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속에 ‘가족’만큼이나 많이 등장하는 관계는 바로 ‘친구’ 아닐까요. 오늘은 ‘친구와 함께라면…’이라는 주제를 담은 두 권의 그림책 “우르르 쾅쾅 폭풍우 치는 밤에는”“친구랑 함께한 하루” 함께 소개하려고 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복 구조를 활용해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 여러 명의 친구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꼭 닮은 두 그림책은 또 어떤 차이를 품고 있을지 함께 읽어보시죠.


우르르 쾅쾅 폭풍우 치는 밤에는

우르르 쾅쾅 폭풍우 치는 밤에는

(원제: La tempête arrive!)
막달레나 기라오 쥘리앙 | 그림 크리스틴 다브니에 | 옮김 라미파 | 한울림어린이
(2022/05/12)

비 내리는 깊은 밤 빗방울이 지붕을 때리자 무서워진 족제비는 이웃에게 달려가 “문 열어 주세요! 비 오는 밤에는 둘이 함께 있으면 덜 무섭잖아요.”라며 두더지네 문을 두드립니다. 둘은 혼자가 아니어서 마음이 놓인 듯했지만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자 결국 함께 다른 이웃에게 달려갑니다. “문 열어 주세요! 비 오는 밤에는 셋이 함께 있으면 덜 무섭잖아요.” 하고 말이죠.

우르르 쾅쾅 폭풍우 치는 밤에는

그렇게 두려움을 피해 하나 둘 모여드는 친구들. 겁을 잔뜩 먹은 채 찾아온 친구들을 달래주려고 토끼가 우쿨렐레를 연주해 보지만 우르르 쾅쾅 대며 천둥 번개가 요란하게 울부짖자 결국은 족제비와 두더지와 다람쥐와 오소리와 토끼는 찰싹 달라붙은 채 또 다른 이웃에게 달려갑니다.

우르르 쾅쾅 폭풍우 치는 밤에는

그렇게 찾아간 이웃은 여우네였는데 하필 비바람에 지붕이 날아가고 말았습니다. 여우는 튼튼한 동굴에 사는 곰한테 가는 수밖에 없다고 제안을 하지만 곰도 두렵기는 마찬가지여서 다들 망설입니다. 그렇다고 지붕도 없는 집에서 밤새 떨 수는 없는 노릇이라 족제비와 두더지와 다람쥐와 오소리와 토끼와 여우는 곰이 사는 동굴을 향해 달려갑니다. 캄캄한 밤 폭풍우 속을 달리는 여섯 친구를 만난 부엉이 가족이 반갑게 외칩니다.

부엉부엉 같이 가요!
폭풍우 치는 밤에는 일곱이, 일곱보단 여덟이,
여덟보단 아홉이 함께 있는 게 덜 무섭잖아요.

정신없이 달리던 친구들은 그 와중에도 새 친구들에게 대답해주는 것만큼은 잊지 않습니다.

네, 네 그럼요! 얼른 따라와요!

족제비와 두더지와 다람쥐와 오소리와 토끼와 여우와 부엉이 가족 셋 모두 아홉 친구가 곰네 집으로 달려갑니다. 이제 곰까지 모두 열 친구가 함께하니 캄캄한 밤도 폭풍우 몰아치는 밤도 두려울 것 없습니다. 열 친구가 한 자리에 모였으니까요!

“우르르 쾅쾅 폭풍우 치는 밤에는”은 이웃에게 달려가 문 두드리며 외치는 말이 둘에서 셋으로, 셋에서 넷으로 친구들의 숫자만 바뀐 채 반복되는 것도 재미있고, 친구들마다 이웃에게 달려갈 때 잊지 않고 꼭 한 가지씩 자신만의 아이템을 챙겨가는 것도 재미납니다. 토도독으로 시작해서 후드득, 휘이이이잉, 덜커덕, 우르르 쾅쾅 점점 거세지는 의성어들 따라 외치거나 하나 둘 셋 … 열까지 수 세기 하며 신나 할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이 눈 앞에 선한 그림책입니다.

이웃에게 달려가는 친구들 손에 뭐가 들려 있는지 찬찬히 살펴 보세요. 그리고 마지막 곰까지 열 친구가 모두 모인 후 그 물건들이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해보세요. 유일하게 부엉이 가족만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는데 그건 왜일까도 한 번 생각해보시구요(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한 것 모두 정답입니다). “우르르 쾅쾅 폭풍우 치는 밤에는”을 더 재미있게 보는 방법입니다.


친구랑 함께한 하루

친구랑 함께한 하루

(원제: Ein Tag mit Freunden)
글/그림 필립 베히터 | 옮김 유혜자 | 시금치
(2022/05/04)

앞에 소개한 “우르르 쾅쾅 폭풍우 치는 밤에는”이 열 친구들의 이야기라면 “친구랑 함께한 하루”는 다섯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여우, 오소리, 곰 세 친구가 겹치네요. 어쩌면 같은 마을일지도… 😄 참고로, “우르르 쾅쾅 폭풍우 치는 밤에는”은 프랑스 작품이고, “친구랑 함께한 하루”는 독일 작품입니다.

