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데콧상 수상작 : 달을 줄 걸 그랬어 (2006)

달을 줄 걸 그랬어
책표지 : Daum 책
달을 줄 걸 그랬어 (원제 : Zen Shorts)

글/그림 존 무스 | 옮김 이현정 | 달리

※ 2006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존 무스의 그림책들은 불교나 도교 등의 동양 사상의 느낌이 많이 나는데 아마도 일본에서 서예를 배우면서 영향을 많이 받은 듯 합니다. 그래서인지 국내에 출간된 그의 그림책들 모두 삶에 대한 그의 차분한 명상으로부터 우러나온 지혜가 담겨져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달을 줄 걸 그랬어” 외에도 “세 가지 질문”, “돌멩이국”, “혼자서는 살 수 없어” 등도 함께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참고로 “돌멩이국”은 마샤 브라운의 칼데콧 수상작 “돌멩이 수프”와 아주 닮은 그림책입니다.)

“달을 줄 걸 그랬어”에 대한 이해를 위해 그림책 맨 뒤에 소개된 ‘선 사상’에 대한 소개글 중 일부를 먼저 인용해보겠습니다.

‘선(禪, Zen)’ 이란 무엇일까요?

선은 명상을 뜻하는 말입니다. 물웅덩이를 들여다볼 때 물이 고요하다면 물에 비친 달을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물이 출렁인다면 물에 비친 달은 산산조각 나서 흩어져 버리지요. 진짜 달을 보는 것은 더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도 이와 같아요. 우리의 마음이 출렁이고 요동친다면 우리는 진짜 세상을 볼 수 없습니다.

마음이 잔잔한 물처럼 평화로운 상태 그게 바로 ‘선’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이 바로 ‘명상’ 이라는 말인 듯 합니다. 아이들은 과연 위에 인용한 글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지 궁금합니다. 여섯살 먹은 제 딸내미 앉혀놓고 설명해 보려고 했더니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아빠를 잠시 쳐다보더니 쪼르르 제 엄마에게 가버리네요…… 흠…… 저희 부녀도 명상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

달을 줄 걸 그랬어

어느 날 마이클과 칼, 애디 삼남매의 집 마당에 팬더 곰 한 마리가 불쑥 나타납니다. 팬더 곰의 이름은 ‘평심’, ‘고요한 물’이라는 뜻이래요. 그리고 평심은 아이들에게 세 편의 이야기를 선물합니다.

자신에게 케이크를 선물해 준 애디에게는 ‘라이 아저씨와 달’ 이야기를, 호기심 많은 마이클에게는 ‘농부의 행운’ 이야기를, 그리고 형에게 화가 나서 종일 투덜 거리는 막내 칼에게는 ‘무거운 짐’ 이야기를 각각 선물합니다.

이야기 하나 : 라이 아저씨와 달

달을 줄 걸 그랬어

팬더 곰 평심에겐 ‘라이’라는 이름의 재미있는 아저씨가 한 분 있습니다. 라이 아저씨는 자기 생일이면 자기가 태어난 날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선물을 보낸대요. 자기 생일인데 선물을 받는 게 아니라 준다니 이상하죠? 그리고 라이 아저씨는 자기 집에 온 손님을 절대 빈 손으로 돌려 보내질 않는대요.

그런 라이 아저씨네 집에 도둑이 들었어요. 외출했다 돌아온 라이 아저씨는 훔쳐갈만한 물건을 찾느라 집안 구석구석을 뒤지고 있는 도둑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대요. 놀란 도둑이 서둘러 도망치려고 하자 자기 집에 온 손님을 절대 빈 손으로 돌려 보내지 않는 라이 아저씨는 딱히 줄만한 게 없으니까 자기가 입고 있던 딱 하나뿐인 가운을 도둑에게 벗어주었대요. 놀란 도둑은 무슨 영문인지 모른 채 허겁지겁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도둑에게 선물까지 챙겨줘서 보낸 후 아저씨는 가만히 앉아 달을 바라보다 이렇게 얘기했답니다.

“이런……. 고작 다 해진 옷을 들려보내다니. 이 아름다운 달을 줄 수도 있었을텐데.”

