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라울

빨간색 곰 라울은 ‘라울’이라는 자신의 이름이 세상에서 가장 이상하고 우스꽝스러워서 싫대요. 온몸에 소름이 돋고, 기분이 나빠지고, 자신이 못생겼다고 느껴진대요. 그럴 때마다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싶어지구요. 친구 자코트의 이름같이 아무데나 없는 멋진 이름이었으면 좋겠대요. 신비한 회오리바람처럼, 당당한 여왕님처럼, 새콤달콤한 귤처럼, 자유로운 잠자리처럼 근사한 이름을 갖고 싶대요.

‘라울’이라는 이름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이름이야.
왜 그런지 알아?

내가 그 이름을 부르면,
언제든지 네가 올 테니까!

자코트에게 ‘라울’이라는 이름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이름이래요. 왜냐하면… 그 이름을 부르면 언제든지 친구 라울이 자신에게 달려올 테니까요.

잔뜩 찌푸린 채 투덜대던 첫 장면과는 달리 자코트의 다정한 말 한 마디에 사르르 녹는 듯한 라울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나는 어떤 친구였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어떤 친구인가요? 위로가 필요한 친구에게 자코트처럼 한 마디 말로 마음을 달래주는 친구? 아니면 정신 차리게 한답시고 안 그래도 아픈 곳을 찌르고 또 찌르는 친구?

살아보니 전자 건 후자 건 친구면 모두 좋은 것 같습니다. 다정한 위로 건네주는 친구는 마음을 어루만져주어서 좋고, 쿡쿡 찔러대는 친구놈은 또 그런대로 나를 단단하게 해줘서 좋고… 친구가 좋은 건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존재니까요.


내 이름은... 라울

내 이름은… 라울

(원제 : S’appeler Raoul)
앙젤리크 빌뇌브 | 그림 마르타 오르젤 | 옮김 정순 | 나무말미
(2022/02/08)

‘빨간 곰’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주 특별한 존재지만 그런 자신의 소중함을 미처 깨닫지 못한 채 힘들어하는 라울. 그렇게 닫혀버린 라울의 마음을 활짝 열어주는 친구 자코트의 다정한 말 한 마디. “내 이름은… 라울”은 지금 이 순간에도 라울처럼 자존감을 잃고 자신의 안에 갇힌 채 세상과 마주하기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다정한 친구 자코트가 되어주는, 진심 어린 말 한 마디와 배려의 다독임으로 그들의 손을 꼬옥 잡아주는 그림책입니다.

참고로 이름에 관한 이야기라 출판사 이름 ‘나무말미’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봤습니다. ‘장마 기간 중에 날이 잠깐 개어 풋나무를 말릴 만한 겨를’ 이란 멋진 뜻이 담겨 있네요.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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