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닌 누군가를 생각해

내가 아닌 누군가를 생각해

(원제 : Jag Och Alla)
윌바 칼손 | 그림 사라 룬드베리 | 옮김 이유진 | 위고
(발행 : 2021/03/20)


양쪽으로 활짝 열어 펼친 그림책 표지에 열 명의 아이가 보입니다. 강렬한 청록색 바탕 위에 각기 다른 모습으로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들, 그리고 제각기 다른 무늬와 색깔로 쓴 그림책 제목 글자들. 자못 진지한 모습으로 무언가를 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생각해 보았어요. 이 아이들은 무슨 관계일까?

내가 아닌 누군가를 생각해

이야기는 올리비아로부터 출발해요. 정원에서 혼자 그네를 타고 놀던 올리비아는 엄마 오토바이를 타고 등교를 하다 문득 자신 외에 다른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나와는 전혀 다른 곳에 앉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사람.

내가 그 사람이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

올리비아의 생각은 누군가에게 이어집니다. 올리비아가 지나가던 길 옆 목장에 견학 온 무세는 소 등에 올라앉아 이다음에 소를 기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침 지나치는 트랙터를 보며 내가 저기 앉아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졌어요.

내가 아닌 누군가를 생각해

트랙터에 탄 욘은 멀리 교회탑을 바라보며 저기 누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농장 옆 교회 탑 아래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는 식스텐은 할머니가 땅속 아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어요. ‘할머니 사랑해요’ 나직이 말하며 건너편 기차에 탄 사람을 생각합니다.

할머니와 기차에 탄 얄마르, 얄마르 옆 좌석에서 지루함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비올라, 전쟁으로 잃어버린 고향집을 생각하며 울먹이는 마그달레나, 너무 아파 물 한 모금 넘기지 못하고 누워있는 알렉스…… 문득 눈에 띈 풍경을 바라보며 나 외의 다른 사람을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해 봅니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생각해

아빠가 모는 트럭을 타고 신나게 달리는 니키는 모든 것이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데 자신들만 계속 달려나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런 니키 눈에 들어온 건, 올리비아네 집. 니키는 저런 집에 살면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 보았어요. 저 멀리 무언가를 잡으려는 제스처를 하고 있는 올리비아가 보입니다. 이야기는 그렇게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왔어요.

나는 올리비아야.
나는 나야.
(중략)

나는 세상에 개구리가 있어서 좋아.
나는 세상에 내가 있어서 좋아.
내가 세상에 없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그저 책에 나오는 아이라면.
만약 그렇다면 나에 대해서 읽는 사람은 어떤 느낌이 들까?
나는 알고 싶어.

올리비아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그다음 이야기를 넘깁니다. 이제 우리가 답할 차례예요. 올리비아의 질문에 여러분은 어떻게 답하고 싶은가요? 내 이야기를 그다음 누구에게로 넘기고 싶나요? 잠깐 시간 내어 주변을 바라보세요. 나 외에 누가 있는지, 지금 무엇이 보이는지.

질문이 파도처럼 이어집니다. 질문이 돌고 돌아 다시 내게로. 지금 여기 이 순간 존재하는 나에게는 수많은 이들의 삶의 조각들이 연결되어 있어요. 나는 혼자가 아니에요. 나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집 마당이 그려진 앞 면지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올리비아의 집이 있는 마을 풍경을 보여주며 끝이 납니다. 올리비아의 세계가 그만큼 넓어졌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개구리를 놓아주는 올리비아, 그 곁을 스쳐 지나가는 니키와 아빠의 빨간 트럭, 미미와 마야와 벨라와 걷고 있을 숲, 아픈 알렉스가 누워있는 빨간 벽돌집, 상실의 아픔 속에서도 꿋꿋하게 오늘 하루를 보내고 있을 마그달레나, 목장, 교회… 멀리에서 바라본 그 풍경은 그저 아무 일 없는 듯 평범하고 평화롭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열 명의 어린이들은 모두 저마다 같으며 다르다.
어느 누구도 자기 자신 말고 다른 누구를 대신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 나는 사람들 사이의 믿음과 연대감을 일깨우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 윌바 칼손

나를 찾아 떠나는 아름다운 여행 “내가 아닌 누군가를 생각해”, 고개를 들어 나 외의 세상을 바라보는 건 나를 좀 더 깊이 이해하는 일입니다. 나를 알고 너를 알고 그리고 우리를 이해하기. 우리는 지금 이곳에서 함께 살아갑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 공존의 법칙  내가 여기 있어 vs 서부 시대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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