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내린 눈이 소복소복 쌓인 겨울 아침은 환호성으로 시작되었어요. ‘눈 왔다’는 할머니의 말씀에 우린 벌떡 일어나 쪼르르 창가로 달려갔었지요. 창가에 가득 핀 성에, 뿌연 유리창 너머로 비치는 하얀 빛, 창틀 사이로 파고들어오는 눈바람 냄새, 찬바람에 으스스 떨리는 몸.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마음은 이미 눈밭에 가있던 아련한 그 시절의 추억들이 생각납니다. 하얗고 투명한 빛깔의 겨울, 내게는 겨울이 그런 색입니다. 여러분에게 겨울은 어떤 색인가요?

겨울이 다 가기 전 업데이트하리라 마음먹었던 그림책들을 뒤늦게 정리합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제목을 붙였어요. “겨울이 다 가기 전 꼭 읽어야 할 그림책”. 성큼 다가온 봄을 저만치 앞에 두고 겨울 그림책과 함께 남은 겨울을 즐겨 보아요.


눈이 들려주는 10가지 소리

눈이 들려주는 10가지 소리

(원제 : Ten Ways To Hear Snow)
캐시 캠퍼 | 그림 케나드 박 | 옮김 홍연미 | 길벗어린이
(발행 : 2021/01/25)

눈이 들려주는 10가지 소리

밤새 소리 없이 눈이 내렸어요. 온 세상이 고요합니다. 오늘 리나는 혼자서 할머니를 만나러 가려고 해요. 길을 나서 보니 조용하다고 생각했던 거리에서 온갖 소리가 들려옵니다. 쓰윽쓰윽 쓱쓱 이웃 아주머니가 삽으로 눈 퍼내는 소리, 뽀득뽀득 눈 위를 걸어갈 때 나는 발자국 소리. 푸르르르륵! 어치가 나뭇가지에 쌓인 눈을 발로 차는 소리… 모두가 눈이 들려주는 소리입니다.

할머니를 도와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리나가 할머니와 눈이 들려주는 소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할머니는 창문을 열고 리나와 함께 눈이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가만히 들어보라고 말씀하셨어요.

“눈이 들려주는 열 번째 소리는 바로 고요함이란다.”

두 손 꼭 잡은 할머니와 리나가 눈 내리는 거리에 서서 눈이 들려주는 소리를 감상하고 있는 마지막 장면에 마음이 포근해집니다.

그림책 가득 담겨있는 겨울 풍경 속에 흠뻑 빠져보세요. 겨울이 들려주는 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보세요. 특별한 날, 특별한 순간은 우리가 만들어 내는 것 아닐까요? 사랑하는 이와 함께 바라보는 세상은 언제나 특별합니다.


눈이 오면

눈이 오면

글/그림 이희은 | 웅진주니어
(발행 : 2020/12/02)

눈이 오면

눈이 오면……
하늘에서 마법 가루를 뿌려 줄 거야.

그럼 흰 가루 마법에 걸리고 말지.

눈이 내려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는 날, 아이는 즐거운 상상에 빠집니다. 이름하여 흰 가루 마법에 빠져드는 것이지요. 눈 발자국 남기기, 눈 미끄럼 타기, 눈사람 만들기. 놀이는 상상과 함께 점점 커갑니다. 포근포근 몽실몽실해 보이는 눈구름 비행기를 타고 꿈결처럼 얼음 마을로 날아가 장난꾸러기 펭귄들과 신나게 놀아요. 얼음산 꼭대기에도 올라가 보고, 세상에서 가장 빠른 펭귄 썰매를 타고 다 함께 우아아아 함성도 질러보고, 얼음 튜브를 타고 펭귄 수영장에서 즐겁게 놀아요. 물론 놀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위기에 처한 펭귄을 위한 멋진 선물도 두고 오지요.

