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저녁 한가로이 뉴스를 보고 있는데 옆에서 인형 놀이 하는 줄로만 알았던 다섯살배기 딸아이가 TV를 보면서 물었습니다. ‘저 사람들 왜 저러는거야 아빠?’ 라고 말이죠. 아이가 가리키는 화면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붕괴된 건물들, 심하게 다친 어린 아이들, 그 아이를 끌어 안고 절규하는 부모들의 모습이 보도되고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출처 : 경향신문(기사 원문 보기)

그러게요. 저 사람들 대체 왜 저러는걸까요? 무엇을 위해서 내 이웃을 ‘적’으로 정의하고 그들의 삶의 터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고, 그들에게 혈육을 잃는 처절한 고통을 안겨 주는 짓을 서슴지 않고 자행하는걸까요?

폭력과 전쟁은 어떻게 시작이 된걸까요? 지난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한 그림책들을 찾던 중 찾아 낸 그림책에 그 답이 있었습니다. 담백하지만 아주 예리한 통찰력으로 폭력의 기원에서부터 폭력이 악순환이 되는 과정을 보여 준 그림책 “여섯 사람”입니다.

여섯 사람

바로 이 장면, 바로 이 순간이 폭력과 전쟁의 싹이 움트는 순간입니다.

평화로이 일하면서 살 수 있는 땅을 찾아 나섰던 여섯 사람은 어느 기름진 땅에 그들의 터전을 마련합니다. 열심히 일하면서 평화롭게 지내던 그들은 점차 안정을 이루고 잘 살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그동안 일궈낸 것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군인들을 고용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보니 너무나 평화로운 나머지 군인들이 모두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여섯 사람은 군인들에게 주는 돈이 아깝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군인들이 싸우는 법을 잊어버릴까봐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결국 여섯 사람은 군인들을 시켜서 다른 사람들의 농장을 빼앗기 시작합니다. 점점 더 많은 땅을 차지하게 되자 군인도 더 많이 고용해야만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또 다른 땅, 또 다른 사람들을 공격해서 그 땅과 그 들의 것을 강제로 빼앗아야만 했습니다. 여섯 사람의 부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들의 군대 역시 똑같이 커져만 갔습니다.

사람들은 이들의 폭력을 피해 강 건너로 도망쳐서 정착하기 시작합니다. 강건너에 새로 정착한 사람들은 여섯 사람의 공격에 대비해서 농사뿐만 아니라 전쟁 연습도 열심히 합니다. 이렇게 대치하던 두 집단 사이에 결국 전쟁이 터지고 살아남은 사람은 양쪽에 각각 여섯 사람뿐입니다. 그리고 이 여섯 사람들은 평화로이 일하면서 살 수 있는 땅을 찾아 각자 길을 나섭니다.

군인들이 할 일이 없는 세상이야말로 평화로이 살 수 있는 곳임을 여섯 사람이 알았었다면 이 세상에 폭력과 전쟁은 시작되지 않았을텐데…

이 그림책은 여섯 사람이 평화로이 일하면서 살 수 있는 땅을 찾아 다니는 장면으로 시작을 해서 또 다시 평화로이 일하면서 살 수 있는 땅을 찾아 나서는 장면으로 끝이납니다. 차이가 있다면 처음엔 한 그룹의 여섯 사람뿐이었지만, 이야기가 끝날 땐 두 그룹의 여섯 사람이 각자 길을 찾아 떠납니다. 새로이 정착한 곳에서는 이들의 선택에 따라 평화가 계속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번엔 한 그룹이 아닙니다. 한쪽이 평화를 택하더라도 다른 한 그룹이 전쟁을 원한다면 전쟁은 불가피합니다. 처음 여섯 사람이 평화로이 일할 수 있는 땅을 찾아 다니던 때보다 평화를 지키기는 더 힘들어지고 말았습니다.


여섯 사람
책표지 : 비룡소
여섯 사람(원제 : Six Men)

글/그림 데이비드 맥키, 옮김 김중철, 비룡소

데이비드 매키는 알록달록한 패치워크로 만들어진 코끼리 ‘엘머’ 시리즈로 유명해진 작가입니다. 영국에서의 왕성했던 그의 활동에 비해 국내에 소개된 책은 생각보다 많지는 않습니다. 그중에서 이 책과 비슷한 주제를 다룬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전쟁“이란 그림책도 함께 보기를 권합니다. “여섯 사람”이 폭력과 전쟁의 기원을 보여줌으로써 평화를 표현했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전쟁”은 이웃에 대한 사랑이 폭력과 전쟁의 칼날을 무디게 만드는 과정을 통해 평화의 소중함을 보여 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