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 파리.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두 도시. 뉴욕이나 파리 하면 뭐가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뉴욕에 갈 일이 있다면 다른 건 모르겠고 베이글이랑 피자는 꼭 소문난 집 찾아가서 한 번 먹어보고 싶습니다. 파리는 “모네의 정원에서” 소개할 때 이미 이야기했다시피 무조건 모네의 정원이 있는 지베르니 마을로 제일 먼저 달려갈 겁니다.

지난 2월에 문학동네와 빨간콩 두 출판사가 약속이라도 한듯 거의 같은 시기에 뉴욕과 파리의 풍경을 담아낸 그림책을 냈습니다. 하나는 “쫌 이상한 사람들”로 가온빛 독자들에게 첫 인사를 건넸었던 미겔 탕코의 “어서와, 여기는 뉴욕이야”, 또 하나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에릭 바튀의 “예술의 도시, 파리”입니다.

두 작가가 자신들이 사랑하는 도시에 대해 가장 자랑스레 소개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지 눈여겨 보면서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즐거운 랜선 여행 되시길~ ✈️


어서 와, 여기는 뉴욕이야

어서 와, 여기는 뉴욕이야

(원제 : Bienvenue chez moi)
미겔 탕코 | 그림 미겔 팡 | 옮김 정혜경 | 문학동네
(발행 : 2021/02/23)

다양한 인종과 형형색색의 빌딩숲, 책표지 그림 한 장 속에 뉴욕의 자유분방함과 다양성을 담아낸 “어서 와, 여기는 뉴욕이야”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여행 가이드북 같은 그림책입니다. 복잡한 도시를 현란한 색으로 담아낸 그림 한 장 한 장 모두가 재미난 숨은그림 찾기나 ‘~를 찾아라’ 시리즈 같아서 여행지에서 시간 때우기용으로도 딱이구요.

어서 와, 여기는 뉴욕이야

이 그림책은 뉴욕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그림 열두 장, 이 책의 화자를 소개하는 그림 한 장과 앞의 열두 장 속에 담긴 뉴욕에 대한 부연 설명을 정리한 한 장, 이렇게 모두 열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두 작가가 뽑은 뉴욕의 열두 장면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베이글 가게 : 베이글의 유래
  2. 맨해튼 5번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뉴욕 시티 투어 버스
  3. 타임스 스퀘어, 브로드웨이
  4. 인생 사진을 건질지도 모를 덤보(DUMBO)
  5. 제인의 회전목마
  6. 워싱턴 스퀘어 파크
  7. 벼룩시장
  8. 뉴욕 공립 도서관
  9. 센트럴 파크
  10. 뉴요 현대 미술관(MoMA), 미국 자연사 박물관
  11. 플랫아이언 빌딩
  12. 웨스트 포 스트리트 역

어서 와, 여기는 뉴욕이야

👀 한 장 한 장 꼼꼼하게 들여다 보면서 이 책의 화자는 과연 어디 숨어 있을지 한 번 찾아보세요. 그리고 각 장면마다 우리의 시선을 스치듯 지나치는 미국의 셀럽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을 찾는 재미도 놓치지 마시구요. 누구누구냐구요? 글쎄요… 출판사가 찾은 건 네 명이더군요. 저는 세 명밖에 찾지 못했는데… 제가 찾은 셀럽은 엘비스 프레슬리, 앤디 워홀, 빌 게이츠입니다.


예술의 도시, 파리

예술의 도시, 파리

(원제 : Sous le soleil de Paris)
글/그림 에릭 바튀 | 옮김 김영신 | 빨간콩
(발행 : 2021/02/25)

“어서 와, 여기는 뉴욕이야”가 단순히 뉴욕의 볼거리들을 나열한 책이라면, “예술의 도시, 파리”는 파리를 무대로 짤막한 이야기 한 토막으로 예술 또는 명화란 무엇인지 그 허와 실에 대한 생각 거리를 우리들에게 던져주는 그림책입니다.

에릭 바튀는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사라져가는 파리의 옛 모습을 기록했던 사진작가 Eugene Atget의 사진들에서 이 책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출판사에서 진행한 작가와의 인터뷰를 보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찍힌 파리의 옛 모습들을 보면서 사람들의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예술의 도시, 파리

화창한 어느 날 노트르담 대성당이 보이는 파리의 센강 옆에서 한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 옆을 지나가던 두 사람이 그림을 보고는 ‘태양이 파랗다니! 정말 웃기지 않아?’라며 비웃으며 지나갑니다. 잠시 후 화가는 친구와 화랑 주인을 만나 그 그림을 보여주었지만 모두 좋은 소리는 해주지 않았어요.

예술의 도시, 파리

실망을 안은 채 뷔트 쇼몽 공원을 걷던 화가는 낯선 신사를 만나고 그 신사가 화가의 그림을 아주 독특하다며 약간의 돈을 주고 삽니다. 화가의 그림은 신사와 골동품상, 호기심 많은 예술애호가와 도둑의 손을 거치면서 뭔가 범상치 않은 그림으로 평가받게 되고 급기야는 루브르 박물관에 걸리게 됩니다.

미술계 사람들은 완전히 새로운 그림이라고 호들갑들을 떨며 그림을 그린 화가에게 물었습니다.

“왜 태양을 파랗게 그렸습니까?”

“답은 무척 간단해요. 난 그림을 그릴 때 무척 행복해요. 그래서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맘껏 그려요.”

예술의 도시, 파리

모든 것은 가능하고, 모든 것이 자유롭다.
초록색 태양, 붉은 빛 하늘, 파란색 도시,
그리고 까만 에펠탑!

이건 아마도 예술가들의 순수함과 낭만이 넘치던 시절의 파리가 그리운 에릭 바튀의 마음의 소리가 아닐까 싶네요. 예술가들에게 중요한 건 세상에 대한 평가와 명예가 아니라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 껏 그릴 수 있는 자유라고, 파리의 풍경이 아름다운 것은 그들의 순수한 자유가 허용되기 때문이라고 외치는 소리 말입니다.

참고로 이 책에도 역시 열두 곳의 풍경이 담겨 있습니다.

  1. 노트르담 대성당
  2. 몽마르트르, 라팽 아질
  3. 개선문
  4. 뷔트 쇼몽 공원
  5. 바스티유 7월 기념비
  6. 물랭루주
  7. 생마르탱 운하
  8. 오페라 가르니에
  9. 뤽상부르그 미술관
  10. 바실리크 사크레쾨르
  11. 루브르 박물관
  12. 에펠탑

예술의 도시, 파리

이 열두 곳 중에서 제 마음을 사로잡은 건 바로 ‘라팽 아질(Lapin Agile)’입니다. ‘냄비에서 도망간 토끼’란 뜻이라고 합니다. 16세기에 몽마르트 언덕의 포도밭 근처에 터를 잡고 문을 연 이 주점을 드나들었던 예술가의 이름들이 심상치 않습니다. 르누아르, 에릭 사티, 피카소, 모딜리아니… 피카소는 Au Lapin Agile 이란 그림도 남겼더군요. 술 끊은지 딱 12일째인 주당으로서 모네의 정원을 다녀온 뒤 잠깐 들러서 술 한 잔 따라 놓고 예술가들이 남겨둔 낭만의 정취에 취해보고 싶네요.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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