눈이 오면

흰 가루 병정의 안내로 눈꽃 여왕님이 사는 흰 가루 왕국에도 가 볼 수 있어요. 달콤한 눈꽃 맛 아이스크림도 먹고 눈꽃 여왕님의 생일 파티에서 한바탕 즐겁게 놀다가 옵니다. 이 모든 건 눈이 오면, 하얀 눈이 오면… 가능한 일이에요.

맑고 투명한 색감, 화면을 가득 채우는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상상의 세계를 환상적으로 표현한 그림책 “눈이 오면”, 쓰고 간 빨간 모자를 나누고 채우며 함께하는 동안 상상의 세계는 더욱 풍요로워집니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눈 세상에서 그들과 함께 즐겁게 놀아 보세요. 겨울은 반짝반짝 빛나고 요리조리 통통 튀면서 우리를 불러냅니다. 밖으로 나와 지금 이 순간을 즐겨 보라고.


오리네 찜질방

오리네 찜질방

글/그림 민승지 | 위즈덤하우스
(발행 : 2020/12/15)

오리네 찜질방

오리네 찜질방

찬바람이 불면 휴가 갔던 오리네 가족이 돌아와 찜질방을 엽니다. 찜질방 문을 열자마자 학수고대 이날을 기다려왔다는 듯 쏟아져 들어오는 손님들을 입구에서 할머니 오리가 반갑게 맞아주었어요.

아무 데서나 방귀를 뿡뿡 뀌고 뭐든 제멋대로인 조롱이떡 아저씨도 이곳에서 몸을 녹인 뒤 시원한 마사지를 받으면 마음이 말랑말랑해져요. 말 없는 고구마 부부는 찜질방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며 옛 생각에 젖습니다. 찜질방에서 온몸을  풀며 몸과 마음을 녹이는 어른들, 함께 어울려 즐겁게 뛰노는 아이들, 찜질방을 찾은  손님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곳을 즐깁니다.

뜨거운 찜질을 하는 동안 이웃끼리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어울리며 묵은 때와 스트레스를 날리고 반질반질 탱탱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오리네 찜질방.

들어올 때와 다르게
반질반질하고 탱탱한 손님들.
오리 가족은 찜질방에서 일하는 게
참 즐거웠어요.

찜질방을 찾아오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풀어낸 그림책 “오리네 찜질방”, 지친 몸과 마음을 찜질방처럼 따끈하게 풀어주는 정겨운 이야기 속에 우당탕탕 좌충우돌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 재미있게 담겨있습니다.


엄청난 눈

엄청난 눈

글/그림 박현민 | 달그림
(발행 : 2020/11/27)

※ 위로 펼치는 형식의 그림책이라 이미지가 세로로 길어서 그림을 두 장씩 묶어 편집했습니다. 아래 그림들의 까만 배경은 시인성을 높이기 위한 것일 뿐이며 그림책 원본과는 무관합니다.

팔랑팔랑 소리 없이 내려오는 눈처럼 표현한 그림책 제목이 재미있습니다. 엄청나게 내린 눈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그림책도 위로 넘기도록 구성했어요. 지붕 꼭대기까지 완전히 파묻힐 만큼 눈이 엄청나게 내린 날입니다.

엄청난 눈이에요.
이렇게 많이 온 건 처음 봐요.
이런 날 눈싸움과 눈사람이 빠질 순 없죠.

엄청난 눈 두 면을 가득 채우는 하얀 여백은 밤새 내린 눈, 그 아래쪽에 작은 문이 열리고 노란 삽이 빼꼼 화면에 등장합니다. 간신히 문을 밀고 나온 두 아이는 삽으로 눈을 치우기 시작합니다. 쌓인 눈 속에서 찾아낸 불도저로 기다란 눈 동굴을 뚫고 밖으로 나오자 엄청나게 긴 길이 뚫렸어요. 정말 정말 엄청난 눈!

