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생쥐네 집
책표지 : Daum 책
우리 집 생쥐네 집

(원제 : Mouse House)
글/그림 존 버닝햄 | 옮김 허은미 | 웅진주니어
(발행 : 2017/08/07)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창문 네 개가 달린 초록 지붕에 굴뚝이 달린 빨간 벽돌 집, 누구나 꿈꾸는 행복한 집의 전형적인 모습처럼 보입니다. 누가 살고 있을까, 누구네 집일까 궁금해 할 필요조차 없어 보이는데요. 알록달록 글자 사이사이를 뛰노는 생쥐 가족 모습도 그렇고 “우리 집 생쥐네 집”이라는 그림책 제목을 보아도 이 집은 분명 생쥐네 집일 테니까요.^^

우리 집 생쥐네 집

이 집에는 두 가족이 살고 있어요. 엄마와 아빠, 아이 둘, 누가 봐도 평범한 모습의 여느 가족의 모습이에요. 문제는 이 집에 또 다른 가족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죠. 아이들과 어른들이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면 그제야 활동을 시작하는 비밀스러운 가족, 그 가족은……

우리 집 생쥐네 집

바로 생쥐 가족이에요.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아이들까지 대가족을 이루고 사는군요. 생쥐 가족은 사람들이 잠자리에 들 때까지 기다렸다 조심스레 음식을 구해오고 저녁을 먹고 나서야 맘껏 놀기 시작합니다. 절대 인간 가족에게 들키면 안 된다는 어른들의 말을 새기면서 아기 생쥐들은 늘 조심조심 놀았어요. 그렇게 한 지붕 아래 인간 가족과 생쥐 가족, 두 가족이 비밀스러운 동거를 하며 살고 있습니다.

우리 집 생쥐네 집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생쥐는 그만 인간들 앞에 모습을 보이는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야 시작되는 생쥐의 시간, 오늘 어린 생쥐가 조금 일찍 나온 것일까요? 아니면 생쥐 가족 사이의 불문율을 그만 깜빡했던 것일까요? 저녁을 먹고 잠자리로 가던 남자아이가 생쥐를 보고 말았어요(아이가 읽을 오늘의 잠자리 그림책은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예요. ^^). 아이는 싱긋 웃으면서 엄마에게 생쥐가 있다고 말했고 그 말에 엄마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친구를 만난 것처럼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아이와 절대 공존할 수 없는 존재와 마주해 놀란 엄마의 표정이 극과 극으로 보입니다. 생쥐를 가운데 두고 두 사람이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요.

아빠는 쥐를 싹 없애 줄 방역 업체에 전화를 걸었어요. 아이들은 아빠에게 물었습니다.

“왜 쥐를 없애야 해요?
아무 해도 끼치지 않잖아요.”

“그냥 내버려 두면 온 집 안을 휘젓고 다닐 거야.
그러니 싹 없애야 해.”

우리 집 생쥐네 집

아이들이 생쥐 가족에게 위험한 상황을 알리는 쪽지를 쓴 덕분에 생쥐 가족은 무사히 집을 떠날 수 있었어요. 짐을 꾸려 허둥지둥 집을 떠나는 생쥐 가족의 모습이 슬픔으로 가득해 보입니다. 인형을 들고 있는 어린 생쥐는 정든 집을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운지 엄마 손에 이끌려 가면서도 멀어져 가는 집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어요.

우리 집 생쥐네 집

방역업체가 다녀간 날 밤, 아이들은 마당에서 노는 쥐들을 볼 수 있었어요. 한밤중 달빛 아래 놀고 있는 생쥐들을 안심하며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이 평화로워 보입니다. 며칠 전 일어났던 소동은 그저 어른들의 몫일 뿐이라는 듯이 말이죠.

잠시 위기 상황이 발생했지만 아이들이 지혜롭게 대처한 덕분에 한동안 인간과 생쥐는 평화롭게 공존을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곧 겨울이 찾아오고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아이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마당으로 나가보았어요.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진 생쥐 가족, 처음에 아이들은 걱정스러웠지만 이내 생쥐 가족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신나고 즐거운 겨울을 보냅니다. 그게 바로 아이들의 본모습이니까요.^^

우리 집 생쥐네 집

어느 날 밤, 남자아이는 다시 생쥐와 마주칩니다. 오늘 밤도 그림책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를 들고 침실로 가다 생쥐를 만난 아이. 둘이 자연스럽게 시선 교환을 하고 있어요. 작은 인형을 들고 못내 아쉬운 듯 엄마 손에 이끌려 집을 떠났던 바로 그 생쥐입니다.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다고 알리기 위해 생쥐가 아이를 찾아온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이는 이제 알아요. 생쥐에 대해서 어떤 말도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원서 제목은 “Mouse House”이고 번역 제목은 “우리 집 생쥐네 집”입니다. 한 집에 두 가족이 공존한다는 의미에서 보면 번역 제목도 꽤 마음에 드네요.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잔잔하게 이어지는 스토리 속에 아이들 마음처럼 투명하게 그려낸 그림으로 아이들의 천진난만함과 공존,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그림책 “우리 집 생쥐네 집”, 여든을 훌쩍 넘긴 위대한 작가 존 버닝햄의 세상을 바라보는 넉넉한 마음과 자유로운 정신이 위트 넘치게 담겨있는 그림책입니다. 다양한 이유 때문에 어쩌면 어른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는 주제도 존 버닝햄의 그림책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면 새롭게 변신합니다.

아이스럽게 생각한다는 것, 쉽게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결코 쉬운 말은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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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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