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브릭스의 산타 할아버지, 산타 할아버지의 휴가

산타 할아버지의 휴가
책표지 : 비룡소
산타 할아버지 (원제 : Father Christmas, 1973)
산타 할아버지의 휴가 (원제 : Father Christmas Goes On Holiday, 1975)

글/그림 레이먼드 브릭스 | 비룡소

(옮긴이 : 산타 할아버지 – 박상희 / 산타 할아버지의 휴가 – 김정하)


“눈사람 아저씨”의 레이먼드 브릭스가 들려주는 두 권의 산타 할아버지 이야기 “산타 할아버지”와 “산타 할아버지의 휴가”입니다. “눈사람 아저씨”가 눈처럼 맑고 깨끗한 아이들의 상상을 북돋워 주는 그림책이라면, 두 권의 산타 할아버지 시리즈는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아이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산타를 그리고 있습니다.우리가 지금까지 마음 속에 그려왔던 산타와는 전혀 다른 산타 할아버지로 말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걱정할 건 없습니다. 레이먼드 브릭스가 그려낸 새로운 산타 할아버지의 모습 역시그 나름대로 아이들에게 새로운 호기심과 상상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니까요.


산타 할아버지

※ 1973년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수상작

산타 할아버지크리스마스 이브 새벽을 뒤흔드는 자명종 소리에 짜증스럽게 일어난 산타 할아버지가 내뱉은 첫 마디,

“아니, 또 크리스마스잖아!”

이게 다가 아닙니다. 창 밖을 내다 보더니 “이런, 또 눈이네!” 라고 투덜댑니다. 화장실에 앉아서는 “겨울은 너무 싫어!” 라며 낯을 잔뜩 찌푸리까지…

크리스마스 전날 단 하룻밤만에 전세계의 모든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해 주는 능력자 산타 할아버지, 지금껏 우리의 산타 할아버지는 1년 내내 크리스마스이길 원하고, 추운 겨울과 하얀 눈을 좋아할거라고만 당연하게 생각해 왔었죠. 그런데, 밤새도록 온세상을 누비고 다녀야 하니 산타 할아버지에게도 눈은 골치덩이에 불과했었나봅니다.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것은 크리스마스를 전혀 반가워하지 않는 다는 사실. 착한 아이들 사랑하는 마음이야 세상 누구보다 더 크겠지만, 오랜 세월 무한 반복 중인 그 일이 산타 할아버지에게도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재미난 사실은 이 장면들을 보는 아이들은 장담하건대 틀림 없이 깔깔대고 웃을거란 겁니다. 이게 바로 레이먼드 브릭스의 힘이겠죠.

산타 할아버지

선물을 나눠 주러 썰매를 타고 달려가는 산타 할아버지의 모습… 눈이 펑펑 쏟아지는 하늘을 눈사람 아저씨와 날아 다니는 모습, ‘Walking In The Air‘ 노래와 함께 펼쳐지는 아름다운 장면… “눈사람 아저씨”에서 보여준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눈오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입니다. 눈, 비, 안개… 하룻밤 사이에 지구를 한 바퀴 돌아야 하니 날씨 역시 이처럼 변화 무쌍할거란 생각을 미처 못했네요. 지붕위에서 순록들과 간식을 먹으며 라디오의 날씨 예보에 귀기울이는 산타 할아버지의 모습이 재미납니다. 앞으로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기 보다는 맑은 날을 기도해야겠네요. 산타 할아버지를 위해서… ^^

산타 할아버지

시간은 크리스마스 새벽을 지나 아이들이 하나 둘 깨어날 시간이 서서히 다가 오고 산타 할아버지의 일도 거의 다 끝나갑니다. 그리고, 산타 할아버지처럼 모두들 잠든 새벽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과 만나 반가이 인사를 주고 받는 모습도 그려집니다. 24시간 전 “이런, 또 크리스마스잖아!” 하고 투덜거리던 모습만큼이나 인간적인 산타 할아버지.(참고로, 레이먼드 브릭스의 아버지는 평범한 노동자였고, 우유 배달일을 하기도 했었다고 해요. 이른 새벽 우유를 배달하는 아저씨와 선물을 배달하는 산타 할아버지 모두 그의 기억 속에 있는 아버지의 모습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산타 할아버지에게 1년 중 가장 고달픈 하루 크리스마스 이브가 무사히 끝났습니다. 전세계의 모든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도 골고루 나눠줬고,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 온 산타 할아버지는 밤샘 근무를 하고 집에 돌아온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 같기도 합니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나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을 곁들인 식사 후 잠자리에 드는 모습이 말이죠.