엄청난 눈

엄청난 눈을 뚫고 밖으로 나온 아이들은 신나게 눈싸움을 합니다. 눈 뭉치를 맞은 아이 얼굴이 순간 하얀 여백에 덮여 사라집니다. 하얀 눈밭에서 하얀 눈덩이를 맞았으니 얼굴이 보이지 않아요. 가만히 들여다보다 뒤늦게 이해하고 그만 웃음이 빵 터지고 말았어요. 적나라한 동작으로 움직임을 아주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글 없는 그림책에서 철퍼덕, 푹! 퍽! 억!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춤추는 거 같기도 하고 운동을 하는 것 같기도 한 바로 옆 장면, 눈덩이를 굴리는 중이에요. 하얀 눈밭에서 하얀 눈덩이를 굴리니 눈덩이는 보이지 않지요. 그림책을 보는 내내 와아~ 감탄의 연속입니다. 감탄과 함께 쏟아지는 웃음. 그렇게 눈사람을 만들고 눈사람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우리 눈엔 여전히 흰 여백뿐이지만)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노란 무언가를 들고 사다리를 오릅니다. 기다란 사다리를 오르는 두 사람을 보면서 또다시 궁금증, 저게 뭘까? 이쯤 되니 여러분도 마지막 이야기가 궁금해지지 않나요? 노란 무언가의  정체는 그림책을 통해 확인해 보세요.

그림만으로 모든 이야기를 전합니다. 무얼 할까, 다음엔 어떤 장면일까 기대하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환호성을 치게 됩니다. 상상을 넘어선 상상으로 가득한 이 그림책은 두 아이가 집으로 돌아가는 마지막까지 커다란 웃음을 빵빵 터트려 줍니다. 엄청난 상상력과 표현력이 엄청나게 놀라운 그림책 “엄청난 눈”,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면 내일 아침 출근은 어떻게 하지, 퇴근은, 뭘 입고 나가지, 차를 가져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런 걱정 고민 잠시 잊고 그림책을 즐겨 보세요. 그 속에 엄청난 기쁨과 즐거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온 세상이 하얗게

온 세상이 하얗게

글/그림 이석구 | 고래이야기
(발행 : 2020/12/18)

온 세상이 하얗게

도나윤 씨 옆집에 할머니 한 분이 새로 이사 왔어요. 추운 곳에서 이사 온 할머니는 따뜻한 이곳이 마음에 들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잔소리가 많은 할머니를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도나윤 씨는 이웃집 할머니와 잘 지냈답니다. 어느 날 마을에 갑작스럽게 눈이 내렸어요. 밤새 내린 눈에 집들이 모두 파묻힐 만큼 엄청난 눈이었죠. 늘 한여름 같은 날씨만 계속되는 이곳에 내린 폭설. 할머니는 커다란 비닐 포대를 들고 도나윤 씨와 마을로 내려갔어요.

온 세상이 하얗게

할머니의 비닐 포대에는 겨울옷이 가득 들어있었어요. 대책 없이 떨고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할머니는 따뜻한 겨울옷을 아낌없이 나눠주었습니다. 그날 마을은 한바탕 겨울 축제가 벌어졌어요. 할머니와 도나윤 씨, 그리고 마을 사람들 사이에 존재했던 냉랭한 기운은 어느새 눈 녹듯 사그러졌지요. 추위 속에서 모두가 즐겁게 놀고 있을 때 이번엔 누군가 달콤한 코코아를 가져왔어요. 그렇게 마음과 마음이 이어집니다.

눈은 곧 녹아서 없어지겠지요.
하지만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던 오늘 하루는
사람들 마음에 영원히 남을 거예요.

어려움은 잠시일 뿐이지만 힘든 순간 함께 나눈 마음은 영원합니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날, 마을 사람들은 그 진리를 깨달았어요.


