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만난 그림책

막상 신간들을 정리하면서 보니 그림책에 표시되는 출간일이 실제 독자들에게 공개 · 배포되는 날짜와 차이가 좀 있는 듯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출간일보다 실제 시중에 풀리는 날짜가 조금 더 빠른 것 같습니다. 반대로 출간일이 지나서도 서점에서 그림책을 찾아 볼 수 없는 경우도 있더군요. (참고로 “서로 꼭 껴안아”라는 그림책은 2월에 이미 서점에서 판매중이지만 출간일은 2015년 4월 20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여하튼 ‘서점에서 만난 그림책’의 원래 취지는 그 달에 나온 신간 중에서 좋은 그림책들을 골라 추천해 드리는 것이었는데 위와 같은 이유로 출간일 기준으로 딱 맞추기는 쉽지 않을 듯 합니다. 2월 서점에서 만난 그림책 다섯 권 중에서도 네 권은 출간일이 1월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2월에 서점에서 만날 수 있었던 책들입니다. 제목 그대로 2015년 2월 서점에서 만난 그림책 중에서 가온빛 필자들이 추천해 드리는 다섯 권의 그림책 만나 보시죠~ ^^

※ 순서는 평점이나 순위와는 무관합니다.


한밤의 선물
한밤의 선물

글/그림 홍순미 | 봄봄
(발행 : 2015/01/15)

‘한밤’은 자신의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잠든 밤이 무섭습니다. 밤이 무서운 한밤을 위해 ‘새벽’은 슬픔을 사라지게 해 줄 푸르른 고요함을 선물합니다. ‘아침’은 기분 좋아지는 시원한 바람을, ‘한낮’은 반짝반짝 빛나는 밝은 빛 한 덩이를, ‘저녁’은 즐거운 알록달록 꿈을 ‘한밤’에게 선물합니다. 이제 어두운 밤이 찾아와도 ‘한밤’은 더 이상 무섭지 않습니다.

푸르른 고요함 속에
살랑살랑 기분 좋은 바람과
반짝이는 별빛 아래서
한밤은 잠이 들었습니다.

‘한밤’은 받기만 했냐구요? 그럴리가요. 다른 친구들이 그랬던 것 처럼 한밤 역시 자신의 일부를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한밤의 어둠을 나눠 받은 세상 만물엔 그림자가 생겼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기는 계절의 변화, 그리고 자연과 만물의 변화를 예쁘게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그리고, 새벽이, 아침이, 한낮이, 저녁이, 그리고 한밤이… 시간의 다섯 아이들이 보여주는 나눔은 우리들 마음을 따스하고 넉넉하게 해 줍니다.

홍순미 작가는 이 그림책을 무려 5년이란 시간에 걸쳐 완성을 했다고 합니다. 한지에 우리 고유의 오방색을 기본으로 그려낸 그림 속에 긴 시간 공들인 작가의 노력이 느껴져서 더욱 아름다운 그림책 “한밤의 선물”, 서점 신간 코너에서 단연코 돋보이는 그림책이었습니다.

“한밤의 선물” 리뷰 보기


선생님은 몬스터!
선생님은 몬스터!

(원제 : My Teacher Is A Monster!)
글/그림 피터 브라운 | 옮김 서애경 | 사계절
(발행 : 2015/02/13)

개성 넘치는 그림책 작가 피터 브라운이 “호랑이 씨 숲으로 가다”에 이어 또 한번 일을 냈습니다. ^^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재미난 스토리로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그림책 “선생님은 몬스터!”입니다.

그림책 표지를 한 번 자세히 들여다 보세요. 조그만 아이가 선생님을 가리키며 “선생님은 몬스터!” 라고 아주 크게 외칩니다. 그리고 우리가 보기에 분명 몬스터인 선생님은 아주 조그맣게 “아니라니까.” 라고 중얼대고 있구요. 대충 어떤 내용인지 짐작이 가시나요? ^^

학교에서 인정사정 없는 커비 선생님은 아이들 눈에 영락 없이 괴물처럼 보입니다. 아주 작은 실수나 장난에도 끔찍한 벌을 주는 무서운 선생님이거든요. 그러니 장난꾸러기 바비에게 커비 선생님은 언제나 몬스터로 보일 수밖에 없었겠죠.

