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은 왜 열기구를 탔을까?
(원제 : Hot Air : The (Mostly) True Story of The First Hot-air Balloon Ride)
글/그림 마조리 프라이스맨 | 옮김 임미경 | 주니어RHK
(발행 : 2009/03/24)
※ 2006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동물들은 왜 열기구를 탔을까?”는 1996년 “징! 징! 징! 바이올린”에 이어 두 번째 칼데콧 명예상을 마조리 프라이스맨에게 안겨준 그림책입니다. 인류 최초의 열기구 시험 비행에 관한 역사적인 사건 속에 담긴 이야기를 소재로 아이들에게 즐거운 상상의 세계를 선물하는 그림책 “동물들은 왜 열기구를 탔을까?”, 그 이유를 함께 알아볼까요? ^^
1783년 9월 19일,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에서는 굉장한 실험이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역사적인 광경을 지켜보기 위해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구요. 저 수 많은 인파 속에 우리가 잘 아는 루이 16세 왕과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 그리고 벤자민 프랭클린(당시 미국 대사)도 있었다고 하는군요.
비행기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우주선이 지구와 달 사이를 오가는 현대의 우리들도 열기구를 보면 마냥 신기한데 저 당시 사람들은 오죽했겠어요~ ^^
수많은 관중들의 관심과 기대 속에서 열기구는 성공적으로 하늘 높이 떠 오릅니다. 그런데…… 열기구에 타고 있는 건 사람이 아니었네요. 오리, 양, 그리고 수탉이 사람 대신 타고 인류 최초의 열기구 비행을 성공시키는 순간입니다! ^^
최초로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탐험을 떠난 것도 사람이 아닌 개였습니다.(러시아의 라이카). 그 이후로도 우주 탐사를 위한 실험에서는 다양한 동물과 곤충들이 이용되고 있구요.(참조 : 네이버 캐스트 ‘동물 희생 위에 세워진 우주 개척’) 그러고보면 최초의 열기구에 탔던 오리와 양과 수탉이 인류를 위한 동물들의 숭고한 희생을 보여 준 시초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동물들은 왜 열기구를 탔을까?”는 최초의 열기구 실험이 아닌 열기구에 올라탄 세 마리의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당시엔 카메라가 없었으니 일단 하늘로 올라간 열기구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열기구에 타고 있던 오리, 양, 수탉 세 마리의 동물 말고는 말이죠.
작가는 영문도 모른 채 하늘 높이 날아오른 세 마리의 동물들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상상력에 의지한 채로요. 그리고 거기에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의 상상력까지 더해져서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는 거겠죠.
마조리 프라이스맨은 그림을 여러 컷으로 나눠서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처럼 생동감 넘치게 표현했습니다.
세 마리의 동물들은 우여곡절 끝에 비행을 마치고 무사히 착륙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무사귀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의 성대한 환영을 받습니다.
하늘로 두둥실 떠오르는 순간부터 커다란 열기구의 풍선에 대고 화살을 쏘아대는 꼬마 녀석, 새 떼들과의 충돌 등등 온갖 모험을 겪고 난 후 착륙하기까지 오리, 양, 수탉 세 마리의 동물들의 표정을 보며 느끼는 감정들은 아마도 그림책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일겁니다. 어떤 아이들은 동물들이 시종일관 무서워했다고 할 수 도 있을테고, 어떤 아이들은 처음엔 무서워했지만 점점 용감해져서 열기구를 타고 모험을 즐겼다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와 아이들의 상상력이 합쳐져서 만들어내는 수많은 이야기와 모험들이 탄생하는 순간이겠죠? ^^
동물들이 비행 중에 겪은 이야기는 사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어요.
이 이야기를 쓴 사람은 아주 오래 전에
수탉이 해 준 이야기를 들은 양한테서,
양이 해 준 이야기를 들은 오리한테서
이야기의 일부를 들었거든요.
처음엔 모든 것이 사실인양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 나가던 작가는 뒤로 한 발 쑥 빠지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이야기를 믿건 안믿건, 작가와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치건 시시하다고 덮어버리건 모두 우리 아이들의 몫이라는 뜻이 담긴 것 아닐까요?
그림책 마지막 페이지엔 실제 몽콜피에 형제(Montgolfier brothers)의 열기구에 대한 역사가 그림과 간략한 설명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날 오리, 양, 그리고 수탉 세 마리의 동물은 45M 높이까지 올라가서 8분 동안 3.2Km 정도의 거리를 날아서 이동했대요. 그리고, 딱 두 달 후 사람이 열기구에 타고 최초의 유인 비행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다 하더라도 동물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 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과학의 발전이 가능할 수 있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네요.
참고로 마조리 프라이스맨의 최근작 “나는 꼭 의사가 될 거예요!”는 최초의 여자 의사 엘리자베스 블랙웰(Elizabeth Blackwell)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발행일이 2015년 4월 10일이라 아직 저도 못 본 따끈따끈한 신간입니다. 하지만 마조리 프라이스맨의 그림책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