우리 눈사람

우리 눈사람

(원제 : Our Snowman)
글/그림 M. B. 고프스타인 | 옮김 이수지 | 미디어창비
(발행 : 2020/02/14)

※ 1986년 초판 출간

우리 눈사람

눈보라가 끝난 날, 아이는 밖에 나가 동생과 눈사람을 만들었어요. 꼭꼭 뭉친 눈을 진흙이나 나뭇가지가 묻지 않도록 깨끗한 눈 위에 굴려야 한다며 눈사람 만드는 법을 동생에게 알려주는 다정한 아이.  그렇게 새하얀 눈사람이 완성되었어요. 그런데 저녁 먹으러 들어간 아이는 슬퍼서 저녁을 제대로 먹을 수 없었어요. 점점 어두워지는 바깥에 혼자 외롭게 서 있을 눈사람을 생각하니 너무나 슬펐거든요. ‘저 눈사람 만들지 말걸.’ 후회가 밀려왔지요.

우리 눈사람

그런 아이를 위해 아빠가 나섰어요. 아빠와 아이는 눈덩이를 굴려 눈사람 아내를 만들었어요. 아빠가 만든 눈사람은 나뭇잎투성이였지만 나름 멋진 외투처럼 보여 아이 마음에 쏙 들었어요. 동생도 기뻐했어요. 이제 우리 눈사람도 둘이 함께 있게 되었으니까요.

어린 시절 그림일기를 만나는 것 같아 마음이 묘해집니다. ‘고작 그런 걸로 울면, 앞으로 사는 게 얼마나 힘들겠어!’하고 잔소리하던 엄마가 밖으로 나가는 두 사람을 위해 현관 불을 켜주시는 장면은 왜 그리 뭉클할까요? 아빠와 만든 눈사람을 ‘눈사람의 아내’라 해서 웃었어요. 아빠가 굴린 나뭇잎이 덕지덕지 붙은 눈사람 몸통과 달리 아이가 굴려 만든 눈사람 머리는 새하얘서 또 한 번 웃었습니다.

눈사람 혼자서 외로울까봐 울먹이는 아이의 따뜻한 마음은 꽁꽁 얼어붙은 온 세상을 다 녹이고도 남지요. “우리 눈사람”에 붙은 ‘우리’가 참 좋아요. 따뜻해서 좋아요.


오로라의 아이들

오로라의 아이들

(원제 : Children Of The Northlights)
글/그림 인그리 돌레르, 에드거 파린 돌레르 | 옮김 정영목 | 비룡소
(발행 : 2020/02/10)

※ 1935년 초판 출간

“오로라의 아이들”은 북유럽 사미 사람들(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 콜라반도 북쪽 지역)의 풍습이 담겨있는 그림책입니다.  부부 작가인 인그리 돌레르와 에드거 파린 돌레르는 1930년대 초 노르웨이 북부를 여행하며 이 책을 썼다고 해요. 참고로 돌레르 부부는 함께 작업한 그림책 “에이브러햄 링컨”으로 1940년 칼데콧 메달을 수상한 바 있어요.

오로라의 아이들

라세와 리세 가족은 순록의 먹이인 이끼를 찾아 이동 생활을 합니다. 아침 일찍부터 곰 가죽을 뒤집어쓰고 텐트에 나타난 라세와 리세 때문에 가족들은 깜짝 놀랐어요. 곰이 겨울잠을 잔다는 사실을 깜빡 잊고 속았지만 다들 라세와 리세 때문에 한바탕 웃을 수 있었지요.

한 해 동안 벌어지는 라세와 리세 가족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재미있게 담겨있어요. 커다란 소리에 놀라 달아난 순록을 찾으러 가는 에피소드,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이끼를 찾아 이동하는 이야기, 아침부터 밤까지 환한 빛이 가득해지면 교장 선생님이 이끄는 말을 타고 학교에 가는 아이들 이야기까지 다양한 북유럽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로라가 수놓는 북극의 밤 풍경, 화려한 색상의 털옷을 입은 라세와 리세 가족, 눈, 썰매, 이동식 텐트, 목욕탕, 학교… 풍부한 색감의 석판화로 그려낸 아름다운 그림책 “오로라의 아이들”, 긴긴 겨울밤 아이들과 야금야금 읽으며 그림책으로 북유럽 여행을 떠나 보세요. 라세와 리세, 순록 은빛이 백설이와 함께.

이 선주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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