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그럼 어디에 있어요?
다른 나라에, 아프리카 같은 곳 말이야.
거기는 아미나의 고향이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아미나는 부자가 아니잖아요?
물론 아니지.
다이아몬드가 나온다면서요?
아미나랑은 상관 없어!
하지만 엄마가 방금…

외출 준비중인 엄마가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가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비싼가요? 어디에서 만든 건가요? 만드는 게 아니라 땅속에 묻힌 걸 캐내는 거라구요? 그럼 우리 집 마당도 파면 다이아몬드가 나오나요… 엄마가 아니라며 다이아몬드는 아프리카에서 나오는 거라고 대답하자 아이의 질문은 가정부 아미나의 고향에서 비싼 다이아몬드가 나오는데 왜 아미나는 부자가 아니냐는 데까지 뻗어 나갑니다.

엄마는 더 이상 아이의 질문에 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다이아몬드에 묻은 피의 역사를 몰라서일 수도 있고, 알지만 그런 얘기까지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선물 받은 아름다운 보석을 귀에 걸며 굳이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구요.

엄마가 서둘러 외출한 후 가정부 아미나가 아이를 재웁니다. 아이를 재우고 난 후 방을 나선 아미나의 발걸음은 삽질과 곡괭이질을 하는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다이아몬드를 강탈해 가는 무장 괴한들. 그들은 무기를 받는 대가로 중개인들에게 다이아몬드를 넘깁니다. 다이아몬드는 그렇게 여러 단계를 거치며 아름답게 세공되어 보석상의 진열장에서 눈부신 자태를 뽐냅니다.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귀걸이가 어떤 희생을 치르고 엄마에게 오게 되었는지 모두 알게 된 아이가 울음을 터뜨립니다. 마침 집에 돌아온 엄마가 무슨 일이냐고 묻습니다. 아미나는 별 일 아니라고, 아이가 악몽을 꾼 것 같다며 아이를 달랩니다. 아미나 품에 안겨 울고 있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를 안고 있는 아미나, 그리고 아이와 아미나를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는 엄마. 그 사이를 가득 채운 여백…

아이와 아미나, 그리고 엄마 사이를 가로 막고 있는 여백이 우리를 숨막히도록 압박하는 것은 우리의 이성과 감성이 자아내는 모순 탓입니다. 영원한 사랑을 의미한다며 사랑받는 다이아몬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손에 쥐어지는지 알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 아름다움을 소유하고픈 욕망을 포기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고자 윤리적인 유통 과정을 거친 다이아몬드를 찾는다 해도 그 또한 손에 피를 묻힌 자들의 배를 불려줄 뿐입니다.

이제 진실을 알게 된 우리,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민 그레더는 말합니다. 혁명을 일으키는 것은 혁명가 한 사람일지도 모르지만 혁명을 완성하는 것은 평범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품은 열망과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라고.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으로 변화가 시작된다고.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

(원제: Diamanti)
글/그림 아민 그레더 | 옮김 황연재 | 책빛
(2022/04/30)

동물에 대한 인간의 폭력성을 다룬 “별이 된 큰 곰”, 낯선 존재에 대한 공포와 폭력에 대한 이야기 “섬”,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살 곳을 강탈한 이스라엘의 이기적 폭력을 다룬 “빼앗긴 사람들”, 난민 문제를 다룬 “지중해”에 이어 아민 그레더가 고발하는 또 하나의 사회 문제는 바로 피로 얼룩진 다이아몬드의 유통 과정입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광산에서 착취당하는 장면은 아무리 파고 또 파도 벗어날 수 없는 수렁에서 허덕이는 그들의 삶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다이아몬드 유통 과정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정을 보면 웃음을 띤 사람은 몇 되지 않습니다. 그 몇 사람의 탐욕스러운 미소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와 눈물을 흘려야만 하는 걸까요? 전작들에 이어 “다이아몬드”에서도 아민 그레더는 거친 느낌의 목탄화로 묵직한 생각 거리들을 안겨줍니다.

※ 다이아몬드와 관련된 몇 가지 사족들

  •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 다이아몬드의 주 산지인 아프리카에서 군벌들이 현지인들을 착취해 채취한 다이아몬드를 일컫는 말입니다. 군벌들이 시민들과 어린 아이들을 착취할 뿐만 아니라, 다이아몬드를 판 돈으로 무기를 사들이고 전쟁을 일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들에게서 다이아몬드를 구입하는 다이아몬드 카르텔과 그들에게 무기를 공급하는 국제 무기판매상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뜻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 아민 그레더의 “다이아몬드”와 같은 주제를 다룬 영화가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블러드 다이아몬드”입니다. 킴벌리 협약에 의해 더 이상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거래할 수 없게 되었다는 마지막 장면에 이어지는 ‘그래도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계속 팔리고 있다’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던 영화입니다.
  • 킴벌리 협약(Kimberley Process): 2003년에 발족한 다이아몬드의 국가간 수출입에 관한 세계적인 협의 기구입니다. 아프리카에서 전쟁자금으로 사용되는 다이아몬드의 불법 유통을 통제하는 것이 주된 목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킴벌리 협약이 가장 많이 회자된 것은 아마도 2010년일 겁니다. 궁금하신 분은 킴벌리 협약과 ‘CNK인터내셔널’ 두 가지 키워드로 검색해보시기 바랍니다. 검색 과정에서 이명박의 형 이상득의 이름까지 찾아내셨다면 제대로 검색하신 게 맞습니다. 😆

※ 함께 읽어 보세요: “어린 노동자와 희귀 금속 탄탈”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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