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아, 사랑해!

6월 30일

내가 궁금하다면
뜨겁고 진득하게
꿀처럼 뚝뚝 떨어져 내리는 날에
강가로 걸어와 봐
굽이를 돌면
따뜻하고 납작한 바위들이 기다리는 곳
그곳에 있을 거야
수영하고 있는 날
볼 수 있을 거야

황사에, 미세먼지에 떠밀려 푸르고 아름다운 봄날이 언제 떠나갔는지도 모르게 훌쩍 가버린 6월, 일찌감치 찾아온 무더위가 벌써부터 여름휴가를, 쨍한 푸른 바다를, 시원한 계곡을 생각나게 합니다.

‘뜨겁고 진득하게 꿀처럼 뚝뚝 떨어져 내리는 날’ 맑고 시원한 강물 위에 몸 동동 띄워놓고 행복감에 젖어있는 아이 모습을 보면서 잠시 마음을 식혀봅니다. ‘따뜻하고 납작한 바위들이 기다리고 있는 그곳’에서 유영하고 있는 아이 모습에서 매일같이 재미있는 일만 생각하며 걱정 근심 하나 없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봅니다. 여전히 그곳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 같은 그 시절의 나에게 ‘안녕!’하고 인사하고 싶어지는 끈적하고 무더운 6월의 아침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아, 사랑해!
책표지 : Daum 책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아, 사랑해!

(원제 : When Green Becomes Tomatoes)
줄리 폴리아노 | 그림 줄리 모스태드 | 옮김 최현빈 | 찰리북

(발행 : 2017/03/31)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아, 사랑해!”“고래가 보고 싶거든”, “봄이다!”의 그림책에 글을 썼던 줄리 폴리아노의 시 그림책입니다.

3월 20일

눈 덮인 나무 위
한 마리 새의 노래가
한 음 한 음
겨울의 끝자락에
작은 구멍을 뚫고
부드럽게 조심스레
봄의 머리맡에
내려앉는다

‘새의 노래가 겨울 끝자락에 작은 구멍을 뚫고 봄의 머리맡에 내려앉는다.’ 같은 봄을 살아오면서도 어쩌면 이렇게 다른 감수성으로 계절을 맞이할 수 있을까 싶어 몇 번이고 곱씹어 그림책 첫 장의 시를 읽어보았습니다.

하얀 눈 덮인 나무 위에서 파랑새가 불러온 봄이 새싹을, 개구리를, 어여쁜 꽃들을 불러옵니다. 그렇게 다가온 날들은 짙은 초록으로 푸르름으로 생기를 더하다 슬그머니 붉은색으로 물든 가을을 데리고 오고 하얗게 시린 겨울을 불러옵니다. 주황도 빨강도 갈색도 가버린 겨울, 하얀 아침과 함께 맞는 조용한 겨울도 잠시, 휴식을 취한 계절은 다시 봄을 불러오죠. 하얀 눈 덮인 나무 위에서 파랑새가 노래하면…

3월 20일로 시작한 시는 한 권의 그림책 속에 49편의 시와 그림으로 한 계절 한 계절을 보내고  다음 해 3월 20일 똑같은 시, 다른 그림으로 일 년을 마무리합니다. 3월 20일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춘분)이라고 해요. 달력의 첫날이 아닌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을 봄이 깨어난 날로 시작해 계절을 이야기 한 시각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물들어 가듯 조금씩 서서히 변해가는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담은 그림책은 어느 계절 어느 때를 보아도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시켜 주고 편안하게 해줍니다.

“When Green Bocomes Tomatoes” (초록이 토마토가 되면)이라고 지은 그림책 원서 제목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지는데, 원서 제목을 살려 번역판 제목을 지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습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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