라이 아저씨 같은 마음을 갖지 못한 저로써는 아저씨가 좋은 사람이란 것 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허겁지겁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린 도둑의 심정과 별반 차이가 없는게 사실입니다. 사람이 좋아도 정도껏이지…… 내 집에 들어 온 도둑에게 선물을 줘서 보낸다는 건 솔직히 제정신이 아니라고밖에는…… ^^

하지만 자신의 생일에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는 건 저도 한 번 해 보고 싶습니다. 생일 하면 으레 선물을 받는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선물 고르느라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뭘 해야 할지, 맘에 안들어하면 어쩌지…… 이런 마음 들 수 있잖아요. 그런데, 해마다 제 생일에 가까운 사람들을 초대해서 선물을 나눠 준다면 처음엔 ‘무슨 속셈이지?’ 이런 생각들을 할 수도 있겠지만 몇 년 지나고 나면 모두들 진심으로 제 생일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네요. ‘아~ 다음 주에 Mr.고릴라 생일이지! 올해는 무슨 선물을 줄까?’ 이렇게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

이야기 둘 : 농부의 행운

달을 줄 걸 그랬어

두 번째 이야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새옹지마(塞翁之馬 )’ 고사입니다.

도망 갔던 말이 야생마 두 마리와 함께 돌아오고, 그 야생마를 타던 아들이 떨어져서 다리가 부러지고, 다음 날 군인들을 뽑으러 장교들이 찾아 오지만 다리가 부러진 덕분에 농부의 아들은 전쟁터에 끌려가지 않았다는 이야기. 이 이야기 속에서 농부는 말이 도망을 가거나 아들의 다리가 부러져서 이웃들이 걱정해 줄 때도, 도망간 말이 야생마 두 마리와 함께 돌아왔을 때나 아들이 전쟁터에 끌려가지 않게 되어 이웃을이 부러워 할 때도 늘 한결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좋다고 호들갑을 떨거나 운이 나쁘다고 신세한탄을 늘어놓지 않습니다. 그저 ‘글쎄요……’라고 말할 뿐이죠.

팬더 곰 평심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마이클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마도 모든 일에는 행운과 불운이 함께 섞여 있다는 거겠지. 다음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는 모르니까.

마이클의 말대로 우리 삶엔 늘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뒤섞여 있죠. 동전의 앞뒷면처럼,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작은 일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을 찾는 길이겠죠.

이야기 셋 : 무거운 짐

달을 줄 걸 그랬어

젊은 수도승과 나이 든 수도승이 함께 길을 가던 중 깊은 물 웅덩이를 건너지 못해 심술이 난 여인을 만납니다. 여인은 비싼 옷이 젖을까봐 가마 위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고, 여인의 하인들은 한 손엔 가마를 들고 다른 한 손엔 짐을 잔뜩 들고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젊은 수도승은 그 여인을 바라보고는 그냥 말 없이 지나가 버렸는데 나이 든 수도승은 여인을 등에 업고 건너편에 무사히 데려다 줍니다. 하지만 심술궂은 여인은 물웅덩이를 건너자 나이 든 수도승에게 저리 비키라며 밀어내고는 떠나버렸대요.

두 수도승은 길을 계속 갔습니다. 그리고 가는 내내 젊은 수도승은 그 심술궂은 여인을 욕합니다. 그러자 나이 든 수도승이 젊은 수도승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그 여인을 벌써 몇 시간 전에 내려주었다네. 그런데 자네는 왜 아직도 등에 업고 있나?”

마음 속에 무엇을 담고 살아갈지는 우리 자신의 선택입니다. 젊은 수도승처럼 불만과 분노를 담고 살아가건, 나이 든 수도승처럼 이웃에 대한 사랑과 관용을 담고 살아가건 말입니다.

달을 줄 걸 그랬어

형 때문에 온종일 잔뜩 골이 나 있던 막내 칼은 평심의 이야기를 듣고 자기 마음 속에 가득한 화를 훌훌 털어버립니다. 그리고 좋은 가르침을 준 팬더 곰 평심에게 겸손하게 고개를 조아립니다. 두 손 가지런히 모은 평심과 그 앞에 고개 숙여 인사하는 막내동이 칼의 모습에서 명상을 통해 차분히 자신을 가다듬고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된 사람만이 겸손할 수 있고 이웃을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앞으로 화가 나거나 걱정으로 마음이 가득차려고 할 때면 팬더 곰 평심의 이름을 기억하세요. 평심이 들려 준 세 가지 이야기들도 떠올려 보구요. 그리고 여러분의 마음을 ‘고요한 물’처럼 만들어 보세요.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말입니다.


칼데콧 수상작 보기


Mr. 고릴라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2 Replies to “칼데콧상 수상작 : 달을 줄 걸 그랬어 (2006)

  1. 이 그림책은 어른들도 꼭 봐야할것 같아요…ㅎㅎ 평심…마음챙김명상 수준인데요~

    1. 존 무스의 “세 가지 질문”, “돌멩이국”, “혼자서는 살 수 없어” 이 그림책들도 꼭 한 번 살펴 보세요. ^^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