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꼭 닮은 그림책 두 권이 출간되었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이 세상을 보다 더 행복하게 가꿔 나가려면 우리 마음 속에 잊지 않고 꼭 간직해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인지 가르쳐 주는 따스한 이야기들이 담긴 두 권의 그림책 “소녀와 원피스”, 그리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곰돌이”입니다.

이 두 권과 함께 어른으로 살아가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 어릴 적 순수한 마음과 그 안에 담긴 따뜻한 사랑이 다시 여러분들 가슴에 피어오르기를 바랍니다.


소녀와 원피스

소녀와 원피스

(원제 : The Dress and The Girl)
카미유 안드로스 | 그림 줄리 모스태드 | 옮김 김선희 | 봄의정원
(발행 : 2019/12/12)

소녀와 원피스

소녀에게는 원피스가 한 벌 있었어요.
엄마가 만들어 준 것이었지요.
원피스는 소녀에게 잘 어울렸어요.
소녀도 원피스가 마음에 쏘옥 들었어요.

소녀와 원피스

엄마가 손수 지어주신 예쁜 꽃무늬 원피스. 꿈많은 소녀는 언제나 그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어디든 그 원피스를 입고 갔습니다. 마차나 배를 탈 때도, 줄넘기를 하며 학교에 가거나 술래잡기를 할 때도 소녀는 늘 그 원피스만 입었습니다.

소녀와 원피스

그러던 어느 날 소녀는 가족을 따라 고향을 떠나 낯선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됩니다. 소녀는 고향을 떠난 뒤 줄곧 그 원피스를 입고 있었어요. 새로운 곳에서 펼쳐질 뭔가 특별한 미래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을 소녀와 원피스는 함께 나눴었죠.

소녀와 원피스

드디어 낯선 땅에 도착한 소녀는 새옷으로 갈아입은 뒤 원피스를 잘 개어서 가방에 넣어두었습니다. 그런데, 다들 경황이 없었던 건지 소녀의 원피스가 소중히 들어 있는 가방을 놔둔 채 떠나고 말았습니다. 가방 속에 홀로 남겨진 원피스는 소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소녀는 오지 않았어요.

소녀와 원피스

원피스는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늘 소녀를 생각했어요.
소녀와 함께 춤을 출 때 맞았던 바람은 특별했어요.
수선화를 함께 꺾던 일은 아름다웠지요.
별을 바라보던 그 순간은 찬란했어요.
원피스는 소녀가 그리웠어요.

주인을 잃은 가방은 이 사람 저 사람 손에 끌려 이리저리 옮겨 다닐 수밖에 없었습니다. 덕분에 가방 속에 들어 있던 원피스도 소녀를 찾아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었죠.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 그리고 또 일 년, 또… 수없이 많은 날들이 지나며 원피스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수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갔지만 원피스가 진정 그리워한 건 소녀였습니다. 소녀를 향한 그리움이 쌓이면 쌓일수록 원피스는 지쳐갔고 어딘가에 머물며 쉬고 싶어졌습니다.

소녀와 원피스

그렇게 어느 도시 어느 거리에 자리한 상점의 쇼윈도우에 자리잡게 된 원피스. 날마다 상점 앞을 지나치는 사람들을 보며 하루 또 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아이 손을 잡고 가던 한 여자가 원피스를 보고 걸음을 멈췄습니다. 원피스를 보고 또 보았습니다. 여자와 원피스는 한 눈에 서로를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소녀와 원피스

하루하루가 평범하지 않은 날이었어요.
마침내 둘은 서로를 찾아냈어요.
그건 정말 특별하고 아름답고 찬란했답니다.

어린 시절 함께 마차와 배를 타고, 줄넘기를 하며 학교에 가고, 함께 수선화를 꺾으러 다니고, 산들바람을 맞고, 별을 바라보던 지난 날들을 떠올립니다. 평범하지 않게 살고 싶었던, 특별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찬란한 무언가가 되고 싶었던 오래 전 그 날들을… 긴 세월을 돌고돌아 다시 마주한 소녀와 원피스 둘의 삶이야말로 결코 평범하지 않고 정말 특별하고 아름답고 찬란하다고 할 수 있겠죠?

이제는 엄마가 된 소녀의 딸아이가 엄마의 특별한 원피스를 물려 입고 또 하나의 정말로 특별하고 아름답고 찬란한 꿈을 키워나갈 겁니다. 그리고 소녀와 원피스는 그 모습을 잔잔한 미소로 지켜보겠죠.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곰돌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곰돌이

(원제 : The Most-Loved Bear)
샘 맥브래트니 | 그림 샘 어셔 | 옮김 정회성 | 비룡소
(발행 : 2019/11/20)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곰돌이”“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로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 샘 맥브래트니의 아내가 실제 겪었던 경험담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에 기적 시리즈(Snow, Rain, Sun, Storm)의 샘 어셔가 그림을 그린 그림책입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곰돌이

지금으로부터 약 60년 전 일이에요. 메리 로즈라는 꼬마 아가씨가 저금통을 털어서 자기 마음에 쏙 드는 곰돌이 인형을 하나 샀어요. 그리고 ‘크아앙 곰돌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곰돌이가 넘어질 때마다 크아앙 하는 소리가 났거든요.

