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멀었어요?
책표지 : Daum 책
아직 멀었어요? – 환상의 자동차 여행

(원제 : Are We There Yet?)
글/그림 댄 샌탯 | 옮김 고정아 | 아르볼
(발행일 : 2016/08/16)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상상력 넘치는 멋진 스토리와 환상적인 그림으로 2015년 칼데콧 메달을 받은 “비클의 모험”을 쓴 작가 댄 샌탯의 신작 “아직 멀었어요?”는 자동차를 타고 가는 지루하고 먼 여행길에 일어난 일을 아이의 시선에서 재미나게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아직 멀었어요?’ 참 익숙하고 친숙한 말이죠? ^^

아직 멀었어요?

할머니로부터 생일 파티 초대장을 받은 아이, ‘할머니 댁에 가는 길은 언제나 즐거워요.’라고 말했듯 여행의 시작은 즐거움으로 가득 차있지만 그것도 잠시뿐. 한 시간만 지나면 반복되는 똑같은 풍경에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하죠. 그렇다보니 앞자리 엄마 아빠에게 투정을 시작합니다. ‘아직 멀었어요?’, ‘길에서 하루를 다 보내겠네’ …… 이미 자동차 바닥에 장난감이며 게임기, 책이 내동댕이 쳐진 것을 보니 모든 것이 심드렁 해진 모양입니다.(비클 인형도 보이네요.^^) 공룡인형과 낙서장만이 온전히 아이 곁에 있습니다(앞으로 일어날 사건의 중요한 복선이 되는 장치에요).

창밖으로 끝없이 뻗은 도로를 내다보면 힘이 더 빠져요.
이 세상 장난감을 다 가지고 있어도 아무 소용없지요.

아직 멀었어요?

평소에 그토록 빠르게 지나가던 시간도 어찌나 느리게 흘러가는지 앞으로 전진해야 할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 같다는 느낌을 작가 댄 샌탯은 그림을 뒤집는 방식을 사용해서 표현했어요. (이제부터 뒤집힌 그림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간이 거꾸로 흐르다 보니 창 밖 풍경 역시 과거로 흘러갑니다. 서부 시대, 해적 시대를 지나 갑옷 입은 기사와 결투를 해야 하는 중세 시대를 거쳐 피라미드를 건설하던 고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직 멀었어요?

10분은 한 시간처럼, 한시간은 하루 처럼, 하루는 한달 처럼 느껴진다며 여전히 지루함에 몸서리 치며 백만년도 더 지난 것 같다던 아이는 창밖에서 들려오는 거대한 울음 소리를 듣는 순간에야 정신이 돌아왔어요. 과거로 흘러가던 시간이 멈춘 것은 공룡이 살던 시대입니다. 티라노사우루스와의 공놀이 한판에 이제 본격적으로 시간은 정주행을 시작합니다. 한 바퀴 다시 돌아 뒤집혔던 그림이 제자리를 찾았어요.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을 즐겁게 보내봐요.
그렇게 하면 시간이 조금이라도 빨리 갈 거예요.

‘이 순간을 즐겁게 보내보라’ 는 아이의 조언, 지루함 끝에 드디어 득도의 경지에 오른 것일까요? ^^

아직 멀었어요?

역행하던 순간에 함께 했던 이들이 모두 같이 앞으로 달려갑니다.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의 등을 타고 신나게 달려갑니다. 어느새 아이는 모든 순간순간을 즐기기 시작했어요.

아직 멀었어요?

즐거울 때의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흘러가죠. 2016년 10월 24 할머니 생일에 맞춰 할머니 댁에 도착해야 하는데 신나게 달려온 이 곳의 날짜는 2059년 10월 24일입니다. 즐겁게 놀다보니 이들은 자동차가 하늘을 날고 로봇이 안내를 하는 미래 도시에 와있네요.

백만 년도 더 뒤로 갔다 다시 40년이나 앞으로 가버렸으니 할머니 댁에 가는 일은 정말 쉽지 않군요. 앞자리 엄마 아빠만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매 장면 엄마 아빠 옷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잘 살펴보세요).

아직 멀었어요?

스펙타클한 모험 끝에 무사히 할머니 댁에 도착한 아이가 할머니 품에 안기며 이야기 합니다.

잊지 말아요.
지금 이 시간이 최고의 선물이라는 걸요!

‘이 시간이 최고의 선물’ 이라는 말에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오랜 시간 달려왔기에 할머니와의 만남이 더욱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이겠죠.

그런데 이 장면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 하나 있어요. 할머니 댁 도로에 떨어진 사진 한 장입니다. 이 사진은 앞서 2059년 미래 도시에서 로봇이 찍어준 기념사진이에요. 과연 할머니 댁까지의 긴 여행은 단순히 아이의 꿈이었다거나 아이가 꾸며낸 환상이라고 딱 잘라 얘기할 수 있을까요?

디즈니 애니매이션 제작에 참여 한 경력이 있는 작가 댄 샌탯은 이 그림책에서 중간중간 애니메이션 기법처럼 여러 장면을 작은 칸에 나누어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표현했어요. 또한 과거로의 시간 흐름을 그림을 거꾸로 뒤집는 방식으로 보여주기도 했죠. 먼 길을 갈 때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들(지루하고, 토할 것 같고, 엉덩이가 아파오고, 화장실에 가고싶은 것)은 그림책 배경과 절묘하게 일치 시켜 보여줍니다. 예를 들면 바다 한가운데 해적선에 잡혔을 때는 토할 것 같다는 느낌으로, 말 탄 기사와 한 판 승부를 벌일 때는 엉덩이가 아프다는 식으로요.

“아직 멀었어요?”는 그림과 그림을 연결하는 독특한 화면 구성으로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림책 속에 빠져들면서 책 읽는 즐거움을 한가득 누릴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칼데콧 수상 작가의 역량이 흠뻑 느껴지는 작품이죠.

할머니의 생일 선물로 주인공 소년이 준비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마지막 페이지에서 확인해 보세요. 음, 이 이야기 전체를 지배하는 그것이 할머니의 생일선물이었다는 것이 힌트입니다.^^ 어쩌면 그것이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2 Replies to “★ 아직 멀었어요?

  1. 안녕하세요 미국에 사는 네아이 엄마에요^^
    아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가고부터는 여기 미국에서는 학교에서 동화책을 의무적으로 20분씩 매일 읽히고 독후감을 써오게 하는데요… 이 싸이트 통해서 좋은 동화책을 고르며 아이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저에겐 이 사이트가 오아시스같은 곳이에요.
    너무 감사해서 글남겨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1. mj 님 반갑습니다!
      칭찬과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네 아이와 함께 하는 책 읽기… 생각만해도 왁자지껄 즐겁겠네요~ ^^
      mj 님댁 네 아이들 위해 더 열심히 좋은 그림책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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