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캐니언 :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협곡
책표지 : 인터파크
그랜드 캐니언 :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협곡

(원제 : Grand Canyon)
글/그림 제이슨 친 | 옮김 윤정숙 | 봄의정원
(발행 : 2018/03/19) 

※ 2018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갈라파고스”, “물이 돌고 돌아”,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모든 것을 끌어당기는 힘” 등 기초적인 자연 현상을 다룬 지식 정보 그림책들을 선보여온 작가 제이슨 친은 수억 년의 시간 동안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하고 신비로운 협곡 “그랜드 캐니언”의 생태와 역사를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그림책으로 2018년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했습니다.

미국 남서부 애리조나주에 위치하는 그랜드 캐니언은 길이 약 446km, 최대 너비 약 29km, 골짜기 깊이 1.6 km, 면적 약 4930km²에 달하는 지구에서 가장 크고 깊은 골짜기입니다. 그림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그랜드 캐니언 지도를 만날 수 있어요. 또 한 장을 넘기면 이 거대한 협곡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림과 함께 이해하기 쉽게 보여줍니다. 물이 땅을 파고들어 생긴 골짜기가 수백만 년의 시간 동안 바람과 강물, 모래와 진흙 등 대자연의 힘으로 거대한 협곡으로 변화되는 모습에 저절로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그랜드 캐니언

높이에 따라 기후가 변하는 그랜드 캐니언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어요. 그랜드 캐니언 협곡 바닥을 흐르는 물줄기가 모이는 곳은 콜로라도 강입니다. 이 강물은 500만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땅과 바위를 깎고 파내 오늘날과 같은 형태를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흙이나 바위들이 쌓여 만들어진 그랜드 캐니언의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 비슈누 기반암은 약 18억 4천만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해요. 시간이 흐르면서 그 위에 다른 암석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모습을 이루었어요. 암석층에 새겨진 무늬는 오랜 옛날 이곳이 어떤 환경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그랜드 캐니언을 걷다 보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것처럼
그 암석들을 차례차례 만나게 된답니다.

이른 새벽에 깨어나 도보 여행을 시작한 아빠와 딸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그랜드 캐니언 곳곳의 자연과 생태를 보여주고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요. 위 그림에서 빨간 동그라미를 친 부분이 오늘 두 사람이 보여줄  장소들입니다. 이너 고지에서 시작해 카이바브층 지나 정상까지 액자처럼 생긴 그림틀 안에 메인 이야기를 넣어 아빠와 딸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주요 스토리를 전개하고 그랜드 캐니언에 사는 동식물, 시기에 따라 달리 만들어진 암석층이 만들어진 과정 등의 다양한 정보는 그림틀 바깥쪽에 그림과 도표 등을 이용해 추가 설명을 곁들여 놓았어요. 전체적으로 너무 무겁지 않게 큰 틀 속에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광대하고 세세한 정보들은 가장자리에 넣어 상호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랜드 캐니언 :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협곡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아빠와 함께 여행하던 중 아이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곳에 작은 구멍을 뚫어 호기심의 정체가 무엇인지 연결되도록 했어요. 브라이트 엔젤 셰일층을 지날 무렵 아빠가 잠시 망원경으로 다음 목적지를 살피고 있는 사이 아이가 발견한 것은 삼엽충 화석입니다. 이제껏 보아왔던 동식물들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삼엽충 화석이 몹시나 궁금해진 아이가 삼엽충 화석에 조심스럽게 다가간 순간!

그랜드 캐니언 :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협곡

삼엽충 화석이 시간의 연결고리가 되어 아이를 전혀 다른 세상으로 데리고 갑니다. 넓고 뜨겁고 건조했던 그랜드 캐니언의 언덕은 5억 1500만 년 전에는 바다였어요. 다세포 생물들이 살았던 그 시절 바다에는 해파리와 조개, 껍데기를 가진 최초의 생물 히올리스가 있었고 밑바닥에는 눈을 가진 최초의 동물 삼엽충이 돌아다녔어요.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바다가 브라이트 엔젤 셰일층으로 바뀐 것이죠.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삼엽충 화석을 따라 까마득한 오랜 과거로의 상상 여행, 우리에게는 상상이라 생각할 만큼 오래된 과거지만 삼엽충에게는 현실이었다는 사실이 묘하게 느껴집니다.

오랜 시간 지구에 살다 떠난 수많은 동식물들, 지금 이곳에 살고 있는 동식물들 역시 시간이 흐르면 어떤 운명을 맞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대머리 수리라고 불리는 콘도르는 빙하기부터 지구에서 살았던 동물이지만 지구의 날씨가 따뜻해지고 사람들의 활동이 많아지면서 지금은 멸종 위기에 놓여있다고 해요.

이너 고지에서 출발한 아빠와 아이는 암석층 곳곳을 오르면서 만난 다양한 화석과 함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여행을 이어갑니다. 브라이트 엔젤 셰일층에서 삼엽충 화석을 만나 고대의 바다를 만나고, 허밋층에서 만난 잠자리 날개 화석은 날개 길이만 20센티미터나 되는 2억 8천만 년 전 잠자리를 만나게 해줍니다. 코코니노 사암층에서 본 작은 발자국 화석은 아이를 파충류의 조상들이 살던 곳으로 안내하죠. 그랜드 캐니언의 암석층은 살아있는 지구의 역사입니다.

그랜드 캐니언 :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협곡

수백만 년 동안 이곳 바위들은
바람과 물에 쪼개지고 깎여 나가며
절벽과 언덕이 되었어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장엄하며
수많은 생물이 함께 숨 쉬는 곳,
이곳의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요.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협곡 그랜드 캐니언이에요.

드디어 정상에 도달한 두 사람, 마지막 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것처럼 접지를 펼치면 그랜드 캐니언이 광활한 전경들을 자랑하며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집니다. 마치 우리도 이 여정을 함께했던 것처럼 벅찬 감동이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표지를 펼치는 순간 20억 년 지구의 장엄한 역사가 내 손안에 들어오는 놀라운 그림책 “그랜드 캐니언”, 작가 제이슨 친은 아주 치밀하게 그림책을 구성했어요. 여러 번의 사전 자료 조사와 전문가의 조언을 거쳐 작가 스스로 고민하고 연구한 흔적이 그림책 곳곳에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화석 일부는 전시실에 보관되어 있는 것이고 일부는 주인공 소녀가 지나는 길이 아닌 다른 길에 놓여있다고 합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화석은 모두 그랜드 캐니언에서 발견된 것들로 구성했는데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 그림책 속에 화석을 재배치해서 구성했다고 합니다.

혼자 뚝 떨어져서 시작된 것은 세상에 없습니다. 오랜 시간 속에 함께 어우러져 살고 변화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낸 것이죠. 현재 역시 또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겠죠. 지나간 과거가 현재를 만들고 미래를 그려내는 것일 테니까요.

그랜드 캐니언
(좌) 속표지 달밤의 퓨마/(우)그림책 표지에 등장하는 소녀

속표지 속에는 달밤에 퓨마 한 마리가 계곡을 내려다보고 조용히 앉아있습니다. 그림책 표지에는 정상에 오른 소녀가 놀라운 듯 그랜드 캐니언의 전경을 바라보고 있어요. 두 그림을 연결해 보니 이렇게 마주보는 풍경이 연출됩니다. 대자연 안에 모두가 똑같이 소중한 생명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며 이 거대한 대자연 안에서 우리는 잠시 스쳐 지나가는 하나의 짧은, 하지만 아주 소중한 역사의 한 조각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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