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8일부터 25일까지 도착한 그림책 선물 정리합니다. 참고로, 매주 목요일 오후 2~3시 경에 사서함을 확인합니다. 이번 주에 발송했더라도 사서함 확인 이후 도착한 책은 다음 주에 ‘그림책 선물’에 게재됩니다.

※ 아직 리뷰 전이라 그림책에 대한 설명은 출판사의 소개 내용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조용한 밤

조용한 밤

글/그림 한성민 | 사계절
(발행 : 2018/10/12)

조용한 밤, 그곳의 평온한 시간

태양의 열기가 사그라들고 달이 떠오르는 한밤, 아프리카의 워터홀로 하나둘 동물들이 모여듭니다. 목마른 동물들이 물을 마시는 단순한 행렬이 이어집니다. 인간이 개입되지 않은 자연의 모습. 카메라의 시선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찍듯, 멀찍이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 경이로운 한밤의 풍경이 천천히 마음에 스며들어 옵니다.

암묵의 동의로 함께하는 밤, 한밤의 경이로운 공존

조용한 밤, 가장 먼저 새가 날아옵니다. 뒤를 이어 코끼리 세 마리가 차례차례 등장합니다. 물을 마시러 왔습니다. 멀찍이 기린이 보입니다. 코뿔소가 찾아오고, 혹멧돼지도 찾아옵니다. 그때까지도 기린은 좀처럼 다가오지 않지요.

하이에나가 다가오자, 코끼리는 귀를 펄럭이고 코를 휘둘러 하이에나를 위협합니다. 예민한 기린은 그제야 워터홀로 다가옵니다. 목마름을 채우기 위해 워터홀로 다가가는 그 순간, 그들은 이미 각자가 갖춘 존재감으로 자연스레 도움을 주고받으며 상생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평온한 시간이 지나고 다음 날, 새가 이야기해 주기를, 모두 물러간 짙은 밤에는 사자들이 다녀갔답니다.

여느 밤과 같았을 그 하룻밤, 이들이 보여주는 세계는 경이롭기 그지없습니다. 누구도 해치려 하지 않고 정적 속에서 어떤 암묵의 동의로, 그저 그 자리에 함께 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습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공존의 기본이자 전부일지 모릅니다.

확장된 공간, 짙은 정적의 시간이 주는 몰입
섬세한 페이퍼커팅 세공과 종이의 본래 빛깔들

“조용한 밤”은 기다란 책의 책장을 위로 넘기는 형식의 그림책입니다. 대상이 등장하는 장면은 책의 하단에 배치되어 있고, 책의 상단은 짙은 어둠과 글의 공간입니다. 어둠의 빈 공간이 확장된 만큼, 그 공간에는 짙은 정적의 시간이 생깁니다. 시적인 텍스트는 영화의 엔딩 크레딧처럼 책장을 넘길수록 조금씩 위로 움직입니다. 이 그림책의 모든 요소는 책을 보는 그 시간, 그 순간에 충분히 몰입하여 감상할 수 있도록 연출되어 있습니다. 마치 현란한 도시의 밤을 벗어나, 이국의 조용한 밤 속으로 들어오라는 것처럼.

작가는 아프리카 나비미아 에토샤 국립공원에서의 실체험을 바탕으로, 그때의 감상을 최대한 살려내어 책에 담았습니다. 한 장 한 장 종이를 수집하여 종이 본래의 빛깔을 그대로 살리고, 페이퍼 커팅으로 표현한 장면들을 겹겹이 쌓아 올려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은 이야기를 건넬 때, 말로는 표현되지 않는 경이로움을 만날 때에 세속의 근심을 순순히 내려놓게 되는 흔치 않은 경험. 작가의 마음속에서 손끝에서 오래 맴돌았던 그 이야기가 이제 도시에서 다소 분주히 살고 있는 우리에게 도착했습니다.


잃어버린 영혼

잃어버린 영혼

(원제 : Zgubiona dusza)
올가 토카르축 | 그림 요안나 콘세이요 | 옮김 이지원 | 사계절
(발행 : 2018/10/24)

2018 볼로냐 라가치 픽션 수상작,
2018 화이트 레이번즈 수상작

“잃어버린 영혼”이 출간되었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연필선 밑으로 고요하며 쓸쓸하고, 동시에 온기 어린 아름다움이 매력적인 그림책이다. 2018년 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린 명망 있는 그림책 북페어 현장에서는 “잃어버린 영혼”이 올해 라가치 픽션 분야 수상작임을 알렸고, 요안나 콘세이요와 올가 토카르축에 따듯한 찬사가 이어졌다. 폴란드 출신의 두 작가는 폴란드 포르맛 출판사를 통하여 첫 인연을 맺고, 소설가인 올가에게는 첫 그림책인, “잃어버린 영혼”을 출간했다.

2018년 맨부커상 수상작가기도 한, 올가 토카르축은 영혼을 잃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의 비정상적인 속도와 자극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요안나 콘세이요는 특유의 감수성으로 낡은 것들이 전하는 아늑한 위안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더욱 짙어지는 고요함이 가만히 마음을 건드린다.

