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절대로!
(원제 : Même Pas En Rêve!)
글/그림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 옮김 나선희 | 책빛
(2022/03/30)
시큰둥한 표정으로 나뭇가지에 누워있는 귀염둥이 파스칼린을 보면서 “절대 절대로!”의 뜻을 헤아려 봅니다. 절대 절대로 안 먹어, 절대 절대로 안 잘 거야! 절대 절대로 안 놀아… ‘절대’라는 말은 아이들에게는 마법 같은 단어이기도 해요. ‘절대’를 넣으면 안 먹어, 안 놀아 보다는 훨씬 강력한 의지를 담은 표현이 되거든요. 엄마 아빠를 주춤하게 만드는 표현이랄까요. ^^
“절대 절대로!”는 절대로 학교에 가지 않겠다는 꼬마 박쥐 파스칼린의 이야기예요. 싫은 건 절대 하지 않는 파스칼린, 애벌레도 두꺼비도 다람쥐도 고슴도치도 모두 학교에 가는 날이지만 파스칼린은 커다란 목소리로 엄마 아빠에게 소리쳤어요. 절대 절대로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그 목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엄마 아빠는 땅콩만큼 작아져 버렸어요. 파스칼린은 작아진 엄마 아빠를 날개 밑에 숨긴 채 학교로 달려갔어요.
작아진 엄마 아빠가 소리쳤어요. ‘오, 안 돼! 안 갈 거야~’라고. 방금 전 파스칼린이 했던 것처럼요.
학교 앞 풍경에 슬그머니 웃음이 나옵니다. 3월 초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앞에서 많이 보던 풍경이지요. 지옥의 문으로 입성하는 것 마냥 서럽게 울어대는 아이들, 반갑게 아이들을 맞이하는 선생님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표정입니다. 그 뒤에서 빙그레 웃고 있는 파스칼린. 엄마 아빠가 함께 왔기에 마음 한구석 든든해서일까요?
그날 파스칼린은 아주 씩씩하고 야무지게 학교생활을 해냈어요. 울지 않고 또박또박 자신의 이름을 말했고 노래도 잘 따라 불렀지요. 단지 파스칼린 날개 밑에 숨어있는 엄마 아빠가 좀 말썽이었어요. 선생님의 칭찬에 웃음을 터뜨리는가 하면 노래를 부르는 시간에 작은 목소리로 따라불러 파스칼린이 오해를 사도록 한 것처럼요. 날기 시간에는 어지럽다면서 파스칼린을 날지 못 하게 했고 점심시간에 엄마는 시금치 수프를 거부해 파스칼린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어요. 아빠는 욕심을 부리다 시금치 수프에 풍덩 빠져 파스칼린을 난감하게 했구요.
엄마 아빠만 없었다면 아주 완벽한 하루였는데 아, 엄마 아빠가 파스칼린의 학교 첫날을 망쳐버렸네요. ^^
학교가 끝났을 때는 아무도 데리러 오지 않아 파스칼린은 눈물을 흘려야 했어요. 다들 자신을 데리러 온 부모에게 안겨 볼을 비비고 뽀뽀를 했는데 파스칼린은 그럴 수가 없었으니까요.
학교에 절대 절대로 가기 싫다며 아침 내내 생떼를 부리던 파스칼린, 막상 학교에 가보니 나름 괜찮은 하루였습니다. 그러니 내일부터는 학교에 잘 갈 수 있을까요? 남은 이야기는 그림책으로 감상해 보세요. ‘절대 절대로’가 절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아요. 재미있는 건 마지막 ‘절대 절대로’라고 말한 파스칼린의 말에 엄마 아빠 얼굴이 더 초조해 보인다는 사실!
거꾸로 박쥐 이미지를 잘 살려 무엇이든 반대로 하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을 잘 담고 있어요. 파스칼린이라는 톡톡 튀는 이름, 독특한 색상으로 그려낸 꼬마 박쥐라니, 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파스칼린입니다.
새로운 세상에 한 발 들여놓는 아이 마음과 부모의 마음을 사랑스럽게 담아낸 그림책 “절대 절대로!”, 아이가 다섯 살이면 엄마 아빠도 다섯 살이 된다고 하죠. 돌아보니 저도 제 아이가 처음 학교 갔을 때 아이보다 제가 더 초조했던 기억이 납니다. 인생을 두 번 살고 있습니다. 내 인생 한 번, 아이와 함께 또 한 번. 그래도 여전히 세상은 서투르기만 하니 영원히 다섯 살 파스칼린의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 처음의 설렘과 두려움을 담은 그림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