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넓은 집

세상에서 제일 넓은 집

(원제 : Always room for one more)
소르카 닉 리오하스 | 그림 노니 호그로기안 | 옮김 최순희 | 열린어린이
(발행 : 2007/07/13)

※ 1966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 1965년 초판 출간


1898년생 글 작가와 1932년생 그림 작가가 54년 전에 만든 그림책 “세상에서 제일 넓은 집”. 재미있는 점은 이 책을 만들던 당시 소르카 닉 리오하스는 67세, 노니 호그로기안은 33세로 두 작가의 나이 차이가 30년도 더 넘었다는 사실. 60대 후반의 소르카와 30대 초반의 노니가 느낀 삶의 의미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인생 대선배는 자신이 제시한 화두에 그림으로 화답한 까마득한 후배의 해석과 그 감성에 만족했을까요?

글과 그림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아주 편안한, 편안하다 못해 맹숭맹숭하기까지 한, 하지만 그 편안함에 푹 젖어드는 그림책 “세상에서 제일 넓은 집”입니다(음… 이게 바로 고전의 매력이겠죠? ^^).

세상에서 제일 넓은 집

분홍빛 히스 가득 핀 들녘 위에 작은 집 하나. 안방과 건넌방 두 칸 오두막에 라키 맥클라클란과 그의 아내, 그리고 열 명의 아들딸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습니다.

“난로 속엔 따뜻한 불꽃이 활활
냄비 속엔 죽도 남아 있으렷다.
마누라, 내 아들딸들아,
비바람도 몰아치는데
우리가 가진 것들 남들과도 나누자꾸나.”

달랑 방 두 칸짜리 집에 열 명이 넘는 처자식들과 살면서도 마음만은 세상 둘도 없이 드넓은 라키 맥클라클란. 비바람이 몰아치려는 듯 하늘 가득 먹구름이 몰려오자 미처 피할 곳 찾지 못한 채 들판을 헤매고 있을 이웃들 걱정이 앞섭니다

세상에서 제일 넓은 집

“여기 방 넓다오. 아, 어서들 와요!
한 사람 더 와도 돼요.
한 사람 더 들어올 자리는 얼마든지 있다오!”

결국 라키 맥클라클란은 오두막을 지나치는 사람들을 이렇게 소리쳐 부릅니다. 그리고 그의 부름에 인근에 있던 이웃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땜장이, 재단사, 뱃사람, 병사, 고기잡이 아가씨, 떠들썩한 아낙네, 광부 넷, 백파이프 부는 루리, 그리고, 산비탈 풀밭의 양치기 소년과 양치기 개까지…

세상에서 제일 넓은 집

이제 더 이상 들어설 자리가 없을만큼 좁은 집 가득 사람들이 넘쳐나지만 라키 맥클라클란은 들판을 향해 몇 번이고 있는 힘껏 외칩니다.

“여기 방 넓다오. 아, 어서들 와요!
한 사람 더 와도 돼요.
한 사람 더 들어올 자리는 얼마든지 있다오!”

좁은 집에 가득 찬 사람들. 몸 돌릴 틈조차 없이 빽빽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불평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윽고 루리가 백파이프를 연주하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흥겹게 춤을 추기 시작하고, 백파이프 소리와 사람들의 몸짓에 서깨래가 들썩들썩하고 사방 벽이 불룩 부풀어 올랐다 쑥 들어가기를 반복합니다. 마치 작은 오두막집도 사람들과 함께 덩실덩실 춤추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죠.

작은 오두막집에서 들려오는 시끌벅적 노래와 춤,
이토록 떠들썩한 잔치는 두번 다시 없을 거네.

세상에서 제일 넓은 집

그때 서까래에서 쿵 하는 천둥소리가 나더니 안방과 건넌방, 사방 벽과 지붕까지 두 칸짜리 작은 오두막이 폭삭 무너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작은 오두막이 견뎌내기엔 찾아온 사람들이 너무 많았던 걸가요?

이젠 더 이상 아무 방도 없다며 빈 터에 주저 않은 사람들. 처음엔 한숨만 푹푹, 불평만 투덜투덜 내뱉더니 시간이 조금 흐르고 마음이 진정되자 모두들 한 목소리로 외칩니다.

“한숨과 불평은 이제 그만!
라키 맥클라클란과 그의 아내와 아들딸들에게
멋진 새 집을 지어 줍시다.”

세상에서 제일 넓은 집

사람들이 힘을 모아 무너진 집터에 새로 지은 집은 먼저 것보다 두 배나 넓고 두 배나 더 높았습니다. 라키 맥클라클란과 그 아내와 아들딸들, 그리고 방금 전까지 그 집 안에서 함께 춤추고 어울렸던 나그네들 모두 다 들어가고도 충분할 정도로 말이죠.

그들에게 잠시 쉴 곳을 아낌 없이 내주었던 라키 맥클라클란과 그의 가족들에게 멋진 집을 선물한 사람들은 신바람이 나서 한 목소리로 외칩니다.

“여기 방 넓다오.
한 사람 더 와도 돼요.
한 사람 더 들어올 자리는 얼마든지 있다오!”

집이 아무리 넓은들 나눌 마음이 없다면 그저 작은 집일 뿐입니다. 비록 작지만 잠시 머물 곳 필요한 이에게 기꺼이 내줄 수 있는 사람이 사는 집이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넓은 집’이겠죠. 요즘 세상에야 내 집을 가족 아닌 타인에게 내준다는 건 현실적이지 않겠지만, 나의 작은 힘이 필요한 곳 필요한 이가 없을지 주변을 돌아보며 살아가는 넉넉한 마음만은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한창 유행하던 ‘빈 의자’란 노래가 문득 떠오릅니다. 신기하게도 가사가 이 그림책의 내용과 딱 맞아 떨어집니다(참고로 “세상에서 제일 넓은 집” 역시 스코틀랜드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오래된 민요라고 합니다). 책가방 메고 신발주머니 휘둘러대며 친구들과 고래고래 목청껏 부르며 돌아다녔던 기억이… 지금 찾아보니 1978년에 발표되었었군요. 무려 41년 전에…(아~ 아~ 아~ 내 나이가 어때서~ ^^)

빈 의자

장재남

서있는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당신의 자리가 되드리리다
피곤한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당신을 편히 쉬게 하리다
두사람이 와도 괜찮소
세사람이 와도 괜찮소
외로움에 지친 모든 사람들
무더기로 와도 괜찮소
서있는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당신의 자리가 되드리리다

서있는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당신의 자리가 되드리리다
피곤한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당신을 편히 쉬게 하리다
두사람이 와도 괜찮소
세사람이 와도 괜찮소
외로움에 지친 모든 사람들
무더기로 와도 괜찮소
서있는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당신의 자리가 되드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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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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