영혼을 기다리는 고요한 시간
얇은 연필 선 끝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순간들

틀에 박힌 일상을 바쁘게 살아가던, 사실은 평범한 한 남자가 어느 날 출장길 호텔방에서 숨이 막힐 듯한 통증을 느낀다. 그리고 순간, 그 어떤 것도 기억해내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자기가 누구인지, 어디에 무슨 일로 와 있는지, 그리고 자기 이름마저도. 다음 날, 그는 의사에게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듣는다.

실은 지금 그의 안에는 영혼이 없다는 것. 영혼을 잃어버렸다는 것. 미처 주인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어디선가 떠돌고 있을 그의 영혼. 그날부터 남자는 도시 변두리의 작은 집에서 천천히 자신의 영혼을 기다리기 시작한다.

그림은 글이 서술하지 않고 열어놓은 이야기의 여백을 차근차근 채워 간다. 어린 영혼이 들러 오는 과거의 공간들. 어떤 날의 파티장과 낡은 레스토랑, 겨울의 빈 공원과 스치듯 흘러가는 기차의 풍경들. 책의 왼쪽은 오고 있는 영혼의 공간이고, 오른쪽은 머물러 기다리는 남자의 공간이다. 그리고 그 두 공간은 낡고 빛바랜 바탕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바탕의 재료는 실제로 요안나 콘세이요가 벼룩시장에서 구한 회계장부의 속지여서 사용 당시의 숫자 스탬프가 찍혀 있고, 마치 반복적인 일의 속성을 보여주듯 가지런하고 일정한 모눈이 그어져 있다.

낡고 오래된 것들이 품고 있는 편안한 느낌은 이 책의 외연에까지 확장되어 이어져 있는데, 이를 테면 근사한 종이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촉들이다. 책을 감싸는 표지는 까슬한 종이의 맛을 직접 쓰다듬어 느낄 수 있게끔 언코티드(un-coated)로 처리되어 있으며, 내지의 종이 또한 매끈한 코팅지보다 덜 매끈해도 특별히 손으로 만졌을 때의 질감이 잘 전해지는 종이로 선택되어 있다. 두어 군데 반투명한 트레이싱 지가 곁들어 은근히 비치는 그림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낡아서 해지고 뜯긴 듯한 느낌의 빈티지한 모티프들로 그림책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를 연출했다. 그 위로 영혼과 남자의 시간이 세밀하고도 조심스럽게 그려진다. 연필 선이 만들어내는 모노톤의 장면들은 먹먹하고 때로는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그 간절한 순간들을 아름답게 포착했다.

“안녕한가요?”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나의 영혼에게 전하는 안부

출장, 일, 시계, 트렁크와 도시 그리고 지친 하루. 애석하게도 남자를 설명하는 표현들은 조금도 낯설지 않다. 마치 반투명한 종이를 덧댄 듯 남자의 모습 위로 우리의 모습이 겹쳐진다. 책의 첫 장면, 땀 흘리고 지치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결국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인 셈이다.

반복적인 삶을 살다보면 누구나 만나게 되는 공허한 순간들. 어쩌면 틀에 박힌 하루 속에서 영혼을 잃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쳐버린 나에게 그리고 답답하고 힘겨웠을 영혼에게, 한 마디 위로의 말처럼 건네고픈 그림책이 나왔다. 오늘은 영혼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책장을 넘겨보면 어떨까.

“잃어버린 영혼” 리뷰 보기


해 물어

해 물어

그림/구술 황이산 | 채록 최미희 | 하빠꿍
(발행 : 2018/08/20)

어린이가 4살~6살 사이의 그린 그림과 그 당시에 사용한 말로 책을 꾸렸습니다. 아이가 하는 말을 육아일기에 적어두었고 아이가 그리는 그림들을 철해두었다가 아이의 말과 그림을 맞추어서 편집을 했지요. 4살에서 6살 때란 자기 발로 돌아다니며 바깥세상을 탐색하는 시기이자 말을 시작하는 시기이며 자기가 보고 겪는 세상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아이들은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많고 풍부했습니다. 책으로 엮기 위해 편집하면서 당황한 것이 그림은 많은데 그 내용에 해당하는 ‘말’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지요. 이 책엔 아이들의 말과 그림으로 아이들이 서로 교류하면 좋겠다는 바램이 들어있고, 또 아이들과 어른들이 서로 존중하며 교류하면 좋겠다는 바램도 들어있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많이 배워야 한다는 생각, 아이들은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가르쳐야 되는 그런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 그래서 ‘안 가르치는 책’이란 말을 떠올렸고, 그런 의도로 기획되었습니다.


삐이삐이, 아기 오리들이 연못에 살아요

삐이삐이, 아기 오리들이 연못에 살아요

글/그림 이승원 | 논장
(발행 : 2018/10/15)

느리지만 기본에 충실한 수작업으로 정성껏 그린 모던한 동양화

한 올 한 올 펼쳐진 백로의 하늘하늘한 꼬리 깃털, 커다란 리듬을 만들어 내는 잉어들의 춤, 아기 오리 보란 듯 물고기를 꿀꺽 삼키는 왜가리……. 빨갛게 영근 여뀌, 큼지막한 잎을 펼친 연꽃, 오밀조밀 얽혀 있는 개구리밥과 물풀……. 연못에 사는 동물과 수생 식물들은 생동감이 넘쳐요.