메리 로즈의 가장 소중한 친구가 된 크아앙 곰돌이를 위해 엄마는 곰돌이의 오른쪽 발바닥에는 ‘크’, 왼쪽 발바닥에는 ‘곰’이라는 글자를 수놓아 주었어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곰돌이

그 날 이후 메리 로즈와 크아앙 곰돌이는 늘 함께 붙어 다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메리 로즈는 깜빡 잊고 크아앙 곰돌이를 기차에 둔 채 내리고 말았어요. 홀로 기차에 남겨진 채 멀어져 가는 메리 로즈를 바라보는 크아앙 곰돌이의 쓸쓸한 뒷모습, 분실물 보관소의 잡동사니에 파묻힌 채 사랑하는 메리 로즈를 기다리는 곰돌이의 처량한 모습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반드시 나를 찾으러 올 거야.’

하지만 곰돌이는 메리 로즈를 믿었어요. 둘 사이의 우정과 사랑을… 메리 로즈가 반드시 자신을 찾으러 올 거라고 말이죠.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곰돌이

메리 로즈 역시 안타까운 마음으로 크아앙 곰돌이를 찾아 여기저기 헤매고 다녔지만 둘은 결국 다시 만나지 못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로니라는 꼬마가 아빠와 함께 와서 곰돌이를 싼 값에 사갔어요. 로니는 싸게 샀다는 뜻으로 곰돌이를 ‘바겐 곰돌이’라고 불렀어요. 그 다음 친구는 쌍둥이 형제였습니다. 쌍둥이들은 곰돌이에게 이름조차 지어주지 않았고 아무렇게나 뻥뻥 차면서 축구공 취급을 했죠. 이제 더 이상 크아앙 소리를 낼 수도 없게 되었어요. 그러다 메리 로즈처럼 곰돌이를 아껴주는 버로니카를 만났지만 말썽꾸러기 동생들이 서로 갖겠다고 잡아 당기는 바람에 팔 하나가 떨어져 나갔고 결국 곰돌이는 장난감 수리점에 맡겨진 채 모두에게서 잊혀져 갑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곰돌이

어느 날 장난감 팔 하나가 떨어져 나간 채 구석에 처박혀 있던 곰돌이가 장난감 수리점 아저씨 눈에 들어왔어요. 아저씨는 바늘과 실을 가져와 떨어진 팔을 감쪽같이 꿰매줍니다. 그리고 여기저기 찢어지고 닳아버린 곳들을 꿰매고 수선해주었죠. 아저씨 덕분에 이제 다시 크아앙 소리도 낼 수 있게 되었어요. 수선을 마친 아저씨는 곰돌이를 골동품 가게에 팔았어요.

골동품 가게에는 오래되었지만 비싸고 멋진 물건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하지만 곰돌이는 자기를 살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골동품 가게에는 어린 친구들이 거의 드나들지 않았거든요. 그렇게 골동품 가게 쇼윈도우 한 쪽에 놓인 채 시간은 흐르고 또 흘러갑니다. 그런데…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곰돌이

크리스마스를 앞둔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날 점잖게 생긴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골동품 가게 앞을  지나며 힐끗 곰돌이가 있는 쇼윈도우 쪽을 바라보다 움찔하고 놀랍니다. 쇼윈도우에 다가선 아주머니는 곰돌이의 발바닥에 수놓아진 ‘크’라는 글자를 발견합니다. 아주머니가 잔뜩 흥분한 채 외칩니다.

어머나,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그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 곰돌이를 집어들어 나머지 발바닥도 확인하더니 곰돌이를 꼭 끌어안습니다.

내 친구 크아앙 곰돌이에요!
오랜 세월이 지나고서야 나한테 다시 돌아왔어요.
대체 그동안 어디에 있었니?
얼마나 보고 싶었다고!
이제부터는 너를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을 거야.

조금만 기다리면 반드시 나를 찾으러 올 거라는 곰돌이의 굳은 믿음은 수십 년의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고 마침내 그토록 기다리던 메리 로즈를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기쁜 것은 메리 로즈 역시 그 긴 세월이 지나도록 소중한 친구 크아앙 곰돌이를 잊지 않고 애타게 그리워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굳은 믿음과 진심 어린 사랑이 우리의 삶과 이 세상을 얼마나 행복하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그림책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곰돌이”였습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 오늘 소개한 두 권의 그림책이 잊고 있었던 지난 날의 소중한 기억들을 이야기한다면, 매일같이 찾아오는 새로운 오늘들에 대한 설렘과 감동을 담은 그림책도 있습니다. “소녀와 원피스”의 그림을 그린 줄리 모스태드의 “오늘 Today”“세상에 단 하나뿐인 곰돌이”의 그림 작가 샘 어셔의 ‘기적 시리즈’ 함께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 받는 사랑보다 아낌 없이 주는 사랑의 마음이 더 크고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글 케이트 디카밀로, 그림 배그램 이바툴린, 비룡소, 2009)도 그림책은 아니지만 꼭 한 번 읽어 보세요.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0 0 votes
Article Rating
알림
알림 설정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모든 댓글 보기
0
이 글 어땠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