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생명의 날갯짓

철새, 생명의 날갯짓

글/그림 스즈키 마모루 | 옮김 김황 | 감수 황보연 | 천개의바람
(발행 : 2018/10/26)

“바다거북, 생명의 여행”에서 바다거북의 한살이를 통해 생명의 역사를 잔잔하게 보여줬던 스즈키 마모루가 이번엔 드넓은 하늘을 가득 메운 철새들의 날갯짓을 담은 “철새, 생명의 날갯짓”으로 다시 한 번 생명의 숭고함과 자연의 위대함, 그리고 환경의 소중함을 이야기합니다.

철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제비입니다. 우리 때는 제비가 날아오면 ‘이제 봄이구나!’ 하고 느꼈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제비가 여름철새임을 책을 통해서나 배울 수 있으니…… 어쩌면 이런 현실이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철새, 생명의 날갯짓

흥부놀부전에서 은혜 갚기 위해 박씨 물고 온 새여서도 그렇겠지만 우리 어릴 적엔 정말 흔했던 제비의 모습입니다. 아이들과 동네에서 뛰어놀다 보면 벌레를 쫓으며 이리저리 날쌔게 날아다니거나 전깃줄 위에 나란히 줄지어 앉은 제비들의 모습을 참 쉽게 볼 수 있었죠. 처마 밑에 제비가 날아들어 둥지를 틀면 어른들은 제비 똥 때문에 투덜대면서도 굳이 내쫓지 않았고, 아이 녀석들은 알을 낳았는지 들여다 보려고 용을 쓰곤 했었는데 말이죠. 짹짹거리는 새끼들 아가리에 어미가 먹이를 먹여주는 모습들 보면 우리 아이들 신기해 하고 참 좋아했을텐데……

철새, 생명의 날갯짓

작가는 우선 철새들에 대해 아이들에게 하나하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줍니다.

철 따라 이동하는 새가 ‘철새’예요. 이른 봄부터 초여름에 와서 새끼를 낳고 여름을 나면 여름철새예요. 머무르지 않고 그냥 들렀다가 지나가는 새도 있어요. 그건 나그네새고요. 겨울 동안 우리나라 강이나 호수에서 지내고 봄이 되면 다시 북쪽 나라로 날아가는 새가 겨울철새예요.

중백로처럼 큰 새, 숲새처럼 작은 새도 날아와요. 팔색조나 검은지빠귀, 큰꺅도요처럼 보통은 잘 볼 수 없는 새나 메추라기처럼 평소에는 잘 날지 않는 새도 바다를 건너와요. 쇠찌르레기처럼 낮에 떼를 지어오는 새가 있고 황금새, 소쩍새, 쏙독새처럼 천적을 피해 어두운 밤에 오는 새도 있어요.

철새, 생명의 날갯짓

지도도 없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자신이 태어난 숲으로 돌아와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우는 건 살기 좋은 장소와 새끼에게 줄 먹이가 많기 때문이래요. 철새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아니래요. 1만 킬로미터가 넘는 아프리카의 사막을 건너서 유럽이나 시베리에 둥지를 트는 철새들이 400종, 30억 마리가 넘는대요. 아메리카에도 350종, 30억 마리가 넘는 새들이 중남미에서 북아메리카로 날아간대요.

철새, 생명의 날갯짓

날개를 펴면 1미터가 넘는 황무지말똥가리나 터키콘도르처럼 커다란 새에서부터 8센티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붉은목벌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종류와 다양한 크기의 새들이 머나먼 거리를 오가며 살아갑니다.

철새, 생명의 날갯짓

홍부리황새는 나무뿐 아니라 굴뚝에도 둥지를 틀고, 황무지말똥가리는 커다란 나무 위에, 붉은목벌새는 가느다란 가지에, 터키콘도르는 굵은 나무 구멍 속에, 붉은눈비레오는 나뭇가지 갈래에 둥지를 튼다고 합니다. 아메리카쏙독새는 지기와 비슷한 색의 땅을 둥지로 삼고 알을 낳는대요.

