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둘 가사지의 정원
책표지 : Daum 책
압둘 가사지의 정원

(원제 : The Garden Of Abdul Gasazi)
글/그림 크리스 반 알스버그 | 옮김 이상희 | 베틀북

※ 1979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 1980년 보스턴 글로브 혼북상 수상작
※ 1980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토끼와 오리, 생쥐, 기린, 물개 모양으로 멋지게 가지치기된 나무가 가득한 정원을 한 아이가 강아지를 쫓아 급하게 달려가고 있는 “압둘 가사지의 정원” 표지 그림은 볼 때마다 팀버튼의 영화 “가위손”을 떠오르게 합니다. 저 정원 어디선가 에드워드가 가위손을 부지런히 움직여 나무를 손질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하거든요. “압둘 가사지의 정원”에도 꿈과 현실이 교묘하게 교차된 환상적인 이야기가 단색의 정교한 목탄 그림과 함께 신비로운 느낌으로 담겨 있습니다.

압둘 가사지의 정원

앨런은 이웃집 헤스터 아줌마의 개 프리츠를 돌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프리츠는 무엇이든 물어 뜯는 것을 좋아하는 천방지축 말썽꾸러기였죠. 그래서 프리츠를 돌봐 주기로 한 앨런은 오전 내내 프리츠가 가구를 물어뜯지 못하도록 막느라 몹시 힘들었답니다. 결국 지칠대로 지쳐 잠든 프리츠 옆에서 앨런도 낮잠을 잤어요. 프리츠가 물어 뜯기 좋아하는 자신의 모자를 윗옷 속에 잘 감춰 둔 뒤에요.

압둘 가사지의 정원

한 시간쯤 지나 프리츠가 코를 깨무는 바람에 눈을 뜬 앨런은 프리츠를 산책 시키러 나갔다가 덩굴로 뒤덮인 벽 앞에서 경고판 하나를 보게 됩니다.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정원에 개를 데리고 들어오지 마시오.
은퇴한 마법사 압둘 가사지

경고판을 본 앨런은 돌아가려 했지만 프리츠가 정원쪽으로 냅다 도망을 치는 바람에 낯선 정원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어요. 저너머에서 바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좁고 긴 정원의 입구, 경고문의 내용처럼 정원으로 뛰어드는 앨런을 말리는 것 같은 두 개의 하얀 조각상이 신비감을 자아냅니다.

압둘 가사지의 정원

압둘 가사지의 정원으로 뛰어든 천방지축 프리츠를 막 잡으려는 순간 앨런이 계단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도망 친 프리츠는 정원 깊숙이 들어가 결국 보이지 않았어요. 프리츠가 내려오고 있는 정원 계단 오른쪽에 토끼 한 마리가 물끄러미 프리츠를 보고 있네요. 마치 이 계단의 끝이 이상한 나라의 시작이라는 것을 상징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압둘 가사지의 정원

압둘한테 들키기 전에 프리츠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 앨런이 개 발자국을 따라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덧 압둘이 사는 집이 보였어요. 분명 프리츠가 압둘에게 붙잡혔을 거라 생각한 앨런이 조심스럽게 현관문 앞에 다가가자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압둘이 나타나 이렇게 말합니다.

“환영한다. 어서 들어오너라.”

조각처럼 다듬어진 정원을 지나 마치 모아이 석상 같은 모습으로 앨런 앞에 우뚝 선 마법사 압둘 가사지의 모습이 기묘하면서도 위압적으로 느껴지는 장면입니다. 압둘의 집 현관 앞에도 토끼 모양 조각상이 붙어 있네요.

압둘 가사지의 정원

프리츠를 돌려달라 공손히 말하는 앨런을 오리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간 압둘은 자기는 꽃을 파헤쳐 놓고 나무를 물어 뜯어 놓아서 개를 아주 싫어한다며 정원에 들어오는 개는 오리로 만들어 버린다고 말했어요. 앨런은 두려움에 떨며 오리들을 바라봤습니다. 압둘이 프리츠라 말한 오리를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달라 앨런이 간절히 빌자 압둘은 이렇게 말했어요.

“이 마법은 오직 시간만이 해결해 줄 수 있다. 몇 년 동안 계속될 수도 있고, 하루만에 끝날 수도 있단 말이다. 자, 오리를 데리고 돌아가거라. 다시는 이 곳에 오지 말고.”