너구리는 심심했어요. 책도 보고 이리저리 몸을 들썩 거리기도 해봤지만 여전히 심심했죠. 그래서 빵을 만들어볼까 싶었는데 하필 달걀이 없습니다. 닭을 키우는 여우를 찾아가면 달걀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너구리는 여우네 집으로 향합니다. 도착해보니 여우는 비가 새는 지붕을 고치려는 중이었어요(음… 아까 “우르르 쾅쾅 폭풍우 치는 밤에는”의 여우네 지붕도 날아갔는데… 같은 여우 맞는 건가요? 😅). 그런데 사다리가 없어서 지붕에 올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너구리는 없는 게 없는 오소리네 집으로 사다리를 빌리러 가자고 합니다. 오소리는 낱말 맞히기를 풀고 있었어요. 찾아온 친구들에게 “곰이 제일 좋아하는 꿀이 뭘까?”하고 묻자 여우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곰한테 직접 물어보면 되지.
우리랑 같이 곰을 만나러 가자.”

친구랑 함께한 하루

그렇게 친구들은 곰을 만나러 길을 나섭니다. 까마귀가 곰은 지금 낚시하러 갔다고 알려줬어요. 너구리와 여우가 오소리 집으로 갈 때 ‘여우랑 같이 가니 참 재미있다.’고 너구리는 생각합니다. 너구리와 여우와 오소리가 곰을 찾아갈 때 여우는 ‘너구리, 오소리랑 함께 다니니까 참 좋다.’고 생각했구요. 이렇게 친구가 하나씩 둘씩 늘어나며 친구들은 각자 마음 속으로 생각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있으니까 참 좋다! 참 재미있다!

너구리, 여우, 오소리, 까마귀는 다 함께 곰을 찾아갔고 그렇게 만난 친구들은 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모두 함께 하니 어려웠던 낱말 맞히기도 척척 풀수 있었죠. 친구들은 오소리 집에 들러 사다리를 빌려서 여우네 지붕을 고쳤고 달걀을 몇개 얻었어요. 너구리는 그 달걀로 맛있는 사과빵을 두 개 만들었습니다.

친구랑 함께한 하루

하나는 여우, 너구리, 오소리, 까마귀가 함께 먹을 사과빵이고,
또 하나는 곰이 먹을 커다란 사과빵이었지요.
곰은 많이 먹거든요.

멋진 하루였어요.
친구들과 함께한 신나는 하루였어요.

친구들끼리 모여 함께 저녁을 준비하고, 나뭇가지에 둥근 달 하나 매달고 그 아래 식탁을 펴고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함께하는 저녁 식사. 그림책 속 친구들이 각자 마음 속으로 느꼈던 것처럼 참 좋고 참 재미있는 시간입니다. 친구와 함께한다는 건 바로 이런 거죠. 제목만 들어도 마음에 위안이 되어주는 그림책 “친구랑 함께한 하루”입니다.

오늘의 주제 ‘친구와 함께라면…’, 그리고 두 권의 그림책 마음에 드셨나요? “우르르 쾅쾅 폭풍우 치는 밤에는”이 다 같이 직면한 문제 하나를 친구들과 함께 극복하는 내용이라면, “친구랑 함께한 하루”는 각자의 고민이나 문제들을 친구들과 함께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는 내용입니다. 공동의 문제건 각자의 문제건 함께할 친구만 있다면 걱정할 것 하나 없습니다. 좋은 일이건 궂은 일이건 늘 함께 해주는 나의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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쟌이맘
쟌이맘
2022/07/07 23:07

이 글보고 천둥&번개에 요즘 꽂혀계신 4세 아들을 위해 을 구입, 오늘 저녁에 책이 도착해 엄마가 먼저 읽어봤는데, 이 글 읽으며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그림체와 스토리가 넘 따숩고 좋네요. 담요 위 동그랗게 친구들과 둘러앉아 꿀과자 대신 와인 한잔 머금고싶은 밤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 이번에도 좋은 책 소개 깊이 감사드려요. 즐금+즐주말 보내세요:-)

이 선주
Editor
2022/07/13 20:00
답글 to  쟌이맘

쟌이맘님, 안녕하세요?
천둥 번개 꽂혀계신(?) 4세님, 상상만해도 너무 귀여워요.
https://www.rainymood.com/
이 사이트에서 천둥 번개 소리 틀어놓고 책 보시면 더 실감 날 거예요.
(지금 내리는 빗소리가 사이트에서 들려주는 빗소리보다 더 무섭긴 하네요.)
꿉꿉하고 무더운 여름, 가족과 함께 건강하게 보내시기를.
가온빛 향한 무한 사랑,고맙습니다.

쟌이맘
쟌이맘
2022/07/19 11:30
답글 to  이 선주

어머, 선생님 ㅠㅠ 천둥번개 사운드 사이트까지 공유해주시다니요. 양파같은 매력의 선주쌤!!!!!!!!!!!!!! 추앙합니다 선주샘도 가온빛도요 ♥ 곧 점심시간이네요, 식사 맛있게하시구요 &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찮네요, 건강 조심하세요 ^^

이 선주
Editor
2022/09/06 20:06
답글 to  쟌이맘

쟌이맘님 잘 지내셨죠?
8월 가온빛 방학 끝나고서야 답글 드립니다.^^
쟌이남님의 씩씩한 응원 덕분에 늘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의 양파같은 매력을 알아주시니…힘이 불끈 솟는데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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