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학교 가는 날

처음 학교 가는 날

(원제 : Premier Matin)
글/그림 플뢰르 우리 | 옮김 박정연 | 노란돼지
(발행 : 2019/02/15)


처음 이 뽑던 날, 처음 심부름 가던 날, 처음 학교 가던 날… 처음 경험했던 그 순간들을 기억하고 있나요? 설렘 한편에 자리 잡은 알 수 없는 두려움, 그런 나의 손을 꼭 잡아주며 따뜻하게 응원해 주시던 엄마, 아빠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 3월은 그런 계절인 것 같아요. 들락날락 봄기운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처럼 마음도 몸도 싱숭생숭한 계절, 그 시절 나를 든든하게 지켜주셨던 고마운 분들이 문득 떠오르는 계절.

학교로 유치원으로 어린이집으로 첫 발을 내디뎠을 우리 아이들, 잘 지내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산고사리 이불 속에 털 뭉치 하나가 쏙 숨어 있어요.
아침인데 잠에서 깨려고 하지를 않네요.

처음 학교 가는 날

산고사리 이불 속에 숨은 털 뭉치의 정체는 꼬마 곰이었습니다. 일어나라는 엄마 말에도 못 들은 척 웅크린 채 눈 가리고 있는 꼬마 곰의 모습, 굉장히 낯익지 않나요? ^^ 엄마 곰이 조용히 물었어요.

“꼬마 곰, 무슨 일 있어?”

눈도 마주치지 않고 웅크렸던 꼬마 곰이 슬그머니 엄마를 돌아봅니다. 다정한 엄마 곰의 말에 스르르 마음이 녹았나 봐요.

처음 학교 가는 날

엄마 곰은 꼬마 곰을 꼬옥 안아줍니다. 꼬옥 안아주고 폭 안겨있는 아무 말이 필요 없는 순간, 그 모습에 그만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내가 꼬마 곰이었던 시절도 생각나고 저토록 어린 꼬마 곰을 키우던 시절도 생각나서인가 봐요. 한참을 안겨있던 꼬마 곰이 풀 죽은 표정으로 슬그머니 고백했어요.

“나, 학교 가기가 싫어요.”

엄마는 가만히 꼬마 곰의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무서운 꿈을 꿨다는 꼬마 곰은 엄마에게 재잘재잘 이야기를 털어놓았어요.

처음 학교 가는 날

낯선 환경과 처음 마주하게 될 꼬마 곰의 두려움은 꿈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어요. 책가방을 잃어버리고 선생님에게 야단 맞고 벌을 서는 꿈,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꿈, 화장실에 가다 길을 잃는 꿈, 꼬마 곰 곁에서 그저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며 등굣길을 함께 하던 엄마는 시종일관 온화한 표정으로 꼬마 곰의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우리 꼬마 곰, 처음 하는 일에 겁이 나는 건 당연한 거야.”

찰박찰박 꼬마 곰을 업은 엄마는 개울을 건넙니다. 엄마의 푸근한 등, 따스한 위로에 꼬마곰의 표정에 조금씩 생기가 돌기 시작합니다. 개울가에 찍힌 자신의 발자국을 바라보는 꼬마 곰의 표정에 호기심이 가득합니다. 엄마 말대로 학교란 곳이 생각보다 재미있는 곳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나 봐요. 엄마 손을 놓고 물수제비를 뜨는 꼬마 곰은 이제 자신감으로 가득 차 보입니다.

처음 학교 가는 날

문득 돌아보니 꼬마 곰처럼 오늘 학교가 처음인 친구들이 주변에 가득합니다. 엄마 손을 잡고 하나 둘 하나 둘 등굣길에 오른 친구들, 실은 학교 가는 길 내내 꼬마 곰과 엄마 곰 주변을 맴돌던 친구들이었어요.

“누구나 처음이니까. 너는 곧 친구들과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거야.”

다양한 표정으로 처음 학교 간 날을 맞이하고 있는 동물 친구들 모습을 보자니 3월의 설렘과 긴장이 느껴집니다. 음 나도 그랬지, 우리 아이도 그랬어 엄마도 아이들도 그림책을 보면서 할 말이 많아질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무슨 일에서나 처음이 존재하는 법이죠. 서툴고 어색함에 떨고 있을 아이의 마음을 넉넉한 사랑으로 어루만져 주는 엄마 곰의 모습이 따뜻하게 그려진 그림책 “처음 학교 가는 날”, ‘누구나 처음이니까’하고 말해주는 엄마 곰처럼 푸근한 마음으로 세상 모든 초년생들을 응원하고 싶어지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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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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