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사는 우리 할머니
책표지 : Daum 책
도시에 사는 우리 할머니

(원제 : Nana In The City)
글/그림 로렌 카스티요 | 옮김 이상희 | 재능교육

가온빛 추천 그림책
2015 가온빛 BEST 101 선정작
※ 2015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도시에 사는 우리 할머니”라는 제목이 좀 독특합니다. 매년 명절이 돌아오면 도시에서 시골로 귀향하는 것을 일상적인 풍경으로 봐왔던 우리로서는 ‘할머니가 도시에 산다’는 제목이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지네요. 사실 도시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많은데……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는 곳은 시골이라 생각하는 것도 일종의 고정관념이겠죠? ^^

간결한 글에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의 수채화가 인상적인 “도시에 사는 우리 할머니”2015년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도시에 사는 우리 할머니

할머니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는 아이. 손주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할머니. 빨간 안경에 빨간 부츠, 빨간 깃털이 달린 모자, 노란 코트를 입은 세련된 할머니에게서 환하게 빛이 나는 것 같아요. 할머니 주변으로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회색빛 높은 빌딩으로 둘러싸인 이 곳, 익숙한 도시의 풍경입니다.

그런데 오늘의 주인공 꼬마는 할머니는 무척 좋아하지만 도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대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도시에 사는 우리 할머니

할머니는 도시로 놀러온 손주를 위해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시내 구경을 시켜 주지만 꼬마는 온갖 소음에 노숙자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도시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발 디딜 틈 없는 전철, 거리의 노숙자, 자동차 경적소리, 공사장 기계소리, 호루라기 소리…… 오랜만에 만난 손주와 함께여서 들떠 보이는 할머니와는 달리 아이는 이렇게 어지럽고 시끄러운 도시가 마땅치 않은 표정입니다.

도시는 복잡해요.
무서운 게 많아요.
시끄럽고요.

낙서로, 소음으로, 높은 빌딩들과 자동차들로 빈틈 없이 꽉 차 있는 도시의 풍경에 대한 아이의  짤막한 느낌이 아이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요.

도시에 사는 우리 할머니

꼬마는 도시는 할머니들이 지낼 만한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할머니는 도시가 떠들썩하고 신나는 곳, 특별한 곳이랍니다. 그래서 할머니들이 지내기에 최고로 좋은 곳이라는 말씀! 아이는 떠들썩한 도시가 마음에 들지 않는데, 할머니는 도시가 떠들썩하고 신나는 곳, 특별한 곳이라니… 꼬마와 할머니는 같은 곳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밤이 되어도 방이 들썩들썩 흔들리는 느낌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이에게 할머니는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면서 말씀하셨어요.

“이 도시가 얼마나 굉장한 곳인지, 내일 보여 줄게.”

글쎄요, 오늘 마음에 들지 않았던 도시가 내일이라고 달라질 수 있을까요?

도시에 사는 우리 할머니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할머니가 손수 짜서 만든 빨간 망토를 들고 계셨어요. 할머니는 이 망토를 걸치고 나가면 도시가 하나도 안 무서울 거라 말씀하십니다. 망토를 걸치면서도 ‘글쎄…?’하는 표정의 꼬마.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이 벌어졌어요. 할머니가 말씀하신대로 망토를 걸쳤더니 왠지 용감해진 기분이 들었거든요.

도시에 사는 우리 할머니

도시는 어제와 변함 없이 여전히 복잡하고 시끄러웠지만 할머니의 망토를 걸치고 나가자 길거리 음악들이 들려왔고, 멋진 비보이들의 춤도 눈에 들어옵니다. 망토를 걸친 아이 표정이 환해졌어요. 호기심에 가득 찬 모습으로 할머니 보다 앞서 달려나가는 아이에게서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망토가 준 특별한 힘 때문일까요?

도시에 사는 우리 할머니

분명 어제와 똑같은 도시인데,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니 도시의 풍경도 달라져 보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모여 살아가는 곳, 먼저 친절을 베풀면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곳, 들썩들썩 시끄럽지만 볼거리, 들을 거리 역시 많은 곳. 할머니 말씀대로 도시는 무서운 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일이 훨씬 더 많은 곳이었습니다. 할머니들이 할 일이 많은 곳이기도 하구요.

도시에 사는 우리 할머니

도시를 좋아하는 할머니가 특별히 사랑을 담아 만들어 주신 빨간 망토는 꼬마에게 모습만 다를 뿐 도시도 시골도 모두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날, 아이는 망토를 벗어 할머니께 둘러 드렸어요. 할머니가 꼬마에게 망토를 둘러주면서 말씀하셨듯, 이제 꼬마가 할머니에게 망토를 둘러주면서 말합니다.

“이 망토가 할머니에게 용기를 줄 거예요.”

망토가 할머니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데요. 아니, 꼬마에게도 할머니에게도 아주 자연스럽게 잘 어울립니다. ^^ 꼬마가 할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망토, 그 망토를 돌려받은 할머니는 이제 망토를 볼 때마다 사랑스러운 손주를 떠올리시겠죠? 특별한 사랑과 용기를 담은 마법의 망토입니다.

도시는 복잡하고 시끄러운 곳이에요.
그리고 할머니들이 지내기에 아주 좋은 곳이지요.
내가 지내기에도 아주 좋은 곳이고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이의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할머니가 계신 곳이 좋은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이겠죠.^^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망토 덕분에 도시의 시끌벅적함 속에서 도시가 가진 특별한 생명력과 매력을 느낀 손주 아이가 자신의 망토를 할머니에게 다시 선물하면서 돌아간다는 마무리는 세대간의 소통과 가족간의 사랑, 그리고 유대감이 우리 삶을 얼마나 윤택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줍니다.

시골에 대한 향수를 그리는 그림책이 대부분인 요즘, “도시에 사는 우리 할머니”는 독특하게 도시가 좋은 이유를 꼽는 그림책이라는 점 역시 눈길을 끄네요.

사랑과 이해를 바탕으로 바라본다면 그곳이 도시든 시골이든 그곳은 모두 우리에게 특별한 곳 아닐까요? ^^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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