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마리 늑대

열네 마리 늑대

(원제 : Fourteen Wolves: A Rewilding Story)
캐서린 바르 | 그림 제니 데스몬드 | 옮김 김미선 | 상수리
(2022/03/15)


이 책의 부제는 ‘생태계를 복원한 자연의 마법사들’입니다. 한 지역에서 사라진 특정 종을 복원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생태계 전체를 되살려낸 일에 대한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해낸 것은 우리 인간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이름의 마법사들입니다. 열네 마리 늑대가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그들과 함께 순환의 고리로 연결된 채 살아가는 자연 생태계를 이루는 모든 생명들이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글을 쓴 캐서린 바르는 생태학과 저널리즘을 전공한 후 그린피스에서 7년간 활동한 경력이 있습니다. 전공과 경력을 살려 고래, 코끼리, 거북이, 사자, 곰, 펭귄 등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사랑해야 하는 10가지 이유’ 시리즈(캐서린 바르, 하나코 클러로우 / 보랏빛소어린이 / 2020, 2021)와 같은 논픽션 책을 주로 쓰는 작가입니다.

제니 데스몬드는 멸종 위기에 놓인 세 가지 동물들의 삶을 다룬 “흰긴수염고래”(고래뱃속, 2016), “북극곰”(고래뱃속, 2018), “코끼리”(고래뱃속, 2019)로 가온빛에서도 몇 차례 소개한 적 있는 작가입니다. 제니 데스몬드의 환경 그림책들은 인간이 자행하는 파괴나 기후 변화 등의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는 멸종할지도 모를 특정 동물의 삶 그 자체를 다룸으로써 독자들이 그 동물과 사랑에 빠지게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심장을 지닌 또 다른 생물을 사랑하게 연결해주는 것, 그래서 아끼고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멸종 위기 동물을 지키는데 이보다 더 강한 호소는 없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멸종 위기 동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가진 두 작가가 함께 만든 “열네 마리 늑대”는 과연 어떤 내용을 어떻게 담았을지 함께 보시죠.

열네 마리 늑대

미국의 와이오밍 주와 아이다호 주, 몬태나 주 등 3개 주에 걸쳐 있을만큼 드넓은 옐로스톤 공원은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이라고 합니다. 무지개 빛깔의 암석, 눈으로 덮인 산봉우리, 거대한 협곡과 끝없이 흐르는 강, 뜨거운 물이 분수처럼 치솟는 간헐천 등으로 유명한 옐로스톤 공원에는 150종이 넘는 새들과 가지각색의 어종,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항상 생명이 넘치는 땅은 아니었어요.
황무지처럼 초라하게 변한 적이 있었죠.
늑대가 사라진 후 생긴 일입니다.

수백 년 동안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자유로이 누비며 호령하던 늑대가 사라졌습니다. 사냥꾼들은 따뜻한 털을 얻기 위해, 또, 가축을 지키기 위해 늑대들을 마구잡이로 죽였습니다.

더 이상 늑대의 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천적이 없어진 엘크가 늘어났고 늘어난 엘크들은 무성했던 푸른 초원의 풀을 모두 먹어치워 황폐화 시킵니다. 나무가 자라지 않자 새들은 둥지를 틀 수 없어 다른 곳으로 떠납니다. 다른 동물들 역시 쉴 곳을 찾을 수 없게 되자 개체수가 점점 줄어듭니다.

열네 마리 늑대

과학자와 환경보호 활동가들은 숲이 죽어가는 것은 늑대가 사라져서 생긴 일이라며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늑대를 되살리면 모든 게 해결 될 거라고 주장합니다. 20년간의 지루한 논쟁 끝에 1995년 겨울, 드디어 늑대를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늑대를 되살리기 위해 캐나다 로키 산맥에서 늑대 열다섯 마리를 포획합니다. 첫 번째로 포획한 늑대는 마취총 충격에 죽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데려온 늑대는 모두 열네 마리. 1995년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방사된 늑대들에겐 추적 장치를 달았고 그들의 삶은 이렇게 펼쳐졌습니다. 70년만에 이곳 야생의 세계에 발을 디딘 늑대들, 이들이 바로 숲을 되살리는 프로젝트의 출발점입니다.

