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가 이상해요
책표지 : Daum 책
우리 할머니가 이상해요(원제 : Farmors Alla Pengar)

울프 닐손 | 그림 에바 에릭손 | 옮김 박민수 | 시공주니어


지난 주 월요일엔 “우리 할아버지“라는 똑같은 제목의 두 권의 그림책을 소개했었습니다. 할아버지 이야기만 하고 할머니 이야기는 쏙 빼놓으면 우리 할머니들이 서운해 하시겠죠? 그래서 오늘은 ‘우리 할머니’에 대한 포근한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할머니를 소재로 한 그림책 하면 제 경우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림책은 바로 “마레에게 일어난 일“입니다. 할머니에 대한 소중한 추억을 자못 진지하게 그린 그림책이죠. 오늘 함께 볼 그림책은 진지함 보다는 편안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그림책입니다. 조금씩 변해 가는 할머니와는 달리 할머니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고 언제나 할머니 곁을 변함 없이 지켜 주는 손자의 듬직한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 할머니가 이상해요”는 글을 쓴 울프 닐손의 실제 경험담을 토대로 만든 그림책입니다. 치매가 뭔지도 모를만큼 어릴 적에 할머니의 이상한 행동 때문에 당황하고 불안했었던 기억을 되살려 아이들 눈에 비친 할머니 할아버지의 낯선 모습은 어떨지 생생하게 전해 줍니다.(울프 닐손의 어머니 역시 치매에 걸리셨는데, 할머니가 돈을 숨기는 장면은 실제로는 할머니가 아니라 어머니 이야기라고 합니다.)

우리 할머니가 이상해요

여섯 살 꼬마인 ‘나’는 엄마 아빠가 일하러 가고 없는 낮에는 할머니가 돌봐주십니다. 집에서 가까운 시골에 있는 할머니 댁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될 것 같은 풍경입니다. 저 멀리 들판에는 젖소들이 여유로이 풀을 뜯고 있고, 앞마당엔 암탉들이 요리조리 노닐고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로빈 훗이라도 된 양 힘껏 활 시위를 당겨 상상 속의 괴물을 향해 한 방 날리려는데 저 멀리서 빵집 차의 경적 소리가 들립니다. 반가운 마음에 ‘나’는 할머니에게 달려갑니다. 할머니는 늘 빵집 차에서 맛있는 빵과 과자를 사 주시거든요.

우리 할머니가 이상해요

흠… 그런데 오늘은 할머니가 좀 이상합니다. 엄마 아빠 대신 ‘나’를 돌봐 주시는 할머니의 모습이라고 하기엔 헤어스타일도, 얼굴 표정도 영… 아니나 다를까 할머니는 평소처럼 빵과 과자를 살 생각이 전혀 없으시네요. 너무 비싸다나요. 빵집 아저씨는 할머니가 늘 사던 빵을 이미 들고 나와 서 있었는데 할머니는 너무 비싸다며 쌀쌀맞게 타박만 하고는 빵을 사지 않았습니다. ‘나’를 위한 과자도 물론 사 주지 않으셨어요.

사실 할머니는 며칠 전부터 좀 이상했어요. ‘나’를 위해 늘 책을 읽어 주시곤 했는데, 최근엔 모험을 좋아하는 씩씩한 원숭이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요며칠 동안 계속 같은 부분만 읽어 주고 계세요. 이미 읽은 데라고 아무리 말해도 할머니는 첫 장을 읽지 않았다고 우기며 계속 첫 장만 읽어 주셨어요. 덕분에 ‘나’는 첫 장을 거의 다 외우게 됐답니다.

우리 할머니가 이상해요

무안해 하는 빵집 아저씨를 쫓아 보내고 나서 할머니는 ‘나’를 데리고 은행으로 허둥지둥 달려 갑니다. 그리고 은행에 안전하게 맡겨 뒀던 돈을 모두 현금으로 찾았어요. 은행을 믿을 수 없어서래요. 많은 돈을 들고 다니는 건 위험한 일이라며 은행 직원이 걱정을 하지만 할머니는 막무가내입니다.

그럴 줄 알고 내 아들 욘이랑 같이 왔지. 욘이 잘 지킬 거요.

