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치료해 주는 비밀 책

슬픔을 치료해 주는 비밀 책

(원제 : The Secret Remedy Book)
카린 케이츠 | 그림 웬디 앤더슨 홀퍼린 | 옮김 조국현 | 봄봄
(발행 : 2005/04/10)


뭔가 짜증 나고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울적하다면 하던 일을 멈추고 밖으로 나가 잠깐만이라도 걸어 보세요. 눈부신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가볍게 걸어보는 거예요. 복잡한 생각을 멈추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걸음에만 집중해 지금 이 순간을 그대로 느껴 보는 거지요. 실제로 우리 뇌는  햇빛을 받으면 행복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을 더 많이 분비시킨다고 해요. 그래서 햇빛을 ‘자연 항우울제’라고도 합니다.

우울은 수용성이라 샤워하면 씻겨나가고 분노는 지용성이라 고기로 녹여야 한다는 그럴싸한 이야기도 들었어요. 우선 씻기, 밖으로 나가 햇볕 쐬기, 몸 움직이기, 달달하거나 매콤한 거 혹은 기름진 거 먹기. ^^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기분이 처지거나 울적하다 싶을 때 자신만의 처방전이 있나요? “슬픔을 치료해 주는 비밀 책”에는 롤리가 이모로부터 배운 슬픔에 대처하는 오래된 비법이 담겨있어요. 비밀이란 말에 귀가 더욱 솔깃해지는 롤리네 비밀 책, 슬쩍 구경하러 가볼까요?

슬픔을 치료해 주는 비밀 책

이모네 집에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던 롤리는 막상 이모네 집에 롤리만 남겨놓고 엄마 아빠가 떠나자 슬퍼졌어요. 훌쩍이는 롤리를 다락방으로 데려간 이모는 낡은 상자 속에서 ‘슬픔을 치료해 주는 비밀 책’을 꺼내줍니다.

첫 장에 ‘오늘 밤 부엉이가 울기 전까지 책에서 지시하는 처방을 다 해 보아야만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주의 사항을 읽은 롤리는 서둘렀어요. 부엉이가 울기 전 책에서 말한 일곱 가지 처방을 모두 해내야 했으니까요.

슬픔을 치료해 주는 비밀 책

첫 번째 처방
사과 주스 한 잔을 마시세요.
아주 천천히 맛을 느끼면서 마셔야 해요.
사과와 사과가 열려 있는 나무의 맛까지 느낄 수 있도록 말이에요.

신선한 사과 주스를 한 잔씩 마시면서 이모는 사과나무의 잎사귀 맛까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말했고 롤리는 상큼한 사과꽃 향기까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어요. 롤리와 이모가 사과 주스 마시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어디선가 상큼하고 달달한 사과 향기가 나는 것 같습니다. 온 감각을 깨워 찬찬히 맛을 음미하며 그 속에서 삶을 충실하게 느껴 보는 것, 그건 바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느껴보는 일이기도 하지요.

좋은 땅에 씨앗을 심고 그 씨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몰래 뭔가 해놓기, 가능한 먼 곳까지 걸어가서 이 전에 한 번도 보지 못한 어떤 것 찾기… 페이지마다 제시된 슬픔을 치료하는 처방이 흥미롭습니다. 단순히 처방만을 따라 해야 하는 것이 아닌 처방과 함께 수행해야 할 미션을 모두 해내야 그 단계를 달성할 수 있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어요. 똑같은 처방이지만 거기에 따른 미션을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저마다 모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슬픔을 치료해 주는 비밀 책

이모와 바쁜 하루를 보내면서 그 일에만 집중을 한 롤리가 마지막으로 수행해야 할 일곱 번째 처방은 다음과 같아요.

일곱 번째 처방
멋진 일을 하는 생각을 해 보세요.
내일 할 수 있는 작지만 큰  일을 하나 생각해야 합니다.

롤리도 이모도 생각에 잠깁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이제 슬퍼할 겨를이 없을 것 같아요. 그렇게 롤리는 행복하게 잠자리에 들었어요. 롤리가 생각한 ‘작지만 큰일’은 무엇이었을까요? 롤리와 색다른 하루를 보낸 이모는 또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부엉이가 울기 전 일곱 가지 처방을 모두 해냈을까요? 그림책으로 확인해 보세요.

낡고 손 때묻은 책 속에 담긴 비법, 그리고 책장 사이 마른 꽃들… 모두 어린 시절 이모와 롤리 엄마의 손때 묻은 추억입니다. 잠시 엄마와 떨어진 사이 롤리는 오래된 책을 통해 그 시절 자기 또래였던 엄마와 교감을 한 셈이에요. 세상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을 하나 만든 날, 그리고 손때 묻은 책 속에 롤리만의 비법을 더한 날. 내일 할 일을 미리 계획하고 잠들었으니 롤리에게 내일은 또 다른 멋진 날이 될 거예요. 이모와 엄마가 그렇게 성장해 멋진 어른이 된 것처럼.

우리 가족만의 슬픔을 치료해 주는 비밀 책, 혹은 행복을 찾아주는 비밀 책 한 권씩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책을 그대로 따라 해 보는 것도 좋고 각자의 아이디어를 더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기, 새로운 것 발견하기, 느낌 기록하기. 주의를 기울여 세상을 바라보면 작고 소소한 것에서도 어제와 다른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따뜻한 이야기, 평화로운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림책 “슬픔을 치료해 주는 비밀 책”, 작가 카린 케이츠는 자신이 직접 만든 ‘슬픔을 치료하는 7가지의 쉬운 처방’이 담긴 카드에서 영감을 얻어 이 책의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웬디 앤더슨 홀퍼린의 잔잔하고 따뜻한 그림이 이야기를 더욱 풍요롭게 보여주고 있어요.

오늘에 집중하며 지금 이 순간을 재미있게 보내기. 여러분의 오늘은 어떤가요?


내 오랜 그림책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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