그래도 산타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크리스마스 인사만큼은 잊지 않으셨어요. 조금 지쳐 보이긴 하지만요. 크리스마스 인사를 전하는 산타 할아버지의 표정이 참 묘하죠? 너무 힘들어서 그런걸까요? ^^

산타 할아버지


산타 할아버지의 휴가

산타 할아버지의 1년은 크리스마스 단 하루뿐일까요? 당연히 1년 내내 오로지 크리스마스만을 위해 살고 있겠죠? 왠지 그럴 것 같지만 레이먼드 브릭스의 생각엔 산타 할아버지에게도 1년은 우리와 똑같이 365일입니다. 많은 시간을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데 보내긴 하겠지만 산타 할아버지 역시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야만 하죠. 그래서 지루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푹 쉬고 올 수 있는 휴가도 필요하구요. 산타 할아버지는 과연 어떻게 휴가를 보내는지 궁금한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산타 할아버지의 휴가”입니다.

산타 할아버지의 휴가

눈썰매를 캠핑카로 멋지게 개조한 산타 할아버지의 신나는 휴가 여행지는 프랑스, 스코틀랜드, 그리고 마지막으로 라스베가스입니다. 설계도까지 그려 가며 열심히 개조를 하더니 결국 썰매를 끄는 건 변함 없이 순록이네요. ^^

산타 할아버지의 휴가

프랑스에서는 음식이 잘 맞지 않아서 배탈이 나고, 맑은 물과 위스키의 나라 스코틀랜드에서는 백파이프 연주에 맞춰 흥겹게 춤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너무 추워서 결국은 햇볕이 쨍쨍한 라스베가스로 향합니다. 카지노에서 멋진 도박사로 변신하기도 하고 썬탠도 즐기는 산타 할아버지의 모습이 참 재미납니다.

산타 할아버지의 휴가산타 할아버지가 다른 여행지로 옮겨가는 이유는 배탈이나 날씨 말고도 또 있습니다. 한 곳에 오래 머물다 보면 누군가가 자꾸 산타 할아버지를 알아보거든요. 편안하게 휴가를 즐겨야 하는데 산타 할아버지인줄 알면 가만 놔두질 않을테니 아무도 못알아보는 새로운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요. 과연 누가 산타 할아버지를 알아볼까요? 어른들은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데 아이들은 잠깐 스쳐 지나가도 대번에 알아봐서 산타 할아버지를 깜짝깜짝 놀래키곤 한답니다. 신분이 노출 될까 맘 졸이는 산타 할아버지의 표정 놓치지 마세요~

즐거운 휴가를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산타 할아버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이제 부지런히 준비를 해야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을 실망시키는 일이 없을테니까 말이죠. 집에 돌아와 제일 먼저 산타 할아버지가 한 일은 뭘까요? 바로 아이들이 보내 온 편지를 읽는 일이랍니다.


세상 모든 아버지 산타들에게 바치는 헌정 그림책

“산타 할아버지”와 “산타 할아버지의 휴가”에서 그려지는 산타 할아버지는 신비로운 존재가 아니라 그저 푸근한 우리 이웃의 할아버지입니다. 가족을 돌보느라 1년 내내 애쓴 우리 엄마 아빠들의 모습이기도 하구요. ‘이런, 또 크리스마스네!’하며 아이 선물은 또 뭘 사주나 주머니 사정부터 챙겨 보게 되는 우리 엄마 아빠들의 모습일 수도 있구요. 모두 잠든 이른 새벽에도 가족을 위해 분주한 엄마 아빠들이기도 하고 말이죠.

레이먼드 브릭스의 두 권의 그림책 “산타 할아버지”와 “산타 할아버지의 휴가”는 아이들에게 기발하고 재미난 상상을 선물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세상의 모든 아버지 산타들에게 그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바치는 헌정 그림책이기도 합니다.

만화적인 요소가 강한 레이먼드 브릭스의 그림책들은 대부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곤 합니다. 산타 할아버지 시리즈도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산타 할아버지”와 “산타 할아버지의 휴가” 두 권의 이야기를 잘 버무려서 만들어진 약26분짜리 영상 “Father Christmas” 도 놓치지 마세요.

※ 레이먼드 브릭스가 만화처럼 그림책을 만드는 이유

“눈사람 아저씨”는 32쪽에 168컷의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한 “산타 할아버지”는 26쪽에 125컷, “산타 할아버지의 휴가”는 30쪽에 202컷의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구요. 레이먼드 브릭스는 왜 그림책을 만들면서 만화처럼 만드는 걸까요? 작가 본인이 설명하는 이유는 30여쪽만으로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다 담아내기 힘들어서라고 합니다.(참조 : 마녀의 그림책 작가 앨범)

존 버닝햄처럼 30여장의 그림만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데 뛰어난 작가가 있는가 하면 레이먼드 브릭스처럼 자신의 머리 속에서 펼쳐지는 상상의 장면들 하나 하나를 상세히 보여 주길 원하는 작가도 있게 마련이겠죠. 이러나 저러나 우린 그저 좋은 그림책을 만날 수 있어 좋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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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빛지기

그림책 놀이 매거진 가온빛 에디터('에디터'라 쓰고 '궂은 일(?) 담당'이라고 읽습니다. -.- ) | 가온빛 웹사이트 개발, 운영, 컨텐츠 편집, 테마 및 기획 기사 등을 맡고 있습니다. | editor@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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