동양화 작업에 탁월하다는 평을 받는 이승원 작가가 연못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들을 특유의 동양적 기법으로 아름답게 표현한 그림책.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정성이 듬뿍 담긴 그림책으로 우리 민족의 자연스러운 미감과 자연의 생명력을 한여름 연못의 풍경으로 수려하게 전달합니다.

아침부터 저녁 그리고 다시 아침을 맞기까지, 맑은 하늘에 스산한 바람이 불고 소나기가 내리더니 다시 비가 개는 연못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외견상으로는 아주 차분하게 서정적으로 구현해 냅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아기 오리의 모험은 바로 우리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일상 그대로이지요.

동양화의 전통적이 기법을 따랐지만 현대적인 감각으로 우아하고 담백하게, 아기 오리가 산책길에 마주한 풍경들이 구도의 과감한 변주를 이루면서도 전체적으로 알맞게 조절된 완급 속에 펼쳐집니다.
그림의 깊이 있는 색감은 몇 번의 거듭된 작업 과정을 거쳐서 나왔답니다. 먼저, 한지 장인이 닥나무 껍질을 떠서 여러 겹 붙여 만든 우리 종이 ‘장지’에 아교칠을 한 후 먹으로 윤곽선을 그려요. 가루 물감에 아교를 곱게 개어, 색을 여러 번 쌓아 올리면 밑 색이 천천히 우러나오지요.

여러 번 수고를 들여야 하는 고된 작업이지만 이승원 작가는 컴퓨터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로지 손끝으로만 책을 완성해 냈습니다. 손으로만 그린 특유의 감성이 듬뿍 담겨 한 번 두 번 볼수록 새록새록 장면이 눈에 들어오고 오래 가는 잔상을 남기지요. 무엇이든 빨리빨리 기능을 중시하는 시대에 드물게 만나는 귀한 시도가 담긴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의 조급해진 정서를 감성적으로 충분히 어루만져 줄 거예요. 작가는 그 어느 때보다 무더웠던 여름, 작업대 앞에 틀어박혀 아기 오리를 좇아 성심으로 원화를 완성했다는 후문이지요.

연못이 푸르게 짙어 갈수록 성장하는 아기 오리,
우리 삶의 한 단면이기도 한 연못의 일상!

홀로 떨어진 아기 오리는 연못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가족들을 찾아보지만 아무리 삐익삐익 울어도 연못 동물들은 관심이 없지요. 게다가 어디선가 보들이를 몰래 지켜보는 눈! 족제비 한 마리가 연약한 아기 오리를 노리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보들이. 그때, 족제비가 연못으로 뛰어들지만 어디선가 엄마 오리가 나타나 족제비와 맞서지요. 가족들과 다시 만나게 된 보들이는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방심하는 순간 아찔한 위험에 빠지기도 하지만 아기 오리들은 쑥쑥 커 나가요. 우리 아이들의 일상 또한 그렇지요. 들여다보고 싶은 것도, 즐기고 싶은 것도 많은 시기. 그렇게 차츰 세상을 넓히다 보면 때로는 불안과 걱정이 실제가 되어 눈앞에 뚝 떨어질 때도 있어요. 하지만 한낮의 소동이 끝난 후 연못에 고요한 시간이 찾아오듯 극적으로 긴장이 해소되는 순간 밀려오는 커다란 안도감과 행복 또한 우리 일상이지요.

‘후유’, 내일의 연못은 어떤 모습일까요? 몸도 마음도 점점 성장하는 우리 아이들은 어디를 향해 날갯짓을 하게 될까요?

작가의 말

어느 날 산책길에 엄마 오리를 따라 세상에 나온 귀여운 아기 오리들을 보았습니다. 갓 알에서 깬 듯 여리고 겁 많은 아기 오리들은 엄마를 놓칠세라 바짝 붙어서 헤엄을 칩니다. 이튿날 다시 만났을 때는 금세 장난을 치며 엄마와 제법 멀리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엄마 오리가 안절부절못하며 새끼들을 지키는 모습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오리 가족이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제 마음도 함께 즐거워졌습니다.

그렇게 여름을 지나며 어린 티를 벗어 낸 오리들은 엄마 곁을 서서히 떠나갑니다. 더 넓은 세상을 찾아 하늘 높이 훨훨 날아가기도 하겠지요. 다음 해에도 또 다른 아기 오리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귀여운 아기 흰뺨검둥오리들이 줄지어 헤엄치는 여름날을 다시 기다립니다.


출판사 증정 그림책

가온빛지기

그림책 놀이 매거진 가온빛 에디터('에디터'라 쓰고 '궂은 일(?) 담당'이라고 읽습니다. -.- ) | 가온빛 웹사이트 개발, 운영, 컨텐츠 편집, 테마 및 기획 기사 등을 맡고 있습니다. | editor@gaonbit.kr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