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집

어느 날 밤, 매우 놀라운 꿈을 꿨어요. 축음기 뚜껑이 마술처럼 스스로 열리더니 그곳에서 조그만 사람들이 자꾸 나오는 거예요! 그들은 저마다 자기 악기를 들고 있었는데, 집 안이며 내 침대 위며 신경 쓸 것 없이 마구 돌아다니다가, 새벽이 되자 자기들이 나온 그 ‘연주하는 집’ 속으로 다시 들어가 버렸어요. 어른이 된 나는 축음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물론 알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도 이 신비롭고 조그마한 음악가들이 밤에 온 집 안을 누비고 있다고 상상하는 게 좋습니다.

음악의 세계에 깊이 빠져든 아이는 밤늦도록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다 잠이 듭니다. 방금 전까지 아이를 위해 음악을 연주하던 축음기 속에서 저마다의 악기를 들고 나온 연주자들이 아이의 꿈조차 음악으로 가득채워줍니다.

이탈리아의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회상하는 어린 시절의 꿈 한 조각입니다.

아직도 신비로운 조그마한 음악가들이 밤에 온 집 안을 누비고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 좋다는 그의 말. 그에게 음악은 더 이상 어린 시절의 꿈이 아닙니다. 대가의 반열에 올라선 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직업’으로서의 음악보다는 즐거움 그 자체만으로 음악을 대하는 것이 자신을 더 행복하게 한다는 고백입니다.

그 무엇보다 성취를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고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경쟁을 강요하는 요즘 우리들의 시각으로는 나이브하달 수밖에 없는 거장의 고백 속에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행복의 비법이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하루 하루 즐겁게 살아가고픈 이들, 내 삶을 기쁨으로 채우며 살아가고픈 이들, 나다운 삶을 살아가고픈 이들 모두를 위한 비법.

그 비법은 바로… ‘잘 듣기’입니다. 내 마음의 소리를 잘 듣기, 내 소중한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그리고, 내 이웃 내 주변에 관심 갖기. 들을 수 있다는 건 나를, 소중한 사람을, 내 이웃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음을 뜻합니다. 나를 더 잘 이해하면 나답게 살 수 있어 행복합니다. 내 소중한 사람과 내 이웃을 더 잘 이해하면 그들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연주한다는 것은 악기를 그냥 연주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연주를 주의 깊게 듣고, 받아들이고, 가장 신비한 부분까지 이해하려고 하는 것을 뜻한다고 아빠는 가르쳐 주셨지요.

음악에서와 마찬가지로 인생을 살아갈 때도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들의 말을 꼭 들을 줄 알아야 해요.

미래의 음악가 또는 관객들이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책 “음악의 집”, 인생이라는 위대한 곡에 대한 그의 소박한 해석 속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행복의 비밀을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음악의 집

음악의 집

(원제 : La casa dei suoni)
클라우디오 아바도 | 그림 파올로 카르도니 | 옮김 이기철 | 풍월당
(발행 : 2021/05/05)

이 책은 이탈리아의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1986년에 쓴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클래식 음악 입문서입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바로 ‘재미 없겠네’, ‘따분하겠네’ 하고 생각들 하겠지만 50대의 아바도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듯 가볍고 쉽게 자신이 생각하는 음악과 음악이 주는 즐거움에 대해 들려줍니다.

이 책의 구성

  • 내가 처음으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했을 때
  • 실내악이란 무엇일까?
  •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무엇을 알아야만 할까?
  • 오케스트라의 악기들
  • 오케스트라를 위한 주요 작품들
  •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업무
  • 음악은 어떻게 들어야 하는가?
  • 부록
    • 부모님과 삼촌, 이모, 고모님들께
    •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추천한 클래식 음악 40편
    • 듣는 법을 배우세요

책에 ‘부록’이라는 표현은 없습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쓴 원작에 추가로 출판사가 클래식 음악 입문자들을 위해 정리한 내용들이어서 ‘부록’으로 구분했습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에 대하여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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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랭이
패랭이
2021/06/01 00:36

나이브하다 보다는 우리말 표현을 더 좋아합니다.

상효킴
상효킴
2021/06/04 08:57

와 이 책 정말 기대되네요. ‘잘 듣기’ 라는 메세지도 참 좋네요.

가온빛지기
Admin
2021/06/04 09:46
답글 to  상효킴

상효킴님 반갑습니다!
기대하셔도 될만큼 좋은 책입니다. 굳이 음악뿐만 아니라 우리가 좋아하는 혹은 하고싶은 무언가에 제대로 빠져들기에 대한 거장의 조언이 담겨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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