그러던 어느 주말 산책을 간 공원 벤치에서 바비는 우연히 커비 선생님과 마주치게 됩니다. 몬스터 선생님과 맞닥뜨린 바비도 당황스러웠겠지만, 모처럼 한가로이 여유를 즐기던 커비 선생님도 영 불편하기는 마찬가지겠죠. 그런데, 어색하게 벤치에 앉아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둘은 통하는 구석이 꽤 많았어요. 그렇게 둘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커비 선생님의 모습은 거대한 몬스터에서 아담하고 예쁜 선생님으로 서서히 변해갑니다.

기존의 그림책 작가들이 아이들 눈에 비친 우리 어른들의 모습을 표현했다면, 피터 브라운은 아이와 어른이 주고 받는 상호작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얼만큼 이해 하느냐에 따라 서로의 모습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를 보여줌으로써 말이죠.

그리고 또 한 번의 반전은 ‘역시 피터 브라운이네!’ 하며 빙그레 웃게 만듭니다. 어떤 반전이냐구요? 보통은 공원에서의 훈훈한 만남 이후 학교에서도 선생님이 여전히 예뻐 보이고 그래서 학교 생활이 즐거웠다… 뭐 이런 식으로 마무리가 되는데 피터 브라운의 “선생님은 몬스터!”는 그런 식상함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주말이 끝나고 다시 학교에 간 바비는 여전히 몬스터의 모습을 한 커비 선생님을 만나게 된답니다. 주말의 예쁜 모습에서 다시 몬스터로 변해가는 커비 선생님… 놓치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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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의 고민
두더지의 고민

글/그림 김상근 | 사계절
(발행 : 2015/01/26)

함박눈이 쏟아지는 추운 겨울 날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는 쓸쓸한 두더지의 모습, 두더지의 고민은 과연 어떤 걸까요? 두더지는 친구가 없어서 고민이래요. 눈 속을 걷던 두더지는 고민이 있을 때는 고민을 말하면서 눈덩이를 굴리면 고민이 사라질 거라는 할머니 말씀이 문득 떠오릅니다.

그래서 두더지는 “난 왜 친구가 없을까?” 라고 되뇌이며 눈덩이를 굴리기 시작합니다. 굴리면 굴릴수록 커지는 눈덩이 덕분에 앞에 있는 다른 친구들을 보지 못하는 두더지. 역시나 고만고만한 고민들로 추운 겨울 밤 밖에 나와 있던 다른 친구들이 두더지의 눈덩이 속에 파묻혀 버리고 말아요. 토끼, 여우, 멧돼지, 곰 모두 말이죠.

그러다 살려달라는 소리에 눈덩이 속을 파고 들어가서 눈속에 파묻힌 친구들을 하나 둘 구해 줍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들과 친구가 되었겠죠~. 그러고 보면 고민이 있을 때 눈덩이를 굴리라는 할머니 말씀이 딱 맞았네요.

작가는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볼만한 재미난 이야기 속에 삶의 지혜를 담았습니다.

고민은 하면 할 수록 커지게 마련이죠. 때로는 한 발짝 물러서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차분히 상황을 돌아보고 찬찬히 풀어가다 보면 의외로 쉽게 해결되곤 합니다. 물론 아주 골치 아픈 일들도 있겠지만 그럴 땐 혼자 고민하지 말고 친구들에게 털어 놓는 건 어떨까요? ‘기쁨은 나누면 두배, 슬픔은 나누면 절반’ 이란 말도 있으니 말입니다.

작가가 들려주는 또 하나의 삶에 대한 조언, 항상 내 주변을 돌아보고 귀기울이며 살자! 내가 고민이 있듯 내 가족, 내 친구, 내 소중한 이들에게도 시시때때로 고민이 있을 수 있잖아요. 소중한 사람들이 힘들어 할 때 가장 큰 위로는 곁에 있어 주는 것, 가만히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는 것 아닐까요?

김상근 작가의 그림은 아주 섬세하면서도 부드럽고 편안합니다. 겨울밤의 풍경을 두더지와 다른 동물 친구들의 감정 변화에 따라 그려낸 서정미 가득한 그림이 아주 인상적인 그림책 “두더지의 고민”, 아이와 함께 꼭 한 번 읽어 보세요!

“두더지의 고민” 리뷰 보기


내 친구 어디 있어요? - 친구야, 친구야 따라와!
내 친구 어디 있어요? / 친구야, 친구야 따라와!

