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

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
책표지 : Daum 책
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

(원제 : Nueve Formas De No Pisar Un Charco)
수산나 이세른 | 그림 마리아 히론 | 옮김 성초림 | 트리앤북
(발행 : 2018/01/31)


“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이라는 그림책 제목이 뭔가 근사하게 느껴집니다. 웅덩이를 건너는데 특별히 무슨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까요? ^^ 그래서 그 방법들이 더 궁금해집니다.

어느새 비가 그쳤네.
비가 오고 나면 공기가 참 상쾌해져. 독특한 냄새도 나고.
어? 달팽이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나.
참 멋진 날이야. 새 옷을 입고 놀러 나가야지.

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

바깥으로 나온 아이는 뭔가 수줍고 설레고 조심스러워 보입니다. 빨간 구두에 새하얀 양말, 하늘하늘한 치마까지 새 옷을 차려입은 아이가 길에서 만난 것은 군데군데 빗물이 고인 물웅덩이들, 혹시라도 웅덩이에 빠져서 젖거나 지저분해지면 어쩌나 걱정되는 아이가 잠시 생각에 잠겼어요.

웅덩이를 밟지 않고 건널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아, 생각났다! 아홉 가지나 되네.

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

하나, 눈과 귀를 모두 가리고 피해 가자

첫 번째 방법은 웅덩이에 빠질까 무서워 아예 웅덩이가 없다고 생각하고 슬쩍 피해서 가는 방법이에요. 귀마개와 눈가리개를 하거나 손으로 눈을 가리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이 방법은 좀 재미가 없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무서운 세상을 피해 가는 방법, 듣지도 말고 보지도 말자! (이불 밖은 위험하니까요.^^)

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

외면하는 방법으로 어찌 첫 웅덩이는 무사히 지나쳐왔지만 앞으로도 길을 걷는 동안 아이는 무수히 많은 물웅덩이를 만나게 될 텐데요. 그때마다 마주치는 웅덩이를 어떻게 건널지 다양하고 기발한 아이만의 방법들이 소개됩니다.

웅덩이 지름이 얼마나 될지 미리 어림짐작해 본 후 발을 쭉 뻗어 웅덩이를 건너는 방법은 훨씬 더 재미있게 웅덩이를 건널 수 있는 정확한 방법이지만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는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말에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원주율이 나오는 순간부터 이미 입에서 No~가 저절로 흘러나오고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지는 이들은 절대로 시도하지 말아야 할 아주 위험한 방법이니까요.^^

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

캥거루 뜀뛰기, 널빤지를 이용한 외나무다리 건너기, 징검다리 건너기, 친구 자전거를 타고 건너기 등등 아이다운 발상으로 웅덩이를 건너는 재미나고 유쾌한 방법들, 비온 다음에 꼭 한 번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전거로 웅덩이를 건널 수 있도록 도와준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가 자전거를 닦을 때 꼭 도와줘야 한다는 충고, 웅덩이를 무사히 건너게 해준 커다란 개에게 따뜻한 초콜릿 한 잔을 주라는 세심한 부탁까지 잊지 않는 아이의 따뜻하고 다정한 마음 앞에 괜스레 흐뭇해지기도 하고요.

하지만 웅덩이를 무사히 건너기 위해 아무리 조심하고 아무리 잘 살펴도 잠시 한눈파는 순간…

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

이제껏 지켜왔던 모든 것은 한순간에 엉망이 되고 말았어요. 얼굴과 머리카락까지 흙탕물을 뒤집어쓰게 된 순간 아이는 아기처럼 엉엉 울음이 터졌어요. 지금까지 얼마나 조심했었는데…… 그래서 더욱 서러울 수 밖에요.

아이가 한참을 울다 문득 돌아보니,

어머나! 친구가 물장난을 하고 있어.
웃고, 노래하고, 소리 지르면서…….
처음엔 날 괴롭히려고 그러는 줄 알았어.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 그냥 신나서 첨벙첨벙대는 거야.
커다란 웅덩이 속에서 말이야.

아이가 웅덩이 앞에서 마냥 차분하고 침착하고 다소 새초롬한 표정이었다면 친구는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고 있습니다. 세상을 다 가진듯한 표정으로요.

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

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이 무엇인지 드디어 알게 된 아이, 이 순간을 맘껏 즐기고 뛰고 첨벙대며 즐겁게 웅덩이와 하나가 되어 뛰노는 아이의 신나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웅덩이를 건너는 방법이 더 있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건 다음에 배울 거야.
지금은 웅덩이마다 첨벙대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게 제일 좋으니까.

차분하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깨알같이 곁들인 유머, 특히나 페이지마다 글과 잘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그림들이 눈길을 끄는데요. 그림을 그린 마리아 히론은 가온빛에서도 소개했던 “침묵 게임에 초대합니다”“나미타는 길을 찾고 있어요”의 작가입니다.

신이 나서 놀러나간 길에 예상치 못하게 만난 다양한 웅덩이들, 그 앞에서 주저하지 않고 이런저런 방법들을 떠올리며 하나씩 난관을 헤쳐 나가는 아이 모습은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어요. 장화 신고 건너기, 장대에 올라타고 건너기, 웅덩이가 다 마른 후에 나가 놀기, 기타 등등 웅덩이를 건너는 방법은 아마도 셀 수 없이 많지 않을까요? 우리들 각자 사는 방법이 모두 다르듯이요. 분명한 것은 어느 순간에도 헤쳐나갈 구멍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순간도 헤쳐 나갈 수 있음을, 심지어 모든 것이 끝났다고 주저앉아 우는 순간에도 또 다른 방법이 남아있음을 우리에게 넌지시 이야기하는 멋진 그림책 “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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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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