왜 소녀의 특정 물건만 빨간색일지, 다른 색도 아니고 왜 빨간색과 보라색일지, 소년과 소녀에게 저 색깔은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지 등등등을 생각해보는 재미가 아주 큰 책이었어요.

이걸 다 얘기해보고 싶었으니….
제 욕심이 과했지요. ㅎㅎㅎㅎㅎ

이 선주
Editor
2019/05/16 23:42
답글 to  마키

아이들과 책을 읽는 동안
스토리를 따라가며 즐거워하고 단서를 발견하고 신기해하고
그러다 그만 집중력이 떨어져 힘들어하는 모습까지 제 눈앞에 선한걸요.^^

마키님 댓글 보니
오랜만에 ‘머나먼 여행’ 다시 보기 하며 머리 좀 식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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