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 : 2021/04/08
■ 마지막 업데이트 : 2022/01/07


모네의 정원에서

모네의 정원에서

(원제 : Linnea i målarens trädgård)
크리스티나 비외르크 | 그림 레나 안데르손 | 옮김 김석희 | 미래사
(발행 : 1994/12/10)

※ 1985년 초판 출간
※ 본 글의 지명, 미술관 등의 명칭은 현재의 표기와 조금 다른 경우도 있지만 책에 나온 그대로 썼습니다.


매주 목요일 소개하는 ‘내 오랜 그림책’은 우리 아이 어릴 적 읽어주었던 책들 중에서 고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소개할 “모네의 정원에서”도 그 중 하나죠. 우리 가족을 파리에 가고 싶게 만들었던 꼬마 아가씨 리네아의 지베르니 여행기, 훌쩍 떠나기 힘든 요즘 꽃 내음 가득한 모네의 정원과 안개 자욱한 센 강의 아침을 느껴보세요.

모네의 정원에서

리네아의 파리 여행은 두툼한 책 한 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리네아는 위층에 사는 블룸 할아버지네 놀러가서 모네에 관한 책을 보는 걸 좋아했어요. 그 책을 하도 봐서 모네의 가족들과 잘 아는 이웃처럼 느껴질 정도였죠. 블룸 할아버지가 모네의 정원에 실제로 가볼 수 있게 되었다는 기사를 전해주었고, 리네아는 저금통을 몽땅 털어서 여행 자금을 마련했습니다(물론 조금 모자라긴 했지만).

수련이 가장 아름답다는 8월에 리네아는 블룸 할아버지와 함께 파리로 여행을 떠납니다.

리네아의 여행 일정

리네아와 블룸 할아버지의 여행 기간은 4박5일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5일간의 일정 먼저 살펴볼까요?

모네의 정원에서

  • 첫째 날 : ‘마르모탕 미술관’에서 수련 그림과 <인상-해돋이>라는 그림을 본 후 수련이 그려진 포스터를 샀어요.
  • 둘째 날 : 모네의 정원이 있는 ‘클로드 모네 기념관’에 갔어요. 호텔에서 생라자르 역까지는 지하철로, 생라자르 역에서 베르농 역까지는 열차를 이용했고, 역에서 지베르니 마을까지는 택시를 탔습니다.
  • 셋째 날 :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이 많은 ‘죄드폼 미술관’과 너무나도 유명한 ‘수련의 방’이 있는 ‘오랑제리 미술관’을 관람했어요.
  • 넷째 날 : 에펠탑 구경을 포기하고 다시 한 번 모네의 정원 있는 지베르니로 갔어요. 리네아의 결정 덕분에 모네의 정원에서 모네의 의붓 증손자인 장 마리 툴구아(Jean-Marie Toulgouat, 화가)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고, 그로부터 모네 가족에 관한 이야기도 듣고 아주 오래된 사진들도 구경할 수 있었어요.
  • 다섯째 날 :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모네의 <센강의 아침>을 닮은 센 강의 해돋이를 본 후 여행을 마칩니다.

모네의 정원에서

리네아와 블룸 할아버지가 묵은 곳은 노트르담 성당이 창밖으로 보이는 ‘에스메랄다 호텔’입니다. 실제로 파리에 있는 2성급 호텔이에요. 리네아가 소개하기를 하도 낡아서 바닥이 내려앉았다고 했는데 1640년에 지어진 곳이라고 하니 그럴 만도 하네요. 현관에 들어서면 “노트르담의 곱추”의 에스메랄다가 춤을 추고 있는 그림이 걸려져 있대요. 호텔 이름은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을 딴 거였군요.

모네의 그림들

모네 이야기를 하면서 그의 그림이 빠질 수는 없죠. 이 책에도 모네의 작품 여러 점이 소개됩니다. 속 표지 첫 장에 각 페이지 실린 그림을 그린 연도와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이 정리되어 있는데, 이 책이 출간된 이후 경매 등으로 변동이 생겼을 수도 있으니 그림 하나 하나 살펴보며 직접 한 번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모네의 정원에서

수련 그림은 멀리서 보면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물감이 덕지덕지 묻어 있을 뿐입니다.

마르모탕 미술관에 있는 수련 그림을 보면서 리네아가 한 생각, 제가 봤어도 똑 같은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그릴 때는 바로 눈 앞에 두고 그릴 수밖에 없었을텐데… 모네는 어떻게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수련으로 보이게끔 그릴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또 그리고… 수많은 노력의 시간 덕분이겠죠?

