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거나 안 보이거나

보이거나 안 보이거나

글/그림 요시타케 신스케 | 옮김 고향옥 | 토토북
(발행 : 2019/03/25)


다소 시크한 느낌을 풍기는 그림책 제목 “보이거나 안 보이거나”는 제목 그대로 시각을 토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그린 책입니다. 다양한 각도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한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는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라는 인문학 서적을 쓴 작가 이토 아사의 책을 토대로 함께 의견을 주고받으며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언제나 기발하면서도 신선한 이야기로 가득한 요시타케 신스케의 세상, 이번 무대는 광활한 우주입니다.

보이거나 안 보이거나

온갖 별을 조사하고 다니는 임무를 맡은 우주 비행사가 막 도착한 별에서 만난 이들은 뒤에도 눈이 있어 앞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요. 생김이 다른 이들은 서로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눈이 두 개인 우리 입장에서는 뒤에도 눈이 달린 이들이 마냥 놀랍고 신기한데 눈 세 개인 외계인들 입장에서 보면 뒤에 눈이 달리지 않은 우주 비행사가 몹시 놀라운 모양이에요.

어?! 너, 뒤가 안 보이는 거야?
뭐-?! 안 불편해? 불쌍하다!
이 사람은 자기 등을 못 보는구나…….
불쌍하니까 등 얘기는 하지 말자.

놀라움을 넘어선 지나친 친절과 동정은 우주 비행사에게 묘한 기분을 불러일으킵니다. 그저 ‘보이는 범위’가 다를 뿐인데 이렇게 희귀한 취급을 당하다니 말이에요.

보이거나 안 보이거나

다르게 생긴 눈을 가진 이들과의 만남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보는 세상은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풀어갑니다. 똑같은 것도 눈이 보이지 않는 이들은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느끼는지,  어떻게 자신의 세상을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지를 이야기해요.

보이지 않는 이들은 소리와 냄새와 촉감을 사용해 세상을 인식합니다. 시각 없이 세상을 인지하는 것, 우리가 세상을 느끼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죠. 하지만 그건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인지하는 것일 뿐이지 틀린 게 아니에요.

‘보이지 않아서 할 수 없는 일’이 많지만
‘보이지 않아서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보이거나 안 보이거나

하지만 우리는 모두 원래 조금씩 달라.
저마다 보는 법과 느끼는 법이 있거든.

키 큰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이 있는가 하면 작은 사람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있죠. 보이지 않는 사람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있고 들리지 않는 사람만 구별할 수 있는 것이 있어요. 친구가 많은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얌전한 사람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 있어요. 같은 장소에서도 다 다른 것을 보고 느끼듯 각자 처한 상황, 개성, 습관에 따라 보는 것 느끼는 것이 각자 다 달라요.

보이거나 안 보이거나

아기자기 귀여운 공장 안에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갑니다. 줄을 선 아이들이 랜덤으로 나온 탈것에 하나씩 올라타고 공장 밖으로 나가고 있어요. 누가 보기에도 위태위태해 보이는 외발자전거를 탄 아이도 있고 스케이트보드를 탄 아이도 있어요. 세발 자동차에 탄 아이, 자전거에 탄 아이. 온갖 탈것들이 여기 모두 모인 것 같네요.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는 저마다 다 다른 우리 몸의 특징과 겉모습을 탈것에 비유했어요. 저마다 좋은 점이 하나씩은 있는 탈것들, 하지만 자기가 탈것을 정할 수 없는 이 아이들처럼 우리 역시 마찬가지라고요. 그러니 이렇다저렇다 말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다정하게 이야기해 주면 어떨까요? 자기와 다른 사람과 만났을 때 자신이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것, 서로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는 것, 그럴 때마다 ‘우아~’하고 감탄해 주는 것! 넉넉한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바라볼 수있는 세상 우리가 진정 꿈꾸는 세상 아닌가요?

보이거나 안 보이거나

그림 한 장 한 장 재미있으면서도 심오한 철학적 이야기로 가득한 요시타케 신스케의 놀라운 상상, 다르면 다른 대로 또 같은 점을 발견하면 발견한 대로 서로에게 ‘우아!’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마음,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그의 철학을 듣다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림과 함께 들려주고 보여주는 세상은 글로만 듣고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쉽게 와닿습니다.

서로 다른 이들 사이의 배려와 이해, 서로를 위한 적당한 거리까지 이 어렵고 모호한 이야기를 이토록 쉽고 경쾌하게 이야기하는 책 “보이거나 안 보이거나”, 모습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이들이 모여 하나의 세상을 이룹니다. 이해의 눈을 넓혀 바라보면 모두가 귀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입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