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끼고 있어서 그런지 좀 짧게 느껴지는 이번 추석 연휴에 가족과 함께 읽어 볼만한 그림책으로 어떤 걸 추천하면 좋을까 생각하다 ‘가족’이란 주제를 담은 작품들을 정리해봤습니다.

고향에 가는 분들은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낼테고, 이런저런 이유로 귀성길 오르지 못한 분들은 둥근 보름달 보며 가족들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명절 연휴 보낼텐데요. 아래 소개하는 열두 권의 그림책들이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포근한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 그림책 순서는 가나다 순입니다.
※ 아래 그림책들은 모두 2022년에 출간되었습니다.

나와 다른 너에게(티모테 르 벨 / 책읽는곰)
서로 닮았지만 조금 다른 점도 있는 것은 무얼까요? 바로 가족입니다. 어릴 때 엄마 토끼를 여의고 굴토끼 가족 품에서 자란 산토끼가 자신의 참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깨닫는 가족의 참 의미. ‘나’를 지키며 ‘나’와 다른 ‘너’와 ‘우리’를 이해하고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쳐주는 그림책입니다.

내 비밀 통로(막스 뒤코스 / 국민서관)
“내 비밀 통로를 찾아보렴. 두고 봐라. 아주 신기할 테니.” 할아버지의 이 말 한 마디에 인터넷도 TV도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서 심심해하던 두 남매의 눈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호기심과 상상력 충만한 두 아이가 집안 구석구석 뒤지며 할아버지의 비밀 통로를 찾는 과정에서 발견해내는 가족의 의미는 과연 어떤 걸까요? 일상을 조금 더 특별하게 바라보는 법을 가르쳐 주는 그림책입니다.

뒤죽박죽 생일파티 대소동(베아트리체 알레마냐 / 미디어창비)
부모님이 파티를 너무싫어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생일 파티를 해본 적 없는 일곱 살 해럴드 필립 스니퍼팟의 생애 첫 번째 생일 파티 이야기입니다. 제목이 이미 스포일러라 해럴드의 생일 파티가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거라 쉽게 짐작할 수 있지만, 최악의 순간이 인생 최고의 행복을 만나는 기회가 되는 반전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가족 또는 소중한 사람과 함께라면 말이죠.

모기와 춤을(하정산 / 봄개울)
똑~똑 누구십니까?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 돌아서 돌아서 땅을 짚어라.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책을 펼치면 어릴 적 골목길에 울려퍼지던 정겨운 아이들 목소리가 자동으로 재생되는 것만 같은 그림책입니다. 캠핑가서 만난 모기와의 한 판 승부에 추억의 놀이들을 소환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텐트에서 잠자던 가족들의 피로 배를 채운 모기의 최후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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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나 뿐인 큰둥이 작은둥이(앙리 뫼니에, 요안나 콘세이요 / 비룡소)
어느 날 한 집에 아기의 첫 울음 소리가 두 번이나 울려 퍼집니다. 하나는 집 안에서, 또 하나는 집 밖의 작은 정원에서. 집 안에서 태어난 아기는 보이지 않을만큼 작았고 정원에서 태어난 아기는 마당이 비좁게 느껴질만큼 컸습니다. 그래서 두 아기의 이름은 큰둥이와 작은둥이. 수수께끼 같은 일이었지만 “우유병의 크기만 다를 뿐, 두 아기는 저마다 자기 몫의 우유, 자기 몫의 하늘과 사랑을 누리게 되리라.” 라고 말하는 부모님의 다짐이자 기도 같은 말 속에 작가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 뒤로 펼쳐지는 큰둥이와 작은둥이의 일생은 우리네 삶의 질곡이 담긴 한 편의 시요 한 폭의 그림입니다.

