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세계
책표지 : Daum 책
밤의 세계

(원제 : The Night World)
글/그림 모디캐이 저스타인 | 옮김 유진 | 파랑새
(발행 : 2017/06/15)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아이와 고양이가 창가에 다정하게 서서 어두운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를 보고 있습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밤하늘, 그곳에서 더욱 찬란하게 별들이 빛을 발하고 있어요.

고양이 실비에게 잘 자란 인사를 하고 잠이 든 아이는 야옹야옹 울어대는 고양이 소리에 그만 잠에서 깨어났어요. 밖에 나가자 졸라대는 실비를 아이가 가만히 타일렀어요.

“실비야, 지금은 밖에 못 나가.
너무 늦었어. 아니, 너무 이른 건가?”

너무 늦었거나 아니면 너무 이른 시간이란 대략 몇 시쯤일까요?

밤의 세계

실비의 성화를 못 이긴 아이가 살금살금 발뒤꿈치를 들고 조심조심 밖으로 나섭니다. 모두가 깊은 잠에 빠진 시간, 어항 속 금붕어도 앵무새도 강아지도 가족들도 모두 곤히 잠들었어요. 아이와 실비의 눈동자만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캄캄한 밤입니다.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가면서 주위를 둘러보던 아이는 생각했어요. 어둠 속에서 보니 익숙했던 집이 꼭 다른 곳 같다고요. 현관문 앞에 이르자 야옹야옹 울음소리만 내던 실비가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얼른 나가자고, 금방 올 거라고’.

밤의 세계

호기심에 이끌려 나간 정원은 뜻밖의 것들로 가득합니다. 이슬에 촉촉이 젖은 풀, 따뜻하고 달콤한 공기, 부드럽게 감싸는 어둠, 그리고 그림자로 가득한 밤의 세계가 아이와 실비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낮에 보았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한 정원 풍경을 바라보던 아이는 궁금해졌어요. 장미꽃이며 백합 해바라기 꽃의 색이 모두 어디로 갔을지……

“저기 온다! 거의 다 왔어!”
동물들이 소곤거려요.
“거의 다 왔어!”
산미치광이가 속삭였어요.

어느새 아이 주변에 몰려든 각양각색의 동물들도 아이와 실비처럼 다가올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나 봐요. 부엉이, 사슴, 토끼, 오소리, 여우, 곰, 산미치광이까지(‘산미치광이’라는 이름이 재미있어서 찾아보니 ‘호저’로 널리 알려진 동물이네요. ) 모두들 커다란 나무를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밤하늘에 총총 빛나는 별들처럼 정원에 무겁게 내려앉은 어둠 속에서 동물들 눈도 반짝이고 있습니다.

밤의 세계

도대체 무엇이 온다는 걸까, 누구를 이리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 걸까, 그림책을 넘길수록 궁금해집니다. 그때 저길 보라는 실비의 말에 일제히 새들이 ‘오고 있다’고 소리쳤어요. 갑자기 사방이 조용해졌어요. 어둠은 어느새 한 발 물러났고 물러난 어둠 때문에 별빛이 흐려졌습니다. 그 순간 사르르 나뭇잎 사이로 빛이 새어 나왔어요. 동물들은 있던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린 듯 이 순간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습니다.

밤의 세계

빛이 나무 위로 솟아오르자 구름이 알록달록 물들었어요. 그러자 어둠 속에서 얌전히 자리 잡고 있던 그림자들이 숨기 시작합니다. 바쁘게 내달리는 그림자에게 어디를 가는지 묻자 다들 이제 자러 갈 시간이래요. 아이에게 인사를 나누고 사라지는 그림자들 뒤로 빠르게 번져오는 빛이 어둠을 걷어내고 별들을 걷어냅니다. 어둠 속에서 검은 그림자였던 새들에게 색깔이 사르르 번져 나오고 있어요. 나뭇가지에도 정원 잔디에도 검은색이 물러난 자리에 서서히 색깔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사라지는 어둠과 돌아오는 빛, 두 세계가 빠르게 교차되는 순간입니다.

밤의 세계

이윽고 사라졌던 색들이 모두 돌아왔어요. 풀은 초록색으로, 장미는 빨간색으로 모두 제자리를 찾았어요. 얌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실비가 ‘바로 지금이야!’ 하고 소리쳤습니다.

그와 동시에 황금빛 커다란 해님이 나무 위로 두둥실 떠올랐어요. 실비가 그토록 보여주고 싶었던 것, 금방 올 거라고 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군요. 해님이 떠올라 색들이 제자리로 돌아온 정원이 생기발랄해 보입니다. 어리둥절해 있던 아이 표정에도 생기가 흘러넘칩니다. 새 날을 맞이하는 모두의 마음속이 희망과 기쁨으로 가득 차 보입니다.

멋진 세상을 보여준 실비에게 기분 좋은 아침 인사를 나눈 아이가 집으로 뛰어들어 가면서 가족들에게 밝은 목소리로 인사했어요.

“아름다운 아침이에요.
모두 행복한 하루 되세요!”

두근두근두근… 실비가 보여준 멋진 세상, 기다릴만하지 않았나요? ‘밖에 나가기엔 너무 늦었거나 아니면 너무 이른 시간’을 이들과 함께한 기분입니다. 그 느낌이 아주 상쾌합니다.

작가 모디캐이 저스타인은 네 살 무렵 한밤 중에 아빠와 화장실에 갔다 오다 우연히 창문 밖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익숙했던 뒤뜰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자리에 어둠의 그림자와 낯선 은빛 형체들만 남아있는 것을 보고 이다음에 크면 밤의 세상을 탐험해 보리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그리고 자신과의 약속을 잊지 않고 이렇게 지켜냈습니다.

밤이 찾아오면 똑같은 세상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어둠 속에 열린 세상은 우리를 좀 더 솔직해지도록 때론 감성적으로 변신시키기도 하죠. 실비와 아이 역시 밤의 세계에서는 신기하게 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어요. 아이와 산미치광이도 대화를 할 수 있었고요. 똑같은 색채로 물드는 순간 모든 생명체가 교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 상상에서 출발해 시간의 변화에 따라 차츰 변해가는 세상을 놀라운 솜씨로 포착한 그림책 “밤의 세계”, 늘 기대 이상의 멋진 그림책을 선보여온 작가 모디캐이 저스타인의 저력이 그대로 느껴지는 그림책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아침을 맞는 모든 이들에게 그림책 속 아이처럼 저도 인사할게요. “아름다운 아침이에요. 모두 행복한 하루 되세요!”


※ 함께 읽어 보세요 : 밤의 과학 – 밤이 들려주는 지구와 우주 이야기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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