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지나가지 마!
책표지 : Daum 책
아무도 지나가지 마!

(원제 : Daqui Ninguém Passa!)
이자벨 미뇨스 마르틴스 | 그림 베르나르두 카르발류 | 옮김 민찬기 | 그림책공작소
(발행일 : 2016/04/13)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가슴에 훈장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장군이 그림책을 보고 있는 우리를 향해 소리칩니다. ‘아무도 지나가지 마!’라고요. 대체 어디를 지나가지 말라는 것일까요? 그리고 왜 지나가지 말라는 것일까요?  “아무도 지나가지 마!” “엄마의 가슴”,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느리게 빠르게”, “두 가지 길등의 좋은 그림책을 선보여온 포르투갈의 작가 이자벨 미뇨스 마르틴스와 베르나르두 카르발류 명콤비가 만든 그림책으로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입니다.

그림책을 펼치면 말을 탄 장군이 부하 군인에게 거칠게 명령을 내립니다.

“내 말을 명심해라.
이제부터 너는 꼼짝 말고
아무도 못 지나가게 지켜!”

아무도 지나가지 마!

잔뜩 긴장한 채 혼자 길을 지키고 있던 보초병 앞에 강아지가 빼꼼 고개를 내밀더니 이윽고 한 남자가 자연스럽게 화면 오른쪽을 향해 걸어갑니다. 그러자 보초를 서고있던 군인은 커다란 목소리로 어느 누구도 오른쪽으로 지나 갈 수 없다고 큰 소리로 외쳤어요.

남자가 그 이유를 묻자 군인의 대답이 아주 황당합니다. 장군이 언제든지 이야기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오른쪽을 비워두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랍니다. 그 대답을 들은 남자는 “그게 무슨 소리예요? 말도 안 돼요!”라며 어이 없어 하지만 군인은 장군의 명령을 따를 뿐입니다.

아무도 지나가지 마!

어느덧 왼쪽에는  지나가야 할 사람들로 꽉 차게 되었어요. 가던 길이 막힌 사람들은 아무도 지나갈 수 없다는 말에 말도 안된다며 항의 했지만 어느 누구도 오른쪽으로 지나갈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장군님의 명령을 따를 뿐이라고 대답하며 경직된 자세로 서있는 보초병 앞에서 중요한 약속이 있는 사람도, 급하게 교신을 해야 하는 외계인도, 도망가야 할 도둑들도 모두 웅성웅성 투덜투덜거리면서 불만을 제기할 뿐 어떤 이도 이 말도 안 되는 불합리하고 일방적인 명령을 깨뜨릴 생각을 하지 못했죠.

티끌하나 없이 깨끗하게 비워진 텅 빈 오른쪽 공간과 사람들도 가득찬 왼쪽 공간이 한 눈에 비교가 되네요.

그 때,

아무도 지나가지 마!

시끌시끌 어수선한 와중에도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천진난만하게 주거니 받거니 공놀이를 하던 두 아이의 공이 화면 오른쪽으로 굴러가고 말았어요. 오른쪽으로 통통통통 튀어 굴러가는 공이 의도치 않게 불합리하고 일방적이었던 명령을 깨고 만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의 눈길이 빨간 공에 집중 되었어요. 장군이 그토록 원했던 주인공의 자리를 아이들의 빨간 공이 제일 먼저 차지했네요.

군인 아저씨, 우리 공이…

아무도 지나가지 마!

잠시 허공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던 군인이 빨리 지나가라면서 말했어요. 이번 한 번만이라구요.

신나게 달려가는 아이들을 따라가는 멍멍이도 신이 났네요.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지나가게 해달라 조르자 결국 보초병은 우리끼리 비밀로 하자면서 사람들에게 길을 내어줍니다. 보초병의 경계가 풀어지고 경직되어 있던 사람들의 모습도 편안해 집니다. 텅 비어있던 오른쪽 공간으로 사람들이 넘어가면서 이제 화면이 균형을 이룹니다.

아무도 지나가지 마!

그 때 처음 명령을 내린 장군이 한무리의 군인들을 이끌고 다가와서는 보초병에게 큰소리로 호통을 쳤어요. 유쾌했던 분위기가 일순간 얼음장처럼 차가워졌습니다. 길을 지키고 있던 보초병이 제일 먼저 얼어붙었고 오른쪽으로 건너간 사람들의 눈길은 모두 말 탄 장군에게 쏠렸어요.

아무도 지나가지 마!