(원제 : Follow The Firefly / Run, Rabbit, Run)
글/그림 베르나르두 카르발류 | 그림책공작소
(발행 : 2015/01/30)

“내 친구 어디 있어요?”는  글 없는 그림책입니다. 그리고, 앞에서부터 읽어도 되고 뒤에서부터 거꾸로 읽어도 되는 그림책입니다. 그래서 바로 위에 제목을 두 가지를 써 놨던 겁니다. 앞에서부터 보면 “내 친구 어디 있어요?”고, 뒤에서부터 보면 “친구야, 친구야 따라와!” 거든요.

한 권에 두 가지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이야기들 속에 담긴 메시지는 똑같이 ‘친구’입니다. 친구를 찾아 나선 반딧불이 결국 찾아낸 친구는 엉뚱하게도 신호등 불빛입니다. 노랑 신호등 불빛이 자신과 닮았다며 반가워하고 마음을 활짝 열어 주는 반딧불. 반딧불이 신호등을 와락 껴안는 바람에 교차로는 아수라장이 됩니다. 그 와중에 철창에 갇힌 채 어디론가 실려 가던 토끼가 탈출합니다. 그리고 토끼를 쫓는 사냥개…… 그런데, 악착같이 토끼를 쫓던 사냥개가 숲 속에 들어서더니 울상이 되어버립니다. 낯선 곳이 무서웠던 걸까요? 바로 그 때 쫓기던 토끼가 내미는 따스한 손길.

작가는 친구란 어떤 것인지 보다는 친구가 되는 바로 그 순간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나와는 전혀 달라 보이지만 사소한 공통점 하나만으로도 마음을 열어 주는 바로 그 순간, 누군가 나의 도움이 필요할 때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주저 없이 손을 내밀어 주는 바로 그 순간 소중한 친구가 탄생하는 것 아닐까요?

아이에게 그림책을 보며 엄마 아빠에게 설명해 달라고 해 보세요. 그리고, 아이들이 그림책을 다 보고 나면 뒤에서부터 거꾸로 보면서 또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해 보세요.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기발한 상상과 스토리텔링을 느긋한 마음으로 즐기는 것, “내 친구 어디 있어요?”를 아이들과 재미있게 감상하는 비법이랍니다.

“내 친구 어디 있어요? / 친구야, 친구야, 따라와!” 리뷰 보기


※ 번외

아래 두 권의 그림책은 ‘서점에서 만난 그림책’ 선정에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좋은 책이라 생각되어 번외로 소개합니다.

  • 우리가 꿈꾸는 자유 (글 넬슨 만델라 외 16명, 그림 피터 시스 외 18명, 옮김 최재숙, 사파리) : 넬슨 만델라, 말랄라 유사프자이 등 자유와 자신의 꿈을 위해 애썼던 17 명의 자유 수호자들이 남긴 명언에 19 명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멋진 그림들이 어우러진 그림책.(추천연령 : 8세 이상, 쪽수 48, 출간일 2015/02/06)
  • 소금을 조심해 (글 박은호, 그림 조승연, 아이세움) :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소금 백과사전. 소금의 기원, 소금의 성질, 생활 속 유용한 소금 활용법, 역사 속의 소금, 우리 몸에서 소금의 역할, 건강한 소금 섭취를 위한 식습관 등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이상에게 적합할 것으로 보입니다.(추천연령 : 8세 이상, 쪽수 32, 출간일 2015/01/30)

할머니 사진첩

지난 1월에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지만 그림과 스토리 모두 아쉬웠던 그림책을 한 권 언급했었는데, 2월에도 그런 그림책이 한 권 있습니다. “할머니 사진첩”이라는 그림책입니다.

우리 어릴적에 시골 외갓집에 가면 안방이나 마루 한 쪽 벽면에 걸려 있던 큼지막한 액자 기억하시나요? 액자엔 원래 꽂혀 있던 사진 말고도 아주 촘촘히 이 사진 저 사진 자식에 손주들 사진으로 빼곡했었던…..

“할머니 사진첩”은 이런 추억의 사진첩을 소재로 한 그림책입니다. 자식들 키워서 도시로 떠나 보내고 시골집에 홀로 남아 자식들 결혼식 사진부터 손주 녀석들 돌사진 등을 벽에 가득 붙여 두고는 사진 속 자식들과 이야기하며 살아가는 할머니의 모습을 그린 그림책입니다.

엄마 아빠에게는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이야기 아이들과 함께 나눠 보세요.

가온빛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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