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요

잠을 자요

(원제 : Dyrene Sover)
셰르스티 안네스다테르 스콤스볼 | 그림 마리 칸스타 욘센 | 옮김 손화수 | 책빛
(2021/11/30)

※ 2022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시간이 쌓이고 밤이 찾아오고 그렇게 또 잠이 찾아오는 모습을 표현한 표지 장면을 바라봅니다. 엎드려 누워있는 아이 위로 동물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어요. 모두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아이 위로 층층이 포개어 잠든 모습이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세상 모두가 안심하고 자라고 아이를 꼭 안아주는 듯한 그런 느낌이에요.

맨 위쪽에서 완전히 늘어져 잠든 호랑이는 피곤한 하루를 보낸 엄마 아빠의 모습처럼 보여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동물의 왕이라 불리는 사자는 혀를 쏙 뺀 채 고양이처럼 잠들어 있어 웃음을 안겨주고 있지요.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정작 잠자리에 들어야 할 아이는 한쪽 눈을 살짝 뜨고 있어요. 그 모습에 또 한 번 웃고 말았어요. 육아 경험이 있는 분들은 다들 공감하시죠? 아이 재우기가 얼마나 힘든지.

잠을 자요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 시간입니다. 엄마가 보에게 이제  잘 시간이라고 말하자 보가 이렇게 말했어요.

“난 벌써 자는걸요!”
“그게 무슨 말이니?”
“난 앵무새예요.”

소파 팔걸이 위에 한쪽 발로 서서 앵무새 흉내를 내는 보. 그 앙증맞은 작은 발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옵니다.

“앵무새는 한쪽 다리를 들고 자요.”
“맞아, 앵무새는 한쪽 다리를 깃털 속에 숨기고 자지. 그렇게 하면 발이 시리지 않거든.”

엉뚱한 아이의 말에 엄마의 다정한 답변이 참 따스합니다. 안정을 취하고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 엄마는 아이를 억지로 재우느라 감정과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 보가 바라보는 세상을 그대로 인정해 줍니다.

잠을 자요

엄마는 아기 앵무새에게 간식까지 챙겨주었어요. 앵무새처럼 조잘조잘 대며 블루베리와 오트밀  간식을 맛있게 먹은 보는 이제 배부른 곰이 되어 식탁 밑으로 기어 들어가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몸을 웅크립니다. 그렇게 곰에서 해달로, 바다코끼리로, 기린으로, 박쥐로, 비단뱀으로…

간식을 먹으러 가는 앵무새로 변신한 장면에서 깃털 색깔이 엄마가 입고 있는 옷, 보가 입고 있는 옷과 똑같아요. 이렇게 엄마는 아이의 상상 속에서 아이와 함께 동물로 변신해 보가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든든하게 보를 바라봐 주고 지켜주고 있어요.

잠자리에 들기까지 온갖 동물로 변신하는 보, 그리고 보와 함께 야생의 공간으로 함께 변신하는 집. 거실 소파를 거쳐 부엌으로, 2층 욕실로, 보의 방으로 다양하게 바뀌는 아늑하고 따뜻한 밤의 공간을 화려한 색감으로 표현한 마리 칸스타 욘센의 그림으로 감상해 보세요.

그렇게 한바탕 엄마와의 변신 놀이를 즐긴 보는 엄마의 따뜻한 사랑 속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온 세상이 함께 잠들었습니다. 드디어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잠을 자요

“잠을 자요”는 잠자리 그림책의 일반적인 고정관념을 깨고 표지부터 화려한 색상으로 밤을 표현하고 있어요. 그림 위에 어두운색을 살짝 덧칠해 시간의 흐름 속에 스멀스멀 밤이 찾아오는 것처럼 보이도록 근사하게 표현했지요.

아이들은 잠을 이별로 느낀다고 합니다. 잠을 자기 위해 적막감 속에서 눈을 감으면 온통 새까만 세상, 그 세상에서는 사랑하는 아빠와 엄마도 볼 수 없고 좋아하는 것들도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잠자리에 드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잠은 또 다른 환상 세계로의 여행이라고 다정하게 말하는 그림책 “잠을 자요”, 셰르스티 안네스다테르 스콤스볼(와, 이름 길고 어렵죠?)의 따뜻하고 안정적인 이야기 구조, 마리 칸스타 욘센의 자유로운 선과 화려한 색감이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여러분에게 밤은 어떤 색상인가요? 꿈은 어떤 모습인가요? 뒤표지에서 보의 꿈을 감상해 보세요.

※ 그림책 속에서 작가 마리 칸스타 욘센 찾기

잠을 자요

지난 4월, 가온빛 북클럽에서 마리 칸스타 욘센 그림책을 함께 읽었어요. 그때 이 그림책의 뒷 면지에서 작가 마리 칸스타 욘센을 찾아냈지요. 보가 잠든 옆집, 책상에 앉은 채 잠든 이가 마리 칸스타 욘센으로 보입니다. (마리 칸스타 욘센의 사진을 보실 분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그림을 그리다 잠든 그녀의 머리 색깔이나 위로 올려 묶은 모양도 그렇구요. 결정적으로 책상 위에 토끼 그림을 그린 것이 그녀라는 확신의 이유였습니다. 마리 칸스타 욘센의 그림책에는 토끼가 자주 등장하죠. “안녕”, “3 2 1”,“터널”,  모두 토끼가 등장합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 엄마와 아들, 딸과 아빠는 잠자기 전 풍경이 어떻게 다를까?

잠 잘 시간

잠잘 시간

(원제: Leggetid)
프로데 그뤼텐 | 그림 마리 칸스타 욘센 | 옮김 손화수 | 책빛
(2021/01/30)

마리 칸스타 욘센의 잠자리 그림책이 또 한 권있습니다. “잠을 자요”가 엄마와 아들의 밤 풍경을 담고 있다면 “잠잘 시간”은 아빠와 딸의 밤 풍경을 담고 있는 그림책입니다.

“아빠, 책을 쓰려면 먼저 뭘 해야 하나요?”
“글쎄, 그런 생각을 하기엔 시간이 너무 늦었구나.”
“그럼 이 책은 어떻게 시작하나요?”
“그 책은 내일 읽어 주면 어떨까?”

잠자기 전 끊임없이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엄마와 달리 살짝 귀찮아하는 아빠의 모습은 절로 웃음을 자아내게 하지요.

잠자리에 들 시간, 책 속 세상과 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아빠와 딸의 이야기“잠잘 시간”, 환상적인 밤의 풍경이 사랑스럽게 그려진 그림책 두 권을 함께 읽어보세요.


잠자리 그림책 – Bedtime Story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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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경
고영경
2022/11/25 12:15

마리 칸스타 욘센의 그림책은 천천히, 여러 번 보게 됩니다.<잠을 자요>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이 글을 보니 어서 보고 싶어집니다. 아이의 시선으로 공감하는 엄마의 대사와 아이의 행동이 나머지 부분에서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지 기대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가온빛지기
Admin
2022/11/26 16:56
답글 to  고영경

고영경님 반갑습니다!
마리 칸스타 욘센 그림책은 말씀대로 천천히, 그리고 자꾸자꾸 보고 싶어지는 묘한 매력이 있어요.

Last edited 1 year ago by 가온빛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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