자신의 명령을 어긴 보초병을 당장 잡으라는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그런데 멈칫해 있던 사람들이 모두 함께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도둑은 장군보고 ‘저 도둑놈!’이라 외쳤고 빨간 모자는 들고가던 과일을 던졌어요. 약속에 늦었다면서 뛰어가던 아가씨도, 공사중이던 아저씨들도, 아이스크림 장수도 모두가 장군을 향해 한 목소리를 냈죠. 그는 우리의 영웅이라면서요. 일제히 쏟아지는 사람들의 비난에 장군 뒤를 따르던 군인들도 각자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우리의 영웅’이라며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에  보초병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독자를 바라보며 묻습니다.

나?

아무도 지나가지 마!

시종일관 시크한 표정으로 장군을 태우고 있던 말도 사람들이 있는 오른쪽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 바람에 훌렁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장군, 그의 가슴에 주렁주렁 달렸던 훈장들도 그와 함께 나동그라졌네요. 모두들 자신들에게 길을 내어준 보초병을 향해 달려갑니다. 만세를 외치는 그들은 모두 한 마음으로 보초병을 헹가래 쳐주면서 달려갑니다. 장군 한 사람을 빼고는 모두가 이 상황이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알록달록 다양한 빛깔로 화면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행렬이 축제를 연상 시키네요.

아무도 지나가지 마!

사람들이 보초병과 함께 오른쪽 화면 밖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없습니다. 이제 장군 혼자 덜렁 남았어요. 끝까지 장군은 자신의 생각 속에 갇혀있습니다. 엉망진창이 되었다면서 사람들을 향해 어리석은 것들이라고 으르렁댑니다. 그리고는 말했죠.

나는 이제 여기를 떠나겠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도대체 누구란 말이냐?

화가 난 채로 이곳을 떠난다는 그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도대체 누구냐구요. 그 모습을 한쪽 구석에 앉아 지켜보던 토끼가 ‘나?’하고 답을 하고 있네요.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나’입니다. ‘나’라는 주인 의식이 없었다면 그림책에 나온 인물들은 자신이 늘 다니던 길조차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빼앗겨 버린 말 잘듣는 멍청이 무리에 불과했을 거예요.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화면 왼쪽 작은 공간 속에서 막을 내렸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화면 오른쪽으로 넘어가 자신들의 미래를 향해 걸어간 모든 이들이 바로 이 그림책의 주인공입니다.

반면 아무도 지나가지 못하게 한 오른쪽에서 홀로 주인공이고 싶어한 장군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오른쪽을 한 번도 밟지 못합니다. 그저 사람들이 이미 지나쳐 간 과거의 공간에 혼자 남겨져 펄펄 뛰면서 여전히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따지고 있을 뿐이죠.

그림책의 한정된 공간 안에서 자유와 권리, 민주시민이 갖춰야 할 태도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아무도 지나가지 마!”는 간결한 스토리와 시선을 압도하는 공간 분할, 개성 넘치는 그림으로 명쾌하게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이자벨 미뇨스 마르틴스와 베르나르두 카르발류의 기발한 그림책 구성 아이디어에 절로 감탄이 나오는 그림책입니다.

62명의 등장 인물이 63명이 되어 넘어간 오른쪽 화면은 우리들이 끊임 없이 지나가야 할 미래입니다. 경계를 넘지 못했다면 그래서 오른쪽 화면을 밟지 못했다면 아마도 우리는 늘 그자리에 주저 앉아 있었을 것입니다. 기류를 읽지 못하는 장군처럼 말이죠. ^^


아무도 지나가지 마!
“아무도 지나가지 마!”의 주인공들이 나오는 뒷 면지

앞면지에서 62명의 그림책 속 주인공들이 그림책이 끝나는 뒷면지에서는 63명으로 늘어납니다. 늘어난 한 명은 누구일까요? 그림책 속에서 한 번 찾아 보세요. 그리고 이 그림책 속 주인공 각각의 이야기를 다시 그림책을 넘겨가며 찬찬히 살펴 보세요.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4 Replies to “★ 아무도 지나가지 마!

  1. 보초병만 괜히 고생했네요^^
    자고로 옛 어른들이 문지방은 밟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죠^^

    1. 가릉빈가님 반갑습니다.
      보초병 걱정은 안하셔도 될 겁니다. 길을 막은 것도 보초병이었지만 사람들에게 결국 길을 열어 준 것도 보초병이었으니까요? ^^

  2. 세상에.너무 좋네요.이렇게 좋은 책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매번 감사하지만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