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어쩌면…

(원제 : Maybe…)
글/그림 크리스 호튼 | 옮김 노은정 | 비룡소
(발행 : 2021/01/08)


아이들은 가만히 있을 때가 가장 무섭다고들 하죠.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는데 알 수가 없으니,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도 없고 말이에요. 세 마리 아기 원숭이들의 표정이 딱 그래요. 분명 뭔가 있는데… 엄습해 오는 불안감. 엄마 아빠라면 딱 알아차릴 표정이에요. 너희들, 지금 무슨 생각 하고 있니? 묻고 싶어지는 표정. ^^

간결한 글, 유쾌하고 재미난 그림들… 인간 내면 심리를 그림책 위에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작가 크리스 호튼의 그림책입니다.

어쩌면

엄마가 잠깐 집을 비우면서 아이들에게 당부했어요. 망고 나무 근처엔 무서운 호랑이들이 어슬렁대니까 절대 얼씬도 하지 말라고. 엄마의 걱정스러운 표정과는 완전 대조적인 아기 원숭이들. 자, 우리의 어린 시절을 잠시 소환해 볼까요?

‘망고 나무 근처엔 무서운 호랑이들이 어슬렁대니까 절대 얼씬도 하지 말아라’ 그 시절 어린아이였던 나는 엄마 말씀 중 어떤 말이 귀에 가장 쏘옥 들어왔을까요? 아마도 대부분의 건강한(?) 어린이였다면 ‘망고’에 가장 끌리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떤가요(저만 그랬을까요? ^^). 아기 원숭이들도 저처럼 그랬나 봐요. 무서운 호랑이보다는 달콤한 망고 생각이 더 간절해졌으니까요.

망고 나무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아쉬운걸!

그러게 말이야.
나 망고 되게 좋아하는데.

진짜 아쉽다.

어쩌면… 은 그래서 시작된 일이에요.

어쩌면

망고가 잘 익었는지 슬쩍 보기만 하자면서 나무 아래로 내려가는 아기 원숭이들, 조심스레 나무 타는 모습 좀 보세요. 한밤중 엄마 몰래 뒤꿈치 들고 냉장고로 향하는 아이들 같아요. 그런데 어쩌면 좋아요. 저 아래 잘 익은 노오란 망고가 산더미! 동그란 아기 원숭이들의 눈길을 따라 우리의 시선도 노란 망고에 파파팍 꽂힙니다. 유혹이 너무나 강렬해요.

그런데 이 숲속에는 원숭이 말고 또 다른 눈동자가 숨어있었으니, 엄마가 그토록 주의하라고 신신당부했던 바로 그 무서운 호랑이예요. 나무 사이에 숨어서 아기 원숭이들을 노리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 아기 원숭이들의 머릿속은 온통 망고 생각뿐, 호랑이 따위 안중에도 없죠. 보고만 와야지, 한 개쯤 따먹는 건 괜찮을지 몰라, 달콤한 망고 한 개 맛보고 나니 이성의 끈이 저절로 스르르. 한밤의 비빔밥 딱 한 숟가락만큼이나 위험한 망고.

어쩌면

땅바닥에 퍼질러 앉아 맘껏 망고를 맛보던 아기 원숭이들, 망고 따러 내려온 아기 원숭이들만큼이나 조심조심 살금살금 다가온 호랑이들. 아기 원숭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망고와 호랑이, 달콤한 것에는 언제나 커다란 위험이 뒤따르는 법이죠. 인생은 늘 이렇게 어려운 것투성이예요.

눈동자만으로도 모든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 그림책, 꼭 앞표지부터 뒤표지까지 꼼꼼히 살펴보며 읽어보세요. 앞뒤 면지 그림도 어떻게 다른지 살펴 보시구요. 처음보다 두 번째, 세 번째…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올 거예요. 오늘 호랑이 가족의 식사는 무엇이었을까요? 뒤표지에서 확인해 보세요. 아쉬움 가득한 엄마 아빠 호랑이와 달리 꽤 적극적인 아기 호랑이 모습이 마지막까지 커다란 웃음을 책임집니다.

속 표지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인용한 크리스 호튼의 헌사가 인상적입니다.

결국 직접 해 봐야 비로소 배울 수 있는 법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언제나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기는 법, 할까 말까 망설이다 후회하느니 해버리자. 직접 해 봐야 배울 수 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달콤한 망고를 위해서라면 까짓 인생 한 번 걸어볼 만하지 않나요? ^^

아기 원숭이들의 귀여움 때문에 한 번, 철부지 행동이 걱정스러워 또 한 번, 호랑이들의 공격에 놀라 또 한 번. 그림책을 보는 동안 계속해서 날뛰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감상해야 하는 그림책 “어쩌면…”. 호기심 가득한 아기 원숭이들의 동그란 눈동자가 하루 종일 눈앞에 아른거려요. 노란 망고가 자꾸만 생각나요. 어쩌면 좋을까요. 이 예쁘고 사랑스러운 그림책을.


