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책표지 : 열린책들
봄이다! (원제 : And Then It’s Spring)

줄리 폴리아노 | 그림 에린 E. 스테드 | 옮김 이예원 | 별천지

※ 2012년 보스턴 글로브 혼북 명예상 수상작


봄은 길 가는 사람들의 옷차림, 사람들의 표정, 아침일찍 등교하는 아이들의 뒷모습, 왠지 모를 두근두근 설레이는 마음속에서 시작되는 걸까요? 대학생 조카는 미리 준비해둔 봄옷을 입었다 너무 추워 다시 옷장에 넣었다 다시 꺼냈다 서너 차례 반복하고 나면 어느새 성큼 다가오는 것이 봄이라고 하네요. 그 말에 끄덕끄덕 공감을 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그림책은 줄리 폴리아노와 에린 E. 스테드가 함께 작업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은 그림책 “봄이다!” 입니다. 그림을 그린 에린 E. 스테드는 남편과 함께 작업한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 로 2011년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글을 쓴 줄리 폴리아노는 이 그림책 “봄이다!”로 데뷔를 했고, 이후에 에린 스테드와 “고래가 보고싶거든”을 함께 작업했어요. 시처럼 간결하고 사색적인 줄리 폴리아노의 글은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에린의 그림과 잘 어우러져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그림책 속에 아름답게 녹여냈습니다.

봄이다!

처음엔 사방이 갈색.
어딜 봐도 갈색이야.

빨간 모자와 장갑, 목도리까지 두른 아이가 먼 곳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치 봄이 어디쯤 와있는지 살펴보는 것 같습니다. 목도리로 코와 입까지 막은 아이, 겨울의 끝자락 봄의 초입, 아직은 봄이 다 깨어나지 못했어요. 주변 어디를 봐도 온통 갈색 뿐입니다. 아이는 봄을 위해 씨앗을 심기로 했어요.

봄이다!

씨앗을 심고 강아지도 토끼도 거북이도 아이도 모두 함께 비를 기다립니다. 곧 비가 내렸어요. 모두들 사이좋게 우산 아래 모여 비를 피합니다.

봄비 내린 들판에 파아란 새싹이 돋고 이제 파릇파릇 예쁜 봄이 찾아올거라 기대했지만 어쩐 일일까요? 여전히 세상은 갈색입니다.

봄이다!

비온 뒤 첨벙첨벙 물 웅덩이에서 장화를 신고 신난 아이와 거북이, 참새들. 오늘도 어제와 똑같은 갈색이긴 하지만 그냥 갈색이 아닌 설레고 기대되는 그런 갈색입니다.

갈색은 갈색인데 설레고 기대되는 갈색이란,  ‘앗 초록색인가?’하고 들여다 봤다가 ‘에이, 아직 갈색이네.’ 하는 것처럼 설레고 기대되는 갈색이래요. ‘에이~’ 하고 말았지만 뭔가 좀 꿈틀 변한 듯한 오묘한 느낌이 드는 갈색.^^

봄이다!

그렇게 한 주가 또 흘러갑니다.

왠지 못미더운 마음에 아이는 씨앗을 좀 더 심어보았어요. 아이 옆에서 강아지도 열심히 땅을 파헤치네요. 소년을 도와주는 걸까 싶지만 다음 장을 보면 강아지는 구멍 속에 뼈다귀를 심었어요. 팻말에도 당당하게 뼈다귀 그림을 그려넣어 세워놓았지요. 에린은 그림 속에 주인공 외에 또 다른 캐릭터들을 넣어 그림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소년의 이야기와는 별개로 동물들이 들려주는 곁가지 봄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 보세요. 이야기가 더욱 풍성하게 살아납니다. ^^

봄이다!

그렇게 씨앗을 뿌리고 또 뿌렸지만 변화의 기미는 보이지 않네요. 아이는 슬슬 작은 씨앗들이 걱정 되기 시작했어요. 혹시나 새들이 씨앗을 다 파먹어 버린 것은 아닌지, 아무데나 밟고 다니기 좋아하는 곰들이 씨앗을 밟아버린 것은 아닌지 말이예요. 그렇게 또 한 주가 지나갑니다.