게다가 할머니는 지금 손자인 ‘나’를 당신의 아들로 착각하고 계시는 거였어요. 여섯 살 먹은 꼬마가 과연 할머니와 돈이 잔뜩 든 돈가방을 잘 지킬 수 있을까요? ^^

우리 할머니가 이상해요

‘나’는 아직 여섯 살 꼬마지만 할머니를 지켜야 할 땐 용감하게 내 할 일을 해 낼 줄 아는 멋진 사내아이랍니다. 혹시라도 강도가 나타날까 가슴 졸이며 ‘나’는 활시위를 당긴 채 할머니 앞에 서서 발뒷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집을 향해 걸어 나갔습니다. 발자국 소리를 듣고 강도들이 쫓아 오면 안되니까요. 돈가방을 끌어안은 할머니와 활시위를 당긴 채 조심조심 걷는 여섯 살 꼬마 손자, 두 사람의 표정이 재미있는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

우리 할머니가 이상해요

‘나’의 백발백중 활 솜씨에 겁먹은 강도들이 할머니의 돈가방을 털 엄두를 내지 못해 무사히 집에 돌아 올 수 있었어요. 하지만 강도만큼이나 위험한 위기가 닥쳐 오고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잔뜩 짊어지고 온 돈을 집안 구석구석 여기저기에 숨겨 놓기 시작했거든요. 강도쯤이야 화살 한 방이면 되지만, 할머니가 돈을 숨긴 곳들을 일일이 기억하기엔 ‘나’는 아직 너무 어렸어요.

우리 할머니가 이상해요

온 집 안을 돌아다니며 돈을 숨기고 나자 할머니는 지쳤는지 금세 잠이 들어 버렸어요. 할머니가 돈을 숨긴 곳을 까먹지 않으려고 ‘나’는 계속 돈이 있는 곳들을 입으로 중얼거렸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요강은 좀 불안했어요. 할머니가 돈을 숨긴 걸 깜박했다가는 돈이 다 젖어 버릴테니까요. 그래서 요강에 숨긴 돈은 꺼내서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었어요.

할머니가 낮잠을 주무시는 동안 ‘나’는 문 밖에 나가서 활을 든 채 보초를 섰습니다.(주머니에 돈이 다 들어가지도 못할만큼이나 작지만 참 용감하죠? ^^) 아니나 다를까 할머니의 돈을 노린 낯선 사람이 나타났어요. 그것도 한 명도 아니고 둘씩이나요. ‘나’는 활시위를 힘껏 잡아 당겼습니다. 그리고 용감하게 외쳤죠.

손들어!

알고 보니 아까 은행에서 할머니를 걱정했던 은행 직원이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의사 선생님을 모셔온 거였습니다.

우리 할머니가 이상해요

의사 선생님 덕분에 할머니는 다시 원래의 자상한 할머니로 돌아왔어요. 세상에서 가장 이뻐하시는 손자인 ‘나’를 한 눈에 알아 보시는 할머니 말이죠. 집안 곳곳에 숨겨뒀던 돈은 ‘나’의 기억력 덕분에 무사히 다 찾았어요.

은행 직원 아저씨가 특별 금고에 돈을 보관하면 할머니가 확인하고 싶을 때면 언제든 돈을 볼 수가 있다고 친절히 알려 줬어요.

우리 할머니가 이상해요

그래서 할머니와 ‘나’는 돈을 다시 은행에 맡기러 갔어요. 물론 돈가방은 용감한 ‘나’의 옆에 두었지요. 활과 화살은 언제든 쏠 수 있게 무릎 위에 올려 둔 채로 말이죠.

우리 할머니가 이상해요

‘나’를 알아보지 못한 채 조금은 무서워 보이기도 하는 할머니의 모습(왼쪽)과 의사 선생님 덕분에 원래의 모습(오른쪽)을 찾은 할머니의 모습이 재미있는 대조를 이루고 있죠? 아이들 눈엔 할머니는 언제나 자상하고 사랑이 넘치는 할머니여야 하는데, 이따금씩 자기도 못알아 본 채 이상한 말과 행동을 보여 주시게 되면 낯설고 무섭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겠죠.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에바 에릭손이 아주 잘 잡아낸 그림책 “우리 할머니가 이상해요”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례식“과 함께 울프 닐손과 에바 에릭손이 명콤비임을 확인시켜 주는 그림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얼마 전 소개했던 “우리 가족입니다“에서는 어린 시절 치매에 걸린 할머니로 인해 겪은 마음의 상처와 그것을 극복해 내는 과정 속에서 가족의 의미를 되찾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입니다”와 똑같은 묵직한 이야기를 “우리 할머니가 이상해요”에서는 어린 시절 할머니와의 에피소드를 통해 유쾌하게 들려 줍니다. 평소와 조금 다르고, 그래서 낯설고 무섭더라도 할머니는 변함 없이 우리 할머니고, 우리 가족임을 여섯 살 짜리 꼬마의 시선을 통해 보여 주는 그림책 “우리 할머니가 이상해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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