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거미와 행복한 코끼리

배고픈 거미와 행복한 코끼리

(원제 : Un appétit d’éléphant)
글/그림 에릭 바튀 | 옮김 김영신 | 빨간콩
(발행 : 2020/02/25)


길도 빨갛고 나무도 빨개요. 노란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는 사바나 사막 한가운데 떠있는 태양도 빨갛고요. 커다란 나무 사이 거미줄을 치고 있는 거미만 까만색이에요. 거미는 커다란 나무 사이에 멋진 거미집을 만들었어요. 그리곤 나무 뒤에 숨어 먹잇감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배고픈 거미와 행복한 코끼리

나무 뒤에 숨어서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는 조그만 거미, 그 표정이 너무 재미있어 같이 웃게 됩니다. 이 모습은 먹잇감이 걸려들길 기다리며 초조해하는 모습이 아니라 숨바꼭질하면서 즐거워하는 아이 모습 같아요. 행여나 들킬세라 구석자리에 숨어 두근두근 마음 졸이면서도 즐거워하는 그런 표정이랄까요. 마침 산책을 나온 코끼리가 거미집을 발견했어요. 코끼리는 거미집을 보고 이렇게 말했어요.

“우아, 이 그네는 내 엉덩이에 딱 맞겠는걸!”

거미가 그토록 공을 들여 만든 거미집인데 코끼리 눈에는 그저 엉덩이에 딱 맞는 그네로 보인다니. 야무진 거미와 어딘가 어수룩해 보이는 코끼리, 똑같은 거미줄을 보고도 둘은 너무나 다른 꿈을 꾸고 있네요.

배고픈 거미와 행복한 코끼리

흔들흔들 거미줄 위에서 즐겁게 그네를 타는 코끼리를 잽싸게 낚아챈 거미. 거미는 코끼리를 잡아먹을 생각에 신나고 코끼리는 이 모든 게 즐거운 놀이 같아 행복해요.

거미는 프라이팬에 코끼리를 올리고
허브를 뿌려 빙글빙글 돌렸어요.
“야호! 트램펄린 하는 것처럼 재밌는걸!”
코끼리가 환호성을 질렀어요.

말도 안 되게 커다란 코끼리를 잡아먹으려는 앙큼한 거미의 모습도 재미있지만 거미의 속내도 모른 채 그저 주어진 상황을 놀이로 생각해 마냥 즐거워하는 덩치만 커다란 코끼리의 모습도 웃음을 자아냅니다. 똑같은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는 둘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도 커다란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배고픈 거미와 행복한 코끼리

커다란 식탁 위에 올려놓은 코끼리를 잡아먹을 생각에 거미가 한껏 들떠 있을 때 코끼리가 벌떡 일어났어요. 그리곤 다시 그네를 타러 갈 거라며 달려갔어요. 거미를 코끼리의 한쪽 발에 매단 채. 아이쿠나! 코끼리 발에 매달린 거미가 아슬아슬해 보입니다. 거미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거미는 얼마나 놀랐는지 입맛이 뚝 떨어졌어요.
코끼리는 거미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여전히 몰라요.
정말 다행이에요! 이제 둘은 사이좋은 친구가 되었거든요.

변함없이 같은 자리에 떠있는 빨간 햇님이 둘의 우정 역시 영원할 거란 걸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에릭 바튀의 글과 그림은 언제 보아도 개성 넘치고 독특합니다. 강렬한 색감, 간결하고 단순한 구도,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마치 아이가 그린 듯 그려내 이야기의 묘미를 아주 잘 살려내고 있어요.

비록 첫 목적은 달랐으나 둘도 없는 친구된 거미와 코끼리. 사랑도 우정도 상대방에게 자신의 요구에 따라 변하길 강요하는 것이 아닌 그저 상대의 지금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 그렇게 자신만의 특별한 해석을 통해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것 아닐까요? “배고픈 거미와 행복한 코끼리”는 우연한 만남을 통해 친구가 되는 과정을 아주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모습이 달라도 생각이 달라도 우리는 친구! 넓디넓은 우주,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와 다른 누군가와 친구가 된다는 건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요.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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