봄이다!

그래도 갈색은 여전히 갈색이지만
땅에 귀를 바짝 대고
두 눈을 꼭 감으면
땅속 깊숙이서
녹색 기운이 꿈틀대는 소리가 들려.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아이는 땅이 들려주는 소리를 들어보았어요. 두 눈까지 꼭 감고 들어보니 땅 속 깊은 곳에서 녹색 기운이 꿈틀대는 소리. 다람쥐가 깨어나고, 생쥐가 땅 밖으로 얼굴을 빼꼼 내밀고, 지렁이가 꿈틀대며 흙속을 헤집고, 개미들이 다시 깨어났습니다. 그리고 눈여겨 볼 것은 여전히 갈색 세상에 변화조차 보이지 않던 씨앗들이 땅속으로는 생명의 움직임을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가느다란 뿌리가 이렇게 땅 속 깊이 뻗었거든요.

봄이다!

또 한 주가 흘렀어요. 세상은 여전히 갈색입니다. 그런데 그림을 찬찬히 살펴 보면 아이 옷차림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어요. 첫 장에서 목도리에 모자, 장갑까지 끼고 있던 아이의 옷차림은 점점 얇아지다 이제 반팔에 반바지까지 입고 있거든요. 뼈다귀를 심은 자리를 지키던 강아지는 춘곤증을 못 이기고 손수레 위에서 늘어지도록 낮잠에 빠져있고, 마주 앉은 거북이도 토끼도 꾸벅꾸벅 졸음을 견디지 못하네요. 온 몸으로 봄기운이 물씬 느껴지고 있지만 눈으로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 봄, 기다림에 지치기라도 한 듯 아이는 살짝 무료해 보이기도 합니다.

집으로 들어갔던 아이는 갈색은 어찌 되었을까 궁금한 마음에 집 밖을 나섰어요.

봄이다!

어느 새 갈색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사방이 초록빛으로 가득찼습니다. 오종종하게 자라 나온 새싹들, 푸르게 변한 벌판, 온통 연초록빛 세상속에서 반팔에 반바지 차림에 맨발로 힘차게 그네를 타고 있는 아이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힘찬 생명의 움직임.

봄이다!

사그라들었던 대자연이 다시 새옷을 갈아입기까지의 오랜 기다림. 세상이 아무리 빨리 변해도 계절의 변화를 인위적으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묵묵히 자연이 주는 모든 시간을 흡수하고, 모든 것이 준비 되어야만 그 움직임이 보이는 것이죠. 그것은 자연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세상의 이치입니다.

시처럼 간결하고  편안하게 묘사된 글, 아주 천천히 흐르는 시간과 눈에 보일듯 말듯 서서히 변해가는 계절의 변화를 담은 정성스러운 그림, 이 둘의 조화는 화려함보다는 소박함과 정겨움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그렇게 한 권의 그림책을 다 읽고나면 그림책이 내게 다가와 속삭입니다. “봄이다!” 라구요. ^^

이제야 왔냐고 반갑게 돌아보면 어느덧 짧게 스쳐가는 봄날이지만 우리 마음속 봄날은 오래오래 머물렀으면 좋겠습니다. ^^

봄이다!

그림책이 시작되는 페이지와 마지막 페이지, 그림책 뒷표지도 놓치지 말고 살펴 보세요. 설레이는 마음으로 집 밖으로 봄마중 나갔던 아이는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따뜻한 봄날을 만끽하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아내 에린 E. 스테드가 만든 그림책 “봄이다!”의 북트레일러에 사용된 배경 음악은 남편 필립 E. 스테드가 만든 곡입니다. 부부인 두 사람은 함께 그림책 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남편 필립은 그들이 만든 그림책을 위한 음악을 만들기도 하거든요. 배경 음악 끝자락에 들리는 재잘재잘 새소리가 봄의 설레임을 불러일으킵니다. 함께 들어 보세요.


봄을 담은 그림책들

봄맞이 그림책 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