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구운 사과 파이

우리 아빠가 구운 달콤하고 따끈한 파이에 들어간,
맛있는 빨간 사과가 주렁주렁 열린,
가지가 꼬부라진 튼튼한 나무에게 힘차게 양분을 빨아 올려 전해 주는,
깊고 굵은 뿌리를 적시는,
깨끗하고 상쾌한 비를 내려 주는,
둥글게 뭉쳐진 구름이 떠가는,
넓고 맑은 하늘을 비추는,
이글이글 빛나는 해님을 따라 도는,
온갖 생명이 자라는 이 세상이에요.

‘아빠가 구운 사과 파이’의 맛있는 향기가 사과 나무 주변에 은은하게 퍼져 나가고, 소녀는 흥겹게 노래를 부르며 팔랑팔랑 춤을 추는 듯 해요. 파이를 든 아빠, 그뒤를 따르는 고양이와 말, 젖소와 수탉, 돼지 그리고 멀리 여우까지 소녀의 노래와 춤사위에 맞춰 흥겹게 사과 나무 주위를 돌고 있습니다.

이 그림책의 시작은 김이 모락 모락 피어 오르는 따끈한  ‘사과 파이’입니다.

다음 장을 넘겨보면 아이가 깨어난 침실 창 밖으로 아빠가 사다리를 들고 언덕을 오르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이는 아빠를 부르며 아빠를 따라 언덕으로 올라가죠. 언덕에서 아빠와 아이는 맛있는 빨간 사과를 땁니다. 그리고 아이의 노래가 시작되죠.

아빠가 구운 달콤하고 따끈한 파이에 들어간 빨간 사과, 그리고 그 사과가 열린 가지가 꼬부라진 튼튼한 나무, 그 빨간 사과가 열린 가지가 꼬부라진 튼튼한 나무에서 힘차게 양분을 빨아 올려 전해 주는 깊고 굵은 나무 뿌리, 그 뿌리를 적셔 주는 깨끗하고 상쾌한 비, 그 비를 내려주는 둥글게 뭉쳐진 구름, 그 구름이 떠가는 넓고 맑은 하늘, 그 넓고 맑은 하늘을 비추는 이글이글 빛나는 해님, 온갖 생명이 자라는 이 세상.

아빠의 사랑이 듬뿍 담긴 ‘사과 파이’에서 시작한 이 그림책은 그 파이에 들어간 주재료인 사과에서 시작해 그 사과를 길러 준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세상에 대한 사랑은 아빠가 구워주신 달콤하고 따끈한 ‘사과 파이’에서 시작되었구요. 사과 파이 그림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한 장이 넘어갈 때마다 글이 조금씩 더 보태져 점점 길어지는 모습도 인상적이고 그 글을 따라 아이와 아빠의 파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그림도 재미있습니다.  사과 파이 냄새를 맡고 농장의 모든 동물들이 아빠와 아이를 따라오고 나만 먹고 싶었지만 모두 함께 나누어 먹은 후, 이야기가 시작된 사과 나무 아래에서 모두 함께 단잠에 빠진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아빠가 구운 사과 파이

아빠가 구운 사과 파이

(원제 : The Apple Pie That Papa Baked)
로렌 톰슨 | 그림 조나단 빈 | 옮김 최순희 | 마루벌
(발행 : 2009/07/29)

검정색과 빨강색, 갈색만 사용해서 단순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해 낸 그림책입니다.

아빠는 사랑하는 딸을 위해 정성을 다해 사과 파이를 굽고 그 사랑은 파이에서 시작해 점층적으로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사랑으로 번져 나가는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사랑을 받으면 세상은 반짝반짝 아름답게 빛이 납니다. 사랑이 있는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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