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생일날이렷다
호랑이 생일날이렷다

글/그림 강혜숙 | 우리학교
(2022/01/24)


‘산중호걸이라 하는 호랑님의 생일날이 되어~’ 동요가 생각나는 건, “호랑이 생일날이렷다”란 제목 때문일까요? ^^ 형광 분홍색 바탕에 까만 줄무늬, 형광 노란색 테두리를 가진 현란한 호랑이가 유쾌하게 그려진 표지 그림이 눈에 쏘옥 들어옵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두 눈,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가진 호랑이지만 어쩐지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그 아래 꼬불꼬불 산길 넘어서 생일잔치에 가는 동물 친구들의 모습은 또 어떻구요. 이고 지고 가는 생일 선물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웃음을 짓습니다.

생김새는 달라도
한날한시에 태어난 호랑이 아홉 형제

호랑이 형제들 이야기 들으러
생일잔치에 가 보자꾸나

호랑이 생일날이렷다

떡장수 아주머니 잡아먹은 것으로 모자라 그 집 오누이마저 잡아먹으려다 수수밭에 떨어져 세상을 떠난 첫째 형님은 결국 생일잔치에 오지 못했어요. 떡고물 묻은 호랑이 가죽만 남긴 첫째 형님, 누군지 짐작 가시죠? 호랑이가 등장하는 옛이야기 중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해와 달이 된 오누이'(오누이 이야기)의 호랑이가 바로 호랑이 아홉 형제 중 맏이입니다. 호랑이 가죽에 해와 달 무늬가 선명하게 찍혀있네요.

식탐 많아 보이는 커다란  호랑이를 둘러싼 화려한 형광빛 수수 알곡들의 사라락 거리는 속살거림이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강렬하면서도 화려한 형광 분홍색이 경쾌하고 또 힘차게 느껴집니다.

호랑이 생일날이렷다

우르릉 귀신에 놀라 도망치다 꼬리가 기다랗게 된 둘째 형님, 잔치에 오기는 했는데 차려놓은 음식은 건들지도 않고 주변만 두리번두리번 살피는 걸 보면 우르릉 귀신에게 호되게 당한 모양입니다.

친숙하면서도 어딘가 어리숙한 표정이 압권인 민화 ‘까치 호랑이’를 쏙 빼닮은 호랑이 그림이 웃음을 안겨줍니다. 고양이 같은 얼굴을 하고 슬쩍 돌아앉은 겁먹은 호랑이를 보고 있자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지요.

호랑이 생일날이렷다

알밤에 맞고 송곳에 찔리고 멍석에 도르르 말려 강물에 풍덩 버려졌던… 셋째 호랑이 형님은 팅팅 부은 얼굴로 잔치에 왔어요. 아침 일찍 팥죽 쑤는 할머니 댁에 다녀온다더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분명 우리는 이야기 속 그 호랑이, 끝장이 난 줄 알았는데… 다행히(?) 살아서 생일잔치에 참석을 했습니다.

핑계 없는 무덤 없고 사연 없는 인생 없다고 했던가요? 호랑이 아홉 형제의 이야기는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세상 무서울 것 없어 보이는 그야말로 산중호걸 호랑이로 태어났지만 그들에게도 세상살이는 만만찮습니다.

호랑이 아홉 형제 이야기는 잘 알려진 옛이야기 속 친숙한 호랑이 이야기입니다. 오랜 세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으며 여기까지 함께 해온 그들의 이야기가 움찔움찔 꿈틀거리며 생명력 가득한 모습으로 그림책 속에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그림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잔치에 초대된 손님이 되어 보는 거예요. 옛이야기만큼 배부르고 기분 좋아지는 이야기가 또 있을까요? 맛있는 이야기 먹고 마음 든든한 한 해를 보내는 거죠.

호랑이 생일잔치에서 듣는 호랑이 아홉 형제의 파란만장 인생사 “호랑이 생일날이렷다”, 아홉 가지나 되는 호랑이 옛이야기, 뭐가 있을까? 궁금하다면 그림책을 꼭 읽어 보세요. 여기에 나오지 않은 호랑이 이야기 또 있나  아이들과 이야기 나눠보시구요. 원본을 알고 보면 더 재미난 그림책입니다.


호랑이해에 읽는 호랑이 그림책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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