열네 마리 늑대

늑대들이 숲에서 자리를 잡고 그 수가 늘어나자 엘크와 코요테가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엘크가 줄어들자 풀과 나무들이 다시 자라고 숲이 울창해집니다. 둥지 틀 곳이 없어 떠났던 새들이 다시 돌아옵니다. 영양이나 작은 동물들을 주로 잡아먹던 코요테가 줄어들자 먹잇감이었던 가지뿔영양, 오소리, 여우, 토끼, 쥐 같은 동물들의 수가 늘어납니다. 비버도 그중 하나입니다. 비버가 강과 개울에 멋진 댐을 짓자 물고기들이 늘어나고, 물고기들을 잡아먹고 사는 수달과 오리도 늘어납니다.

늑대와 다른 동물들이 먹고 남은 사체는 딱정벌레와 다양한 동물들의 차지입니다. 물고기가 늘어나고 사냥감이 풍부해지자 곰의 개체수도 늘어나서 늑대들과 경쟁하며 생태계의 균형을 맞춥니다.

이렇게 최상위 포식자에서부터 먹이사슬의 아래로 차례차례 일어나는 효과를 ‘연쇄반응’이라고 부릅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바로 이 연쇄반응이 일어난 겁니다. 오랫동안 사라졌던 늑대를 다시 돌아오게 함으로써 말이죠.

열네 마리 늑대

강물도 다시 직선으로 흐르기 시작합니다(아마도 늑대가 사라진 동안 엘크들이 풀과 나무를 모조리 먹어치우는 과정에서 강둑에서 강 주변 토양을 튼튼하게 지탱해주었던 나무들까지 없어지자 땅이 침식되고 강물의 흐름이 이러저리 굽이쳤던 모양입니다). 엘크가 줄어들자 강둑에 다시 튼튼한 나무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되었고 위에서 언급한 비버도 덕분에 돌아올 수 있었던 겁니다.

열네 마리 늑대

1995년과 1996년 두 해 동안 캐나다에서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데려온 늑대는 모두 서른한 마리였습니다. 위 그림은 처음 들여온 열다섯 마리들의 국립공원에서의 일생을 하나씩 기록한 겁니다. 이중에서 사람 손에 의해 죽음을 당한 늑대가 다섯 마리나 됩니다. 3번과 15번 늑대는 가축들을 괴롭혀서 동물피해방지정책에 따라 사살되었고, 10번 11번 12번 늑대는 불법사냥꾼의 총에 맞아 죽었습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은
늑대와 같은 핵심 종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 역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건강한 자연 생태계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데려온 늑대들중에서 다섯 마리가 인간에게 죽임을 당한 것처럼 사람들과 야생 동물 사이에서는 갈등이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동물들은 지도를 볼 수도 없고 안내판의 안내문을 읽을 수도 없으니까요. 갈등을 풀어내는 건 온전히 우리 사람들의 몫입니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 자연의 생태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우리도 그 생태계의 일부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종을 지켜내지 못하면 생태계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또 그 종을 되살려낼 수만 있다면 망가졌던 생태계가 어떻게 다시 살아나는지를 보여주고 우리 인간이 생태계의 일부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바로 자연과 생태계가 원래의 모습대로 보존될 수 있도록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림책 “열네 마리 늑대”입니다.


우리나라의 여우복원사업과 경북 영주

혹시 영주에 있는 여우생태관찰원 아시나요? 1980년대에 종적을 감췄던 우리나라 토종 붉은여우를 복원해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고 있는 곳입니다. 영월, 태백, 안동 등 갈 일이 생기면 여우 한 번 보겠다고 꼭 들리곤 했는데 코로나 또는 센터측 상황 등으로 인해 매번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던 터라 무척 아쉬운 곳인데요. 영주는 볼 거리도 많아서 당일 여행지로 손색이 없으니 꼭 한 번 가보시길 권합니다.

영주하면 부석사 무량수전이죠. 그 다음도 부석사입니다. 바로 부석사의 해넘이. 무량수전을 뒤로 하고 바라보는 해넘이는 말 그대로 세속의 때를 다 벗어내고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랄까요?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해넘이가 아니더라도 편한 시간에 무량수전에 꼭 올라보시길. 그 자리에서 저 멀리 펼쳐지는 풍광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먹거리로는 사과와 한우. 딸아이 데리고 전국 돌아다니며 맛 본 사과 중에서 으뜸은 부석사 앞 사과밭에서 파는 사과, 두 번째는 주왕산 주산지 주차장에서 팔던 사과였습니다. 한우는 뭐… 등급 안 가리고 맛있는 저희 가족이라…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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