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랭떡집

호랭떡집

글/그림 서현 | 사계절
(2023/01/27)


떡으로 만든 호랑이 얼굴이 재미있어요. 무지개떡 위에 가래떡, 꿀떡, 네모난 절편, 아이들과 떡 이름 맞추기 놀이하면 재미있겠네요. 미리 떡을 준비해두었다 그림책 다 읽고 꺼내 먹어도 좋을 것 같고요. 이렇게 재미있는 그림책 신나게 읽고 나면 분명 출출해질 테니까요.

호랭떡집이라는 친근한 제목에 이끌려 한 장을 넘기면 글자들이 춤을 추면서 우리를 맞이합니다.  쫄깃쫄깃 맛있는 떡~ ♬ ♪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는 떡, 깨 넣으면 깨떡 밤 넣으면 밤떡 ♪♪~~…… 꼬불꼬불 고갯길 따라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떡 배달을 가는데…

호랭떡집

크르르르르도 아니고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앙도 아니고 꼬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하며 배고픈 호랭이 한 마리가 나타나 떡 하나 달라 졸라댔지요. 배달 아저씨가 옛다 하고 던진 떡 맛에 반한 호랑이는 그길로 하산하여 떡집을 차렸다죠. 이름하여 “호랭떡집”.

내가 먹을 떡 내가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떡을 만들었으니 호랭이 떡 맛이 대단할 수밖에요. 어느 날 지옥으로부터 염라대왕 생일 떡 케이크를 주문받게 되었습니다. 호랭이는 온정성 다해 떡 케이크를 만들어 지옥으로 떡 배달을 갔어요. 한눈에 봐도 심상찮아 보이는 지옥문이 활짝 열리고 지옥으로 들어선 순간!!!호랭떡집

말 그대로 지옥문이 열리고 말았습니다. ^^

호랭이가 들고 간 떡 때문에 온갖 귀신이 깨어났어요. 떡? 떡, 떡!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소리치며 달라붙는 온갖 귀신들. 세상 없이 무서운 호랭이도 지옥 귀신들 앞에서는 그저 힘없고 초라한 약자일 뿐입니다. 여러 장에 걸쳐 여러 컷으로 분할한 화면을 넣어 이리저리 쫓기고 도망치는 호랭이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어요.

떡 내놓으라며 쫓아가는 귀신들은 웃고 도망치는 호랭이는 울고 그 와중에 점점 작아지는 떡을 보면서 내 떡을 잃는 것 같아 마음은 안타까워지고.

호랭떡집

이리저리 다 뜯기고 고물 부스러기만 남게 되자 호랭이는 남은 떡고물을 발라 스스로 염라대왕 생일 떡인 척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다음은? 그다음 일이니까… 뭐 어떻게든 되겠지… 그런 마음이었을까요?

대문 접지가 활짝 펼쳐지며 커다란 화면이 나타나고 레드 카펫 촤라락 펼쳐진 길로 호랭이 생일 떡이 들어갑니다. 드디어 염라대왕님의 생일잔치가 시작된 거예요. 생각했던 것보다 순둥순둥(?)하게 생긴 염라대왕은 침을 꿀꺽 삼기면서 호랭이 꼬리를 한입 베어먹었어요.

아프다 아파 너무 아파 호랭 살려! 이러다 진짜로 죽겠네!

엄청난 고통에 온몸이 배배 꼬인 호랑이가 빙글빙글 돌고 돌고 또 돌고… 세상이 돌고 돌고 돌고 잔칫집에 모인 요괴들도 돌고 돌고 돌고… 염라대왕 생일잔치는 어떻게 마무리될까요? 호랭이는 무사할 수 있을까요? 호랭떡집은 무사할까요?

서현 작가 그림책을 읽을 때는 준비 운동이 필요해요. 화장실에 다녀와서 시원한 물 한 잔 마시고 양팔 크게 벌려 위로 쭉쭉 아래로 쭉쭉, 천천히 허리를 오른쪽으로 돌리고 왼쪽으로 돌리고 이제 자리에 앉습니다. 입을 크게 벌려 아에이오우 몇 번이고 되풀이하세요. 등에 쿠션을 잘 받쳐놓고 그림책을 열어줍니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그림책 속으로 입장하세요. 키득키득 웃고 웃다가 등을 쿠션에 쿵쿵 들이받으며 즐겁게 즐겁게 온몸으로 그림책을 읽는 거예요. 이 책의 교훈? 따위 생각할 필요도 이유도 없어요. 즐거움 그 자체가 이 책을 읽는 이유니까요. 🤣

오싹하면서도 즐겁고 맛있고 흥겨운 그림책 “호랭떡집”, 떡집 앞에서 우리는 모두 공평해요. 크든 작든 힘이 세든 약하든 누구라도 차례차례 줄을 서서 내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림책 다 읽었으니 이제 우리도 미리 준비해 둔 떡 먹으러 갈 시간이에요. 지옥 귀신도 요괴도 반한 우리 떡!

그림책 마지막 페이지에서 반가운 얼굴들과 인사 나누는 것도 잊지 마세요~ 그동안 서현 작가가 그려낸 작품 속 캐릭터들이 호랭이 떡 맛 한 번 보려고 호랭떡집 앞에 길게 줄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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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민
오수민
2023/07/27 00:26

읽고 싶어서 몸이 비비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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