철새, 생명의 날갯짓

작은 새는 커다란 새한테 습격당해요. 안개 낀 날, 등대에 부딪히는 새도 있고요. 심지어 커다란 새인 매도 사냥꾼의 총에 맞아요. 옛날, 미국에 50억 마리나 있던 여행비둘기는 사람들이 마구 잡아서 먹거나 깃털 이불을 만들었어요. 결국, 지금은 단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아요. 요즘도 새들은 건물의 유리창이나 풍력 발전기 회전 날개에 부딪쳐요.

※ 여행비둘기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은 “마사, 마지막 여행비둘기”란 그림책 한 번 읽어보세요. 미국을 동서로 횡단하며 살아가던 여행비둘기는 너무 흔해서 멸종된 새입니다. 잡아 먹거나 이불 등을 만들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단지 재미로 누가 더 많이 잡나 시합하기 위한 마구잡이 총질에 희생되었다고 해요. “마사, 마지막 여행비둘기”는 제목 처럼 마지막 단 한 마리 남아 있던 여행비둘기 마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철새, 생명의 날갯짓

자연의 순리에 따라 계절이 바뀌고 그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철새들의 여정은 우리 인간의 손길에 위협을 받곤 합니다. 풍요로웠던 숲이 개발되어 둥지를 틀 장소와 먹을 게 없어지기도 하고, 잠시 머물며 피곤을 풀던 얕은 여울이 시멘트로 메워지는 바람에 허기를 채우고 휴식을 취할 곳을 빼앗기기도 합니다.

철새, 생명의 날갯짓

그래도 새들은 날아가요. 태양과 별과 달을 보고, 지구의 움직임을 느끼고, 바람과 구름의 흐름을 따르고, 공기의 냄새를 맡고, 전에 봤던 산이나 강의 풍경을 기억하면서 헤매지 않고 날아요.

전 세계, 많고 많은 새들이 넓고 넓은 하늘을 날아요. 아무에게도 공격받지 않고 마음 놓을 수 있는 보금자리를 찾아서…….

철새, 생명의 날갯짓

마지막으로 작가는 아이들에게 묻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엄마 아빠들에게 자신의 소망을 이야기합니다.

철새는 왜 한곳에서 살지 않는 걸까요? 둥지를 틀려면 적당한 장소가 필요해요. 새끼를 키우기 위해서는 먹이가 필요하고요. 많은 새가 같은 곳에 있으면 경쟁이 일어날 거예요. 그래서 서로 평화롭게 살기 위해 이동하는 것일 거고요.

해마다, 몇 억만 마리의 새가 긴 여행을 해요. 각자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장소로 가서 깨끗한 새 둥지를 틀고 생명을 낳아요. 사람이 지구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철새는 하늘을 날아 이동했어요. 새들이 자유로이 하늘을 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엄마 아빠가 지금 우리 자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모른다고, 자연과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지키는 방법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기나긴 여정에 오르는 철새들의 삶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새들이 자유로이 하늘을 날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키우며 살아가길 소망한다고……

참고로 “철새, 생명의 날갯짓”은 일본 작가가 일본 생태에 맞게 쓴 그림책임을 감안해서 전문가의 감수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 철새들의 생태 정보에 맞게끔 그 내용을 보완했습니다. 이 책을 감수한 황보연 박사는 조류학과 동물행동학을 전공했고, 국립공원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연구하고 보호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림책 본문에 이어서 철새들에 대해 좀더 자세한 내용을 배울 수 있는 ‘책에서 만난 세계 철새 사전’과 전세계의 철새들의 이동 경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둥지를 향해 가는 세계 철새 지도’가 들어 있어 새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에겐 아주 좋은 자료가 되어줄 듯 합니다.

철새에 대한 생태 정보와 함께 생존을 위해 묵묵히 날갯짓을 하는 새들의 삶을 통해 생명의 숭고함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그림책 “철새, 생명의 날갯짓”이었습니다.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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