시간 여행(하이로 부이트라고, 라파엘 요크텡 / 보물창고)
이 그림책의 원제는 “Cave Paintings”입니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우주를 누비고 다니는 여행자가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지구를 찾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보러 간 선사시대 동굴 벽화의 손자국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며 이 여행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오랜 세월 세대와 세대를 이어가며 전해지고 지켜져 온 인류의 역사, 그 흐름 속에서 존재와 관계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깨달았던 것은 아닐까요? 보는 이에 따라서는 예술의 유구한 가치를 담은 그림책이라고 볼 수도 있겠구요. 밤의 고요 속에서 그림책 속 여행자와 함께 머나먼 우주로, 나의 과거와 미래로 여행을 떠나보시기 바랍니다.

엄마가 그랬어(야엘 프랑켈 / 모래알)
캠프에 참가하는 아이를 위해 준비물을 꼼꼼하게 챙기고 캠프에서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소소한 것들까지 잔소리를 하는 엄마. 그리고 엄마의 끝없는 질문과 조언에 지치지 않고 “네, 엄마”라고 꼬박꼬박 대답해주는 아이. 그런데 그림은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엄마가 챙겨준 물건들을 아이가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장면들이 계속 이어지며 독자들을 웃음짓게 만들거든요. 헤아릴 수 없는 엄마의 사랑, 그리고 엄마와 자식 그 질기고 질긴 관계에 담긴 삶의 의미를 재치있게 그려낸 야엘 프랑켈의 감각이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우리 다시 언젠가 꼭(팻 지틀로 밀러, 이수지 / 비룡소)
어느 날의 그리움이, 애틋했던 사랑이 생각나 뭉클해지는 그림책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했던 마음을 다시 되새겨 보는 것만으로도 쭈글쭈글했던 마음이 팽팽해지는 것 같아요. 팻 지틀로 밀러 작가의 애틋한 마음 가득한 글을 다채롭게 구현해낸 이수지 작가, 한 권의 그림책 덕분에 마음이 온통 무지갯빛으로 가득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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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가 더 빨리 올 거야(엠마 비르케, 요안나 헬그렌 / 토토북)
비 내리는 오후 어린이집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두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대결을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아이들만의 순수하디 순수한 눈망울 같은 상상력과 온종일 떨어져 있었던 엄마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만나고 싶은 아이들의 애틋한 마음을 사랑스럽게 담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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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김효은 / 문학동네)
함께 어울리고 부딪히며 둥글게 자라나는 다섯 남매의 모습을 뭉클하게 그린 그림책입니다. 다섯 남매가 펼치는 일상의 순간들을 가볍고 경쾌하게 표현한 그림, 간결하지만 철학적인 글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림만 보면 어린아이의 그림일기를 보는 느낌이고, 글만 읽으면 마치 추억을 되새기는 어른의 일기장을 읽는 느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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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위한 완벽한 선물(레인 스미스 / 바람의아이들)
‘그날은 할머니 생신이 아니었어요. 그래도 토끼는 할머니에게 선물을 드리고 싶었어요.’ 레인 스미스가 얼마나 기발하고 참신한 그림책 작가인지 느껴지는 첫 문장. 할머니 생신은 아니지만 그래도 할머니에게 선물을 드리고 싶은 토끼는 완벽한 선물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할머니를 위한 완벽한 선물은 과연 뭘까요? 아마 다들 정답을 알고 계실 겁니다. 바로 내가 드린 선물! 우리가 드리는 선물은 언제나 할머니에게 완벽하죠! 이번 추석엔 할머니 찾아뵙고 조손간의 따스한 사랑을 담아낸 이 그림책 읽어 드리면 어떨까요?

할아버지를 그리며(진 샤오징 / 키즈엠)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할머니와 가족들에게 들으며 마음 속으로 할아버지를 상상하고 종이 위에 자신만의 할아버지를 그려내는 과정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작가의 말 중 일부로 소개를 대신합니다. “나는 할아버지를 만난 적이 없어서 오히려 할아버지를 마음껏 상상할 수 있어요. 그래서 할아버지가 풍부하고 추상적이고 섬세한 온 우주와 하나가 되는 것을 상상해 봤지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하나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세상을 느낄 수 있답니다.”


함께 읽어보세요: 가족을 주제로 한 그림책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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