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1972년부터 민간에서 ‘재활의 날’이란 이름으로 기념하던 것을 1981년에 국민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념일로 제정했다고 합니다.

지난 해 나온 그림책들 중에서 비슷한 시각으로 장애를 바라본 그림책 세 권을 함께 읽어보려고 합니다. “행복한 화가, 나의 형”에서 장애인을 형으로 둔 동생은 형이 그린 그림들을 보고 뒤늦게나마 알게 됩니다. 형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며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눈을 감아야 보이는 세상”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시각장애인 루치아를 통해 장애는 그저 사람들을 서로 같지 않게 구분 짓는 여러 가지 특징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우리 아빠는 흰지팡이 수호천사”는 시각장애인 부녀의 행복한 일상을 바라보며 그저 어둠 뿐인줄로만 알았던 그들의 세상이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아름다움과 기쁨으로 가득함을 가르쳐줍니다.


행복한 화가, 나의 형

행복한 화가, 나의 형

우영은 | 그림 이윤희 | 뜨인돌어린이
(2021/06/21)

“행복한 화가, 나의 형”은 장애인을 형으로 둔 동생의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해가는 과정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두 살 더 많지만 엄마의 관심을 모두 빼앗아간 형, 철 없는 동생은 그런 형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같이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엄마는 형 좀 잘 돌보라고 신신당부했지만 동생은 어떻게든 눈에 띄지 않고 싶었고 단 한 번도 형을 아는 체 한 적이 없습니다.

행복한 화가, 나의 형

늘 나만 형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형도 나를, 그리고 주변과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형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습니다. 형이 그린 그림들을 뒤적이며 동생은 여지껏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 한 가지를 깨닫습니다. 형도 자신처럼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그제서야 알게 된 동생은 과연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요? 미안함도 있었겠지만 제 생각엔 반가움이 더 컸을 겁니다. 그동안 그저 나와는 다르다고만 생각하고 무시하고 외면했었던 형도 자신과 똑같은 존재임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행복한 화가, 나의 형

형은 자신이 아픈지, 아프면 또 어디가 아픈지 얘기할 줄 모릅니다. 그래서 아픈 곳이 점점 더 심해지고 결국엔 큰 병이 되어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동생은 초등학교 교사가 됩니다. 형 같은 아이들, 자기 자신 같은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아갑니다. 이따금 오래 전 형이 그렸던 그림들을 꺼내 들춰 봅니다.

나에게는 형이 있습니다.
단 한 번도 내 이름을 불러 준 적이 없지만
내 얼굴을 수백 장도 넘게 그려 준 아주 소중한 형이 있습니다.

형은 비록 내 이름을 불러줄 수 없었지만, 형과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나눠보지 못했지만 형은 늘 동생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동생의 모습, 동생이 겪은 일들, 동생이 웃고 울던 날들… 말로 할 수 없는 동생에 대한 사랑을 형은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그림 속 자신을 보며 동생은 형과 대화를 나눕니다. 아… 이 날 형도 나처럼 마음 아파했겠구나, 또 이 날은 나만큼이나 기쁘고 신났겠구나… 형…

우리 모두 어딘가 불편하고 약합니다.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저마다의 약점과 한계에 매여 살아갑니다. 내가 나의 한계에 힘들 때 누구나 주변의 이해와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장애를 가진 이들만 그런 게 아니라 모두가 그렇습니다. 보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다양한 빛을 바라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떠한 불편함도, 어떠한 약함도 누군가 빛을 잃는 이유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글을 쓴 우영은 작가가 남긴 글은 비장애인들이 꼭 한 번 읽어봤으면 합니다. 특히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 위한 시위를 놓고 폭력적인 언행을 아무렇지 않게 자행하는 곧 여당이 될 당의 대표라는 자는 억지로라도 작가의 말을 외우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눈을 감아야 보이는 세상

눈을 감아야 보이는 세상

(원제 : Lucia)
글/그림 로저 올모스 | 옮김 황지영 | 한울림어린이
(2021/07/15)

“눈을 감아야 보이는 세상”은 시각장애인 루치아가 학교 가는 길에 만나는 아름다운 세상을 그림으로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듣고 만지고 느끼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루치아가 눈을 감고 바라보는 그녀만의 아름다운 세상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눈을 감아야 보이는 세상

버스가 달리기 시작하고
루치아가 살포시 창에 머리를 기대면
눈을 감아야 보이는 세상이 열려요.
온갖 신기한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채로운 소리가 들리고,
목소리가 근사한 점잖은 아저씨랑
쓸쓸한 냄새를 풍기는
비둘기 할아버지가 있어요.

루치아는 매일 다니는 이 길이 좋아요.
좁은 골목길도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

작가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아내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고 각계각층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각장애인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면서 그저 어둠 속에 갇혀 있을 뿐이라고만 생각했던 시각장애인들에게 그들만이 지각할 수 있는 고유의 세계가 있음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말합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장애 역시 사람을 서로 같지 않게 구분 짓는 여러 가지 특징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매일 다니는 좁은 골목길이 하나도 무섭지 않고 좋다는 루치아. 지금 우리 이웃에 살고 있는 루치아들도 똑같은 심정일런지,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나는 그들을 배려하며 살아왔는지 잠시 돌아보면 어떨까요.


우리 아빠는 흰지팡이 수호천사

우리 아빠는 흰지팡이 수호천사

(원제 : Mi Lazarilla, Mi Capitán)
곤살로 모우레 | 그림 마리아 히론 | 옮김 라미파 | 한울림어린이
(2021/10/15)

시각장애인 아빠와 딸의 아침 등굣길은 둘만의 신나는 놀이이자 흥미진진한 모험입니다. 곤살로 모우레와 마리아 히론 두 작가 역시 “눈을 감아야 보이는 세상”에서 로저 올모스가 담아내고자 했던 것과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저 어둠 뿐인줄로만 알았던 그들의 세상은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아름다움과 기쁨으로 가득하니까요.

우리 아빠는 흰지팡이 수호천사

커다란 아빠 손이 조그만 내 손을 감싸요.
우린 시각 장애인이에요.
난 조금은 볼 수 있고,
아빠는 하나도 못 봐요.
그런데도 아빠는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봐요.
세상 누구보다도요.
그래요, 우리 아빠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걸 봐요.
아빠는 조금은 볼 수 있는 나를
‘길잡이별’이라고 불러요.
그렇지만 사실
나를 이끄는 사람은 아빠예요.
아빠는 나의 ‘흰지팡이’죠.

아빠는 조금 볼 수 있는 딸아이를 ‘길잡이별’이라 부르고, 딸아이는 세상 그 누구도 보지 못하는 것들조차 보고 느낄 수 있는 아빠를 자신의 ‘흰지팡이’라고 부릅니다. 길잡이별 딸과 흰지팡이 아빠, 두 부녀의 행복한 등굣길에 넘쳐나는 따스한 사랑을 느껴보세요.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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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on
Simon
2023/05/30 20:46

시각장애인에 대한 시각을 넓힐 수 있는 아름다운 책들을 알려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선주
Editor
2023/06/06 22:34
답글 to  Simon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Simon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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