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가 더 빨리올 거야

조금 있으면 우리 엄마가 날 데리러 올 거야.

우리 엄마가 먼저 올걸!

어린이집이 파하고 난 후에도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두 아이는 나란히 창밖을 바라보며 엄마를 기다립니다. 한 아이가 먼저 말을 꺼냅니다. 자기 엄마가 데리러 올 거라고. 그러자 갑자기 경쟁심이 발동한 다른 한 아이는 ‘우리 엄마가 먼저 올걸!’ 하고 툭 던집니다. 그렇게 두 아이의 상상 속 달리기가 시작됩니다.

오렌지색 옷을 입은 아이는 초록색 옷을 입은 아이의 엄마가 오는 길에 계속해서 난관을 만들어냅니다. 초록색 옷 아이는 그 모든 난관을 뚫고 엄마가 자기에게 달려오도록 응원하구요. 물론 두 아이의 상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지만 아이들은 사뭇 진지합니다. 아이들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력 속에서 벌어지는 엄마들의 퇴근길 레이스 한 번 들여다 볼까요?

우리 엄마는 잽싸게 달려서 배를 탈 거야.
너희 엄마는 배를 못 타고.

우리 엄마는 물에 뛰어들어서 엄청 빨리 헤엄칠 거야.
배보다 빨리!

근데 상어가 나타나서 너희 엄마를 먹어 버릴걸.

아니거든.
우리 엄마가 상어보다 더 빨리 헤엄칠 거야!

헤엄치다가 힘이 빠지면 어떡해.
그러면 상어가 삼켜 버릴 거라고.

그럴리 없어!

걱정 마.
우리 엄마가 상어 배를 간질이면 상어가 너희 엄마를 뱉어낼걸.

두 아이 보고 있자니 우리 어릴 적에 말싸움 끝에 할 말 없으면 ‘난 무조건 니 두 배’, ‘그럼 난 니 열 배’ 뭐 이러고 서로 진을 뺐던 기억이… 차이라면 그 시절 우린 끝을 모르고 티격태격 했었는데, 그림책 속 아이들은 선을 잘 지킵니다. 흥분한 나머지 친구 엄마를 상어에게 잡아먹히게 할 뻔했지만 ‘걱정 마. 우리 엄마가 상어 배를 간질이면 상어가 너희 엄마를 뱉어낼걸.’ 하고 얼른 이성을 차리는 아이들. 참 귀엽지 않나요?

그나저나 아이들 상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좌충우돌하는 두 엄마는 무사히 어린이집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온종일 엄마만 기다리고 있었을 아이들에게 일 분이라도 더 먼저 달려가려고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의 험난한 여정은 책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그렇게 기다리던 엄마들이 창밖에 모습을 나타내자 두 아이는 깡총깡총 뛰어 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하는 아이들의 멋진 말,

먼저 오는 엄마는 없어.

늦게 오는 엄마도 없지!

그럼요. 먼저 오는 엄마도 없고 늦게 오는 엄마도 없습니다. 이 세상 모든 엄마중에서 우리 엄마가 일등 최고니까요!

아이들의 기다림을 즐거운 상상 속에 담아낸 “우리 엄마가 더 빨리 올 거야”, 보고 있으면 두 아이의 귀여운 재잘거림이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아 참 귀여운 그림책입니다.


우리 엄마가 더 빨리올 거야

우리 엄마가 더 빨리 올 거야

(원제 : Min mamma är snabbare än din!)
엠마 비르케 | 그림 요안나 헬그렌 | 옮김 김아영 | 토토북
(2022/02/24)

“우리 엄마가 더 빨리 올 거야”는 비 내리는 오후 어린이집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두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대결을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아이들만의 순수하디 순수한 눈망울 같은 상상력과 온종일 떨어져 있었던 엄마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만나고 싶은 아이들의 애틋한 마음을 사랑스럽게 담아냈습니다.

두 엄마의 힘든 퇴근길은 아이들의 상상력 탓이긴 하지만, 실제로도 하루종일 일에 시달리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지친 엄마들에게는 꽤나 고단한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 엄마가 더 빨리 올 거야”는 기다림에 지친 아이들보다도 우리 엄마들의 퇴근길을 응원하는 그림책 아닐까요?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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