크리스 호튼의 또 다른 그림책들

아일랜드 출신의 그림책 작가 크리스 호튼,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우리 내면 심리를 재미있게 보여주는 그림책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단순 반복하는 재미난 문장, 대담하고 거침없는 색상, 한 번 보고 나면 ‘아~크리스 호튼!’하고 모두 팬이 되고 말지요.

우리나라에는 현재까지 총 다섯 권의 그림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엄마를 잠깐 잃어버렸어요

엄마를 잠깐 잃어버렸어요

(원제 : A Bit Lost)
글/그림 크리스 호튼 | 보림
(발행 : 2009/02/20)

꾸벅꾸벅 졸다 나무에서 떨어져 엄마를 잃어버린 아기 부엉이. 친절한 다람쥐 아줌마에게 엄마의 모습을 열심히 설명하지만 어딘가 부족한 설명 때문에 매번 엄마 찾기에 실패하고 말아요. 아기 부엉이는 무사히 엄마를 찾을 수 있을까요?

이 그림책은 보림출판사가 크리스 호튼을 우리나라로 초청해 함께 만든 그림책으로 그의 첫번째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2009년 2월 우리나라에서 출간 된 후 2010년 9월 “A Bit Lost”란 제목으로 영어판이 출간 되었습니다.


쉬잇! 다 생각이 있다고

쉬잇! 다 생각이 있다고

(원제 : Shh! We Have a Plan)
글/그림 크리스 호튼 | 옮김 노은정 | 비룡소
(발행 : 2017/01/21)

늦은 밤 새를 잡으러 나선 네 명의 친구들. 눈앞의 작은 새가 행여 눈치챌까 조심조심 발길을 내딛는데… 눈치 없는 막내가 반가운 목소리로 ‘안녕. 짹짹아?’ 작은 새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모두 놀라 막내에게 쉿! 쉬잇! 쉬이잇! ^^ 작은 새를 쫓아 나무 둥지로, 나무 꼭대기로 사방팔방 숲속을 헤매는 어수룩 사인방.

소유하려는 자와 어울리고 싶어 하는 자, 같은 대상을 두고 다른 꿈을 꾸는 한밤의 재미난 추격전, 작은 새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친구 사귀는 법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의미 심장하게 풀어낸 그림책 “쉬잇! 다 생각이 있다고”입니다.


걱정 마, 꼬마 게야!

걱정 마, 꼬마 게야!

(원제 : Don’t Worry, Little Crab!)
글/그림 크리스 호튼 | 옮김 노은정 | 비룡소
(발행 : 2019/07/26)

작은 물웅덩이에 살던 꼬마 게와 아주 큰 게는 어느 날 큰 결심을 했어요. 함께 바다에 가보기로… 따각따각 뽈뽈뽈뽈 크고 작은 바위를 넘어야 하고 찰박 참방 찰박 참방 물웅덩이도 건너야 해요. 물컹물컹 미끌미끌한 바다풀도 헤쳐나가야 하죠. 처음에는 신이 났지만 막상 파도 치는 바다를 만나자 꼬마 게는 움츠러 들고 말았어요. 그러자 아주 큰 게가 곁에서 꼬마 게를 다독입니다. ‘걱정 마, 꼬마 게야!’ 라고 말하면서. 꼬마 게는 이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요? 도전하는 이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낸 그림책 “걱정 마, 꼬마 게야!”입니다.

“걱정 마, 꼬마 게야!” 리뷰 보기


이런! 안 돼, 조지!

이런! 안 돼, 조지!

(원제 : Oh No, George!)
글/그림 크리스 호튼 | 옮김 노은정 | 비룡소
(발행 : 2020/06/27)

해리스가 외출하면서 강아지 조지에게 말했어요. 얌전히 있어야 한다고. 알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지만 집안은 조지를 유혹하는 것 투성이입니다. 군침 살살 도는 케이크, 함께 술래잡기 하기 좋은 고양이, 흙 파고 놀기 딱 좋아 보이는 보드라운 흙이 담긴 화분. 해리스가 돌아왔을 때 집안은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어요. 약속과 욕망 사이 흔들리는 조지. 그런 조지를 해리스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줍니다. 기분 전환을 위해 둘은 산책을 나섰어요. 산책길 역시 조지를 유혹하는 것들 투성이. 조지는 이 아름다운(?) 유혹들을 단호하게 물리칠 수 있을까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사이에서 갈등하는 조지의 모습을 보면서 나를 돌아봅니다. 얼마나 잘 지키고 있나, 어디에서 타협해야 할까? 아, 그러고 보니 세상은 재미있는 것, 하고 싶은 것들 투성이에요. 그러니 우리 아이들 눈에 비친 세상은…?

엄마들은 개구쟁이 조지를 보면서 우리 아이 같다 생각하겠죠.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보면서 우리 엄마가 해리스 좀 닮았으면 하고 생각할 거구요. 우리 사는 세상은 각자의 소망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생각보다 행동이 우선하는 우리 아이들,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봐 주세요. 우리도 그렇게 배우면서 성장했으니까요. 지켜야 할 규칙과 욕망 사이 아슬아슬한 선을 넘나들며 자라는 아이들과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그림책 “이런! 안돼, 조지!”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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