압둘 가사지의 정원

나쁜일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오리가 된 프리츠를 안고 눈물까지 글썽이는 앨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리는 바람에 날려간 앨런의 모자를 낚아채 높이높이 날아 올라 멀리 도망쳐 버렸어요. 오리가 되어서도 프리츠는 무는 버릇을 고치지 못했군요.

프리츠도, 자신의 모자도 몽땅 잃어버린 앨런이 터덜터덜 걸어 헤스터 아줌마네 집에 도착했을 때는 해질녘이었어요. 앨런은 이렇게 나쁜 소식을 아줌마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몹시 걱정하면서 현관문으로 다가갔습니다.

압둘 가사지의 정원

헤스터 아줌마를 만난 앨런이 오늘 하루동안 겪은 엄청난 일을 털어놓고 있는데, 거짓말처럼 프리츠가 부엌에서 달려나왔어요. 코에 음식을 잔뜩 묻힌 채로 말이죠.

“내가 집에 왔을 때 프리츠는 앞마당에 있었거든. 네가 마법사와 함께 있는 동안 프리츠가 혼자 집을 찾아온 거야. 앨런. 너도 잘 알다시피 아무도 개를 오리로 바꾸지는 못한단다. 오리를 프리츠라고 믿도록 마법사가 너를 속인 것 뿐이야.”

아줌마의 얘기를 들은 앨런은 자신이 바보같다 생각하면서 다시는 그런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겠다 다짐하며 집으로 돌아 갔어요. 돌봐주기로 약속한 개를 잃어버리고, 마법사에게 속아 가슴 졸인 앨런의 혼란스런 하루가 이렇게 마무리 되는구나 싶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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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 가사지의 정원

프리츠가 아줌마 발치에 무언가를 물고왔어요.

“이런 못된 녀석, 앨런 모자를 갖고 뭘 하는 거니?”

프리츠가 물고 온 것은 압둘의 정원에서 오리로 변했던 프리츠가 물고 도망쳤던 앨런의 모자였습니다.

압둘 가사지의 정원에서 어쩐지 좀 오싹한 마법의 세계를 경험하고 돌아왔지만 변한 것이 없는 현실을 보고 마법사 압둘에게 속임수를 당했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간 앨런,하지만 앨런의 모자를 물고 온 프리츠를 통해 그것이 속임수만은 아니었다는 재미있는 반전이 담긴 “압둘 가사지의 정원”.

글쎄요, 금단의 장소에 갔다 돌아온 앨런이 오늘 하루 겪었던 이야기는 앨런이 꾼 꿈이었을까요? 아니면 진짜 마법이었을까요? 정원에서 마법사 압둘이 앨런에게 ‘이 마법은 오직 시간만이 해결해 줄 수 있다. 몇 년 동안 계속될 수도 있고, 하루만에 끝날 수도 있단 말이다.’라고 했던 것처럼 이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준 것일까요? 분명한 것은 마법사 압둘조차도 그 마법이 유지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조각 전공자답게 인물들을 석상처럼 표현하고 세밀하면서도 사실적으로 묘사된 풍경 속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담아낸 “압둘 가사지의 정원”은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첫 번째 그림책이면서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에 선정되는 것을 시작으로 칼데콧 명예상, 보스턴 글로브 혼북상 등 다양한 상을 휩쓸만큼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진 멋진 작품입니다. 그는 이후에도 1982년 “주만지(Jumanji)”로, 1986년  “북극으로 가는 기차(The Polar Express)” 로 칼데콧 메달을 두 번이나 수상했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재미있고 기묘한 이야기를 선보이며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더,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책을 읽다보면, 하얀 몸통에 눈에 검은 반점이 있는 불테리어가 꼭 등장하는데요.(압둘 가사지의 정원에서는 ‘프리츠’로) 그의 그림책 초기 모델로 등장했던 불테리어를 너무나 사랑했던 작가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달리한 불테리어를 기억하기 위해 작품마다 꼭 등장시켰다고 합니다. 숨은 그림찾기 하듯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작품에서 불테리어를 찾아보세요. 주연 못지 않은 조연 역할로 나오기도하지만 때론 장난감으로, 때론 찻주전자로, 때론 헝겊 인형으로 그의 책마다 어김없이 등장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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