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 너의 집, 우리의 집

나의 집, 너의 집, 우리의 집

(원제: Le Case Degli Altri Bambini)
루카 토르톨리니 | 그림 클라우디아 팔마루치 | 웅진주니어
(2022/05/11)


우리 집에는 누가 살고 있나요? 어떤 가치를 중심으로 집을 꾸미고 또 채우고 있나요? 집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 그림책은 열한 명의 아이들의 집을 차례차례 소개합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은 집도 있고, 여럿이 함께 살고 있는 좁은 집도 있고,  창문 아래로 뛰어내리면 바로 바다로 다이빙할 수 있는 별장도 있어요.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집도 등장합니다. “나의 집, 너의 집, 우리의 집”은 공간으로서 기능하는 집의 모습과 같은 생활 공간 안에  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가정으로서 기능하는 집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의 집, 너의 집, 우리의 집

창밖으로 콜로세움이 보이는 로마 번화가에 있는 자코모네 집은 마치 미술관 같아요. 벽마다 그림이 빼곡히 걸려있어 자코모는 주방에서 숙제를 하고 화장실에서 놀아야 해요. 미술관 같은 멋진 집에 살지만 자코모는 뭔가 불만스러워 보입니다.

마테오의 집에는 누나와 누나의 남자 친구, 고모와 고모부까지 모두 열한 명이 함께 살고 있어요.  열한 명의 사람 중 누가 마테오일까 생각하며 한 명 한 명을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로레나는 수백 년 전에 지은 오래된 건물에 살아요. 수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을 찾듯 로레나네 집을 찾아와 집안의 그림이나 물건을 사진 찍기도 해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박물관 같은 집에 살면 어떤 기분일까요?

나의 집, 너의 집, 우리의 집

이건 신델네 집이에요. 벽돌로 짓지도 않았고  방이나 화장실도 없지만 신델의 집이지요. 신델은 사람들에게 늘 ‘우리 집에 와’, ‘우리 집에 가자’고 말하곤 하죠.

아빠의 바이올린 연주 소리와 삶은 양배추 냄새가 나는 밈모네 집, 집에 영화관 바로 위에 있어 소리로 영화 속 장면들을 상상할 수 있는 오타비오네 집, 바닷가에 있는 릴로네 별장, 슬픔으로 가득한 침묵의 시모네네 집, 줄리아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집에 살아요. 줄리아는 절대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데 오빠는 그와 반대예요. 늘 친구들과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줄리아 오빠에게 엄마는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집은 잠만 자는 호텔이 아니야.”

나의 집, 너의 집, 우리의 집

마르코는 엄마 아빠가 운영하는 호텔에 살아요. 마르코네 집은 수많은 사람들이 잠시 머물다 떠나는 호텔입니다. 길게 바라보면 집은 호텔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잠시 머물다 언젠가 떠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 가는.

마지막 페이지에는 화가를 꿈꾸는 클라우디아의 상상의 집이 등장해요. 클라우디아? 바로 이 그림책의 그림 작가인 클라우디아 팔마루치가 어린 시절 꿈꾸던 집이에요. 지금 클라우디아는 어린 시절 꿈꾸던 집에 살고 있을까요? 붓과 물감이 가득한 방이 있고 근처에 호수가 있고 호숫가에는 작은 배가 있는 그런 집. 여러분은 어린 시절 어떤 집을 꿈꾸었나요? 지금 나의 집은 어린 시절 꿈에 얼마나 가깝나요?

우리가 어린 시절의 집을 떠난 적이 있을까?
어린 시절의 집은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있다.
설령 집이 완전히 무너지거나 사라져 버렸다고 해도.
– 페르잔 오즈페텍(이탈리아 영화감독)

추억과 사랑, 함께 했던 가족, 나의 오랜 꿈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림책 “나의 집, 너의 집, 우리의 집”. 이제는 영영 사라졌거나 함께 살던 이들 역시 흩어졌어도 우리의 가슴에 영원히 남아있는 집.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힘이 솟는 집. 집은 나의 엄마, 따뜻한 추억, 편안한 휴식 공간, 꿈꾸는 작은 우주… 집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함께 가꾸고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생명체입니다.

집은 잠만 자는 호텔이 아니야, 줄리아 엄마의 말이 마음에 남습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안녕, 우리 집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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