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면

시간이 흐르면……

어떤 치즈는 맛이 좋아져.
어려웠던 일이 쉬워지기도 하고.

치즈나 김치, 된장, 고추장 같은 것들은 숙성 기간을 거치면서 그 풍미가 한층 깊어집니다. 시간이 흐르면 아무리 애를 써도 잘 되지 않던 일들이 어느날 갑자기 거짓말처럼 쉬워질 때도 있어요. 그런데 가끔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쉽게 생각해 왔던 일들이 어느날 갑자기 어렵고 낯설게 느껴질 땐… 난감하고 또 난감해지죠.

치즈처럼 김치처럼 시간의 세례를 받고 나면 맛도 풍미도 더 좋아져야 할 텐데, 시간이 흐르면 어려웠던 일이 더 쉬워져야 정상일텐데 우리 인생길에는 어쩌자고 자꾸만 더 어려운 미션들이 여기저기서 툭툭 튀어나오는 걸까요? 얼만큼의 시간이 더 흘러야 사고도 행동도 성숙한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시간이 흐르면… 시간이 흐르면… 그래도 오늘보다는 좀 더 나은 어른이 될 수 있겠죠?


시간이 흐르면
책표지 : Daum 책
시간이 흐르면

(원제 : Com O Tempo)
이자벨 미뇨스 마르틴스 | 마달레나 마토소 | 옮김 이상희 | 그림책공작소
(발행일 : 2016/08/08)

빨간 등껍질을 등에 업은 달팽이가 푸른색 면지 위 오른쪽 가장자리에 있습니다. 얼핏 보면 푸른색 면지 무늬가 삼각형으로 보이지만 또 연속된 모래 시계 무늬로 보이기도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아이는 자라고 연필은 짧아져요. 냄비 속 양파는 부드러워지고 손등은 쭈글쭈글 거칠어집니다.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 시켜요. 시간이 흐르면 빵은 딱딱하게 변하고, 과자는 눅눅해지고, 훌쩍 자란 덕분에 잘 맞았던 바지가 짧아지고, 자란 키만큼 바다는 얕아집니다. 촌스럽던 것이 멋있어지기도 하고, 멋있던 것이 우스꽝스러워지기도 하죠.

시간이 흐르면 잃는 것도 있고…
때로는 얻는 것도 있어!

시간의 흐름 속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변화를 한 편의 시처럼, 깊은 사색이 담긴 철학서처럼 들려주고 보여주는 그림책 “시간이 흐르면”. 빨강, 노랑, 파랑, 검정색을 기본색으로 사용한 마달레나 마토소의 감각적인 그림이 눈에 띄는 그림책입니다. 보이지 않는 시간은 그림책 속 다양한 변화로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림책을 다 읽었을 무렵 앞 면지 오른쪽 위에 있던 달팽이는 어디로 갔을지 뒤쪽 면지에서 찾아보세요. 아, 그림책 한 권을 읽는동안 이렇게 시간이 흘렀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 초, 일 분 짧은 시간 동안에는 아무것도 변한 것 같아 보이지 않지만 그 짧은 순간들이 모이고 모여 현재의 순간을 만들고 미래의 순간들을 결정합니다. 시간히 흐르면 모든 것이 변합니다.

흐르는 시간 속에도 변치 않고 영원한 것이 존재할까요?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 함께 읽어 보세요
  • 그 다음엔 글/그림 로랑 모로 | 옮김 박정연 | 로그프레스
  • 시작 다음 그림 안느-마르고 램스타인, 마티아스 아르귀 | 한솔수북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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