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어느 누구도 보지 못했지.
낡은 불자동차도,
구멍 난 옷도.

만약에 코끼리 아저씨 코에서
더 이상 물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거나,
낡은 불자동차가 흔들흔들한다고 해도,

그래도 괜찮을 거야.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니까.

위태위태한 사다리 끝에 올라선 것으로도 모자라 결국 자신의 긴 코를 써서 불을 끄는 코끼리 소방관. 부족한 지원과 열악한 근무 조건 속에서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 하는 우리 소방관들의 모습입니다. 현실의 소방관들은 그림책 속 코끼리 소방관처럼 신체적 장점을 갖고 있지도 못합니다. 그저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입니다. 위험한 상황에서 당연히 두려움과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우리와 다른 것은 단 한 가지, 사명감뿐입니다.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이라는 사명감 하나로 뜨거운 불길과 시커먼 연기 속으로 뛰어드는 그들입니다. 그들의 헌신에 늘 감사해야 하고, 그들의 희생이 바로 우리를 위한 것임을 단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사실 우리 시민들은 그들의 노고에 늘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아버지와 어머니고, 또 누군가의 아들 딸인 그들을 우리는 단 한 순간도 잊지 않고 살아갑니다. 그들의 희생과 헌신에 무감각한 것은 오직 정치하는 자들뿐입니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단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더 구하려고 애썼던 그들에게 모든 책임을 덮어 씌우고 그날 그 현장을 지휘했던 소방서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형사 입건한 자들이야말로 그날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는 자들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화재나 재해 현장에서 위급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소방관들. 고정순 작가는 그들이 오늘 하루도 무사히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한 가지를 더 바라고 응원해야 합니다.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고 있거나 폭압적인 압수 수색과 조사를 받고 있는 소방관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지켜내야 합니다.

소방관들 모두 구속하고 처벌하고 나서 ‘그래도 괜찮을 거야.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니까.’ 할 건가요? 아니면 그들이 국민들의 지지와 응원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지켜줄 건가요? 이제 우리가 그들을 지켜줄 차례입니다. 그들을 지키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입니다. 그들을 향한 부당한 수사를 중단하고 진짜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우리 힘을 모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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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글/그림 고정순 | 노란상상
(2019/07/29)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사명감 하나로 맡은 일을 해나가는 소방관들의 대가 없는 희생에 익숙해진 우리들을 통렬하게 꾸짖는 그림책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는 우리의 안전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소방관들을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또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해줍니다.

예산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아서 고가의 장비들을 자비로 구입해서 산다는 등의 보도들을 접하며 안타까웠던 작가는 불보다 더 무서운 현실이 제발 조금씩 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소방관 아저씨는 뜨거운 불구덩이에서 우리를 구하는 천사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희생은 당연했고 문제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여겼다. 목숨을 걸고 불로 뛰어드는 그들도 가족 곁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사람’이다.

오늘도 무사하길 바라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보낸다. 불보다 더 무서운 현실이 이제 조금씩 달라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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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영
나혜영
2022/11/23 10:14

서명했어요. 감사합니다

가온빛지기
Admin
2022/11/26 16:49
답글 to  나혜영

나혜영님 반갑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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