모네의 정원에서

이 페이지를 보고 있자면 예술가도 세월의 무게를 거스를 수는 없다는 사실에 짠한 생각이 듭니다. 모네는 자신의 정원에 있는 아치교를 수없이 그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위에 나란히 놓은 네 장 한 번 보세요. 같은 풍경을 보고 그린 게 맞나 싶을만큼 느낌이 다 다르죠. 노년에 백내장을 앓아서 저렇게 다른 그림들이 나왔다고 하는군요. 물론, 인상파의 대명사 모네가 자신이 받은 느낌 그대로 그렸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모네의 정원에서

모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모네의 정원이라면 두 번째는 바로 이 ‘수련의 방’ 아닐까요? 우리 가족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 목록 윗자리에서 밀려나본 적이 없는 곳입니다. 오랑제리 미술관에서 독특한 형태로 전시하고 있는 이 수련 그림은 이렇게 책 한 페이지로 봐도 인상적이네요.

모네와 모네의 가족 이야기

미술 학교에서 만난 첫 번째 아내 까미유는 모네가 그림으로 성공하기 전에 결핵으로 사망합니다. 친구 에르네스트가 사업에 실패한 이후 그의 아내 알리스와 자녀들도 모네 가족과 함께 살았다고 해요. 모네의 여생을 함께 한 두 번째 아내가 바로 친구의 아내였던 알리스입니다.

모네의 정원에서

에펠탑을 포기하고 또 한 번 찾은 모네의 정원에서 만난 툴구아 할아버지. 앞에서 일정 소개하면서 모네의 의붓 증손자라고 소개했던 이 사람이 두 번째 아내 알리스와 친구 에르네스트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의 후손이라 ‘의붓’이란 표현을 쓴 겁니다.

화가이기도 한 장 마리 툴구아 할아버지가 리네아에게 들려주는 모네와 모네 가족 이야기도 찬찬히 읽어 보세요.

여행의 기록

모네의 정원에서

모네의 정원에 다녀온 리네아의 멋진 여행 기록. 첫 번째 날 마르모탕 미술관에서 산 수련이 그려진 포스터를 침대 옆에 멋지게 붙여놨네요. 여행하는 동안 모은 그림 엽서, 입장권과 차표, 비둘기 깃털 한 개, 장 마리 툴구아 할아버지의 사진 등등 자신만의 추억으로 만들어낸 게시판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게시판에 붙이지 못한 것들은 보물상자에 담아두었구요. 언제든 자랑할 기회만 생기면 잔뜩 늘어놓고 으스댈 수 있도록 말이죠.

참고하세요

  • 모네 재단 홈페이지 : 모네의 정원이 담긴 사진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 “모네의 정원에서” 홈페이지 : 따로 홈페이지가 있다니 이 책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대충 감이 오시죠? 짤막한 애니메이션도 있으니 한 번 둘러보세요. (※ 이 글을 발행할 때만 하더라도 접속이 됐었는데 2022년 1월 7일 현재 접속이 되지 않습니다. http://www.linneaimalarenstradgard.se/ )
  • ‘리네아의 이야기’ 시리즈 : 오늘 소개한 “모네의 정원” 외에도 “꼬마 정원”“신기한 식물일기” 두 권이 한글판으로 함께 출간되었고 여전히 판매중인 걸 보면 국내에서도 꽤 인기가 있나봅니다.
  • ‘리네아’라는 이름은 ‘린네풀’이라는 식물의 학명에서 따 온 이름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인동초와 같은 과에 속하는 식물이라고 해요.
  • “Claude Monet : Life at Giverny”(Claire Joyes, Thames & Hudson Ltd., 1985) : 리네아가 블룸 할아버지네 가서 보던 모네에 관한 책입니다. 리네아가 소개한 대로 책을 쓴 클레어 조이스와 툴구아 할아버지는 부부였구요.

리네아와 함께 한 지베르니 여행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버킷 리스트에 몇 가지나 추가되었나요?


함께 읽어 보세요

모네의 정원에서

똑같은 제목의 그림책이 지난 1월 새로 출간되었습니다. 카티예 페르메이레가 쓰고 그린 “모네의 정원에서”.

모네가 공들여 손수 가꾼 정원, 계절에 따라 피어나는 형형색색의 꽃들로 가득한 그 아름다운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낸 그림들이 그곳에 꼭 한 번 가보고 싶게 만드는 그림책입니다.

등나무 가득 드리워진 아치교 난간에 비스듬히 기댄 모네가 자신의 정원으로 여러분을 초대하는 그림책, 카티예 페르메이레의 “모네의 정원에서”. 다음 주에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내 오랜 그림책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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