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 좋은 이유

그림책이 왜 좋은가요?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가온빛지기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어떤 그림책이 좋은 그림책인가요?’에 대한 해답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한 번 정리해봤습니다. 세 명의 가온빛지기들이 각자 답변한 그림책이 좋은 이유들을 정리해보면 여섯 가지 정도로 요약이 됩니다.

  1. 그림이 주는 편안함, 이야기의 즐거움, 책이 주는 물리적 심리적 안정감
  2. 함축된 이야기 속에 담긴 인생의 본질
  3. 위로와 성찰을 통해 잃어버린 삶의 가치 회복
  4. 다양한 비유와 상징을 통해 보는 읽는 재미 읽는 즐거움이 가득
  5. 섬세한 심리와 복잡하고 오묘한 감정의 시각화를 통한 위로와 치유
  6. 인물, 과학, 생태, 예술과 문화, 사회 이슈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깊이 있는 정보 전달

이렇게 개념적으로만 설명하는 건 아무래도 와닿지 않을 것 같아서 가온빛지기들끼리 이야기 나눈 내용을 아래 여덟 권의 그림책이 담고 있는 매력들을 통해 다시 정리해봅니다.

그림책 왜 좋은가요?

유머와 성찰

무대 위에 펼쳐지는 한 편의 연극처럼 한 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긴장과 웃음, 반전의 재미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그림책 “꽃을 선물할게”. 곰과 무당벌레가 주고 받는 대화나 서로의 입장을 토로하는 독백에는 유머와 위트가 넘칩니다. 삶과 죽음을 두고 곰, 무당벌레, 거미 간에 얽힌 복잡 오묘한 관계는 어쩌면 모순 투성이인지도 모르는 우리 삶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합니다. 팽팽한 긴장 속에서 위기와 갈등이 풀려가는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이럴 때 나라면…?’하는 질문을 되새기며 나 자신의 삶과 나를 둘러싼 주변인들과 나와의 관계 등을 돌아보게 됩니다.

함축된 이야기 속에 담긴 인생의 본질

단조롭게 반복되는 삶 속에서도 부지런히 살아가는 농부 가족의 소박한 삶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 “달구지를 끌고”. 농부가 자기네 가족들이 쓸만큼을 남겨 두고는 모든 것을 다 팔고 다시 한해를 준비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안분지족의 마음이자 올 겨울 따뜻하고 넉넉하게 보낸 후 내년 한 해 또 열심히 일하겠다는 소박하지만 굳은 의지겠죠. 그런 농부에게서 우리 삶을 채우기 위해서는 우선 나 자신을 비워낼 수 있어야 함을 배웁니다.

건전한 삶의 가치

다른 친구들이 모두 싫어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다고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 카밀라를 통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돌아보게 해주는 그림책 “줄무늬가 생겼어요”. 자기 표현이 서툰 아이가 겪는 재미난 에피소드를 통해 나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정서

우리의 옛날 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와 서구의 옛이야기 ‘빨간 모자’를 섞어놓은 듯한 “늑대 할머니”는 빨간색 테두리의 프레임으로 늑대와 아이들의 심리적 거리를 나누고 흐릿하고 음침한 배경 속에서 서로를 속이려는 늑대와 아이들의 강렬한 눈빛으로 이야기 속에 긴장감을 더욱 팽팽하게 불어넣어 줍니다. 악을 상징하는 늑대는 어쩌면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욕망이나 탐욕의 다른 모습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지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에는 우리 민족 특유의 정서와 해학, 삶의 희로애락, 권선징악적 요소가 담겨 있어요. 이종미 작가가 그려낸 “해님달님”은 세세한 배경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독특하게도 호랑이에게 집중하고 있어 마치 해와 달이 된 사연 보다는 수수밭이 붉은 이유에 촛점을 맞춘 것처럼 보입니다. 지금껏 알고 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이 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은 또 어떤 정서적 자극을 받게 될까요?

옛이야기는 어린이를 경이로운 세계로 여행하게 한 후 마지막에는 가장 안도감을 주는 방법으로 어린이를 현실 세계에 데려다 놓습니다. 옛이야기를 구성하는 환상에 빠져들다 보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옛이야기에 자기 삶을 비추어보게 됩니다. 옛이야기의 희로애락 정서 속에서 성장한 아이는 그 자체로 건강하고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합니다.

마음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묘사

조원희 작가의 “미움”은 무심코 튀어나온 말 한 마디로 인해 시작된 미움이란 감정을 통해 보이지 않는 우리들의 마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그것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도와주는 그림책입니다.

두 아이의 행동과 표정의 변화에 최대한 집중한 그림들을 따라가다보면 다른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 그것이 내 마음에 어떤 지옥을 만드는지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엔 한 발짝 뒤로 물러나 감정을 추스르는 지혜를 배우게 되죠.

인생에 관한 질문

앞 뒤로 보는 독특한 구성과 유머러스한 이야기, 숨은그림찾기처럼 행운 씨와 불운 씨 두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그림이 어우러져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푹 빠져들게 만드는 그림책 “행운을 찾아서”. 행운과 불운은 어쩌면 우리의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운은 늘 우리 곁에 머물지만 이것을 행운으로 바꿀지 불운으로 바꿀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는 게 아닐까요?

지적 탐구에 대한 자극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고 하지만 모든 걸 눈으로 일일이 확인하며 산다는 건 사실 불가능하죠. 그런데 그림책은 이 걸 가능하게 해줍니다. 20여 종의 동물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로볼 수 있게 도와주는 그림책 “동물은 어떻게 세상을 볼까요?”처럼 말이죠. 플랩북인 이 책은 동물들의 눈 부분에 있는 덮개를 열면 그 동물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좋은 그림책의 조건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좋은 그림책의 조건으로 다섯 가지 정도를 들 수 있을 듯 합니다. ‘좋은 그림책의 조건’이라기보다는 가온빛지기들이 ‘가온빛 추천 그림책’ 선정시 고려하는 체크리스트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1. 재미있는 그림책
  2. 그림이 아름다운 그림책
  3.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독자들에게 해석의 자유를 부여하는 그림책
  4.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는 그림책
  5. 보편적 가치와 정의, 평등과 나눔, 함께와 연대를 지향하는 그림책

좋은 어린이 책 고르는 노하우 10가지


※ 본 글은 2021년 6월 23일에 발행한 <가온빛 레터 플러스> 8호에 실렸었던 내용을 다시 정리한 글입니다. 월 2회 발행하는 <가온빛 레터 플러스> 구독 원하시는 분은 아래 배너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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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정
최혜정
2022/10/17 09:36

길지 않은 글 속에 그림책의 의미를 아주 잘 표현한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이 선주
Editor
2022/10/18 19:59
답글 to  최혜정

감사합니다.최혜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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