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서랍에 놓여있던 행운의 편지 한 통, 이름은 행운의 편지인데 그걸 받는 아이들 얼굴은 한결같이 사색이 되었어요. 행운의 편지가 몰고 올지도 모를 불운을 돌려 막느라 학교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초토화되고 말았지요. 처음부터 놓아버렸으면 될 것을 그 알량한 행운을 잡겠다고 눈앞의 불행을 선택했던 건 그때 우리가 너무 어렸기 때문일까요? 그것 역시 지나고 보니 모두 추억입니다.

행운과 불행, 행복과 불행은 어떤 관계일까요? 행운에 대해 이야기하는 세 권의 그림책 “네드는 참 운이 좋아”, “행운 전달자”, “행운을 찾아서”를 함께 살펴보면서 행운은 어디에서 오는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네드는 참 운이 좋아

네드는 참 운이 좋아

(원제: Fortunately)
글/그림 레미 찰립 | 옮김 이덕남 | 북뱅크
(발행 : 2006/05/25)

깜짝 파티 초대장을 받은 네드는 너무 기뻤어요. 하지만 파티 장소는 머나먼 플로리다. 다행히 친구 비행기를 빌려타고 플로리다로 날아갈 수 있었지만 도중에 비행기가 사고가 났어요. 다행히 비행기에 낙하산이 있었어요. 하지만 낙하산에 구멍이 뚫려 있었지요. 하루 종일 행운과 불행 사이를 왔다 갔다, ‘이런 이런’, ‘아 다행이다’를 반복하면서 우리도 네드를 따라 놀랬다가 웃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네드는 깜짝 파티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어요. 반전은 깜짝 파티가 네드 자신의 생일 파티였다는 사실.

행운과 불운이 넘나드는 네드의 다이내믹한 하루가 꼭 우리 인생을 보는 것 같아요. 어려운 일 하나 간신히 넘겼다 싶으면 또 다른 난관이 보란 듯이 기다리는 인생. 그림책을 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네드가 운이 좋아서 이 모든 걸 잘 피해 간 걸까?

우연한 행운이 네드를 도와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 힘은 네드 자신에게서 온 거예요. 어떤 순간이든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열심히 찾아낸 것이죠. 행운은 우연히 찾아온 것이 아닌 네드가 삶을 대하는 태도, 즉 적극적 행동의 결과라는 점입니다. 네드 안의 무한 긍정 에너지가 결국 모든 것을 행운으로 돌려놓은 것이지요.

‘나는 참 운이 좋아!’ 힘차게 외쳐 보세요. 그렇게 오늘을 시작해 보는 거예요. 희망과 기쁨을 찾는 것은 나의 몫, 이 세상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행운들을 만나러 씩씩하게 오늘을 나서 보자구요!

모든 일은 결국 행복으로 수렴되는 것, 행동하는 자만이 인생의 무지개를 만날 수 있습니다!


행운 전달자

행운 전달자

(원제: Schornsteiner)
글/ 그림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 옮김 김경연 | 풀빛
(발행 : 2018/07/20)

누군가에게 행운을 전하는 행운 전달자의 기나긴 모험을 담고 있는 그림책입니다. 행운 전달자가 작은 인형의 모습으로 해안가에 뚝 떨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행운 전달자는 어디 사는 누구에게 행운을 전해야 할지 몰랐어요. 흘러가는 상황을 따라가며 작은 단서를 찾아 행운의 주인을 찾아가야 해요. 행운 전달자를 자연스럽게 알아차린 갈매기와 달리 사람들은 그를 눈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래서 카멜레온의 먹이로 내어주기도 하고 못살게 굴기도 하고 소중한 보물인 양 잼 병에 가두어 놓기도 하죠.

행운을 전하는 행운 전달자 역시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가며 행운을 전달할 사람을 찾아가는 여정이 독특하고 재미있습니다. 우연한 결과로 보였을지도 모를 행운, 하지만 그건 행운 전달자의 눈물 어린 주인공 찾기 결과였어요.

어쩌면 행운 전달자가 나도 모르게 스쳐 지나간 건 아닐까? 어제의 일을 반성하고 오늘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하게 만들어요. 어쩌면 저 멀리서 행운 전달자가 최종 목적지인 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불끈 희망이 솟기도 하죠.

작가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는 특유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시니컬한 유머로 행운 역시 가혹한 운명을 제대로 넘어설 수 있어야 우리를 찾아온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삶은 행운과 불운의 얼굴로 위장해 매 순간 나를 시험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우리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는 행운 전달자의 행운 전달 원칙 잊지 마세요! 😊

행운 전달자가 행운을 전달하는 원칙

  • 인간은 행운 전달자가 살아 있는 존재라는 걸 알아차리면 안 된다.
  • 행운 전달자가 무엇을 하는지 누구도 보아서는 안 된다. 그냥 믿어야 한다.
  • 행운을 전하는 모든 과정이 우연처럼 보여야 하며 운명 같은 만남이어야 한다.
  • 행운 전달자는 가능한 한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
  • 행운 전달자는 쉽지 않은 여정을 통해 우리를 찾아온다.

행운을 찾아서

행운을 찾아서

(원제: El libro de la suerte)
세르히오 라이를라 | 그림 아나 G. 라르티테기 | 옮김 남진희 | 살림어린이
(발행 : 2017/01/17)

긍정적 사고로 모든 일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행운 씨, 반대로 모든 일에 투덜대고 화를 내는 불운 씨,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행운과 불운에 대해 생각해 보는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은 앞뒤 양쪽에서 각각 시작해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어요. 파란색 제목이 있는 쪽에서 책을 열면 행운 씨의 여행기가, 빨간색 제목에서 책을 열면 불운 씨의 여행기가 각각 펼쳐집니다. 파란색이든 빨간색이든 앞이든 뒤든 제목은 “행운을 찾아서”로 똑같아요. 그리고 일면식 없는 두 사람이 향하는 여행지도 세레레 섬으로 똑같습니다. 행운 씨는 느긋하게 준비해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을 즐기는 반면 불운 씨는 여행 당일 늦잠을 자고 서둘러 여행을 떠나느라 모든 것이 엉망이 됩니다.

재미있는 건 각 장면마다 개별적인 사건처럼 보이는 일들이 서로 알지 못하는 두 사람 사이에 아주 작은 연결고리로 연결된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두 사람 모두 같은 사람에게 복권을 산다는 사실. 놀랍게도 여행을 마칠 무렵 이 두 사람에게는 전혀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여행지에서 행운만 뒤따랐던 행운 씨가 돌아와 보니 집이 불타버렸어요. 불운만 뒤따랐던 불운 씨는 여행이 끝날 무렵 복권에 당첨되어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지요. 그런데 사실 이 복권은 여행지에서 잃어버린 행운 씨의 복권이었고 우연히 불운 씨 손에 들어간 거예요. 그리고 행운 씨의 집이 불탄 것도 불운 씨 때문이었죠.

놀라운 반전을 거듭하는 이 그림책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던 행운과 불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행운이나 불운이 끝끝내 우리를 행복하게 할지 불행하게 할지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건 우리의 사고, 행동, 마음가짐에 따라 모두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모든 걸 다 잃었지만 새로 시작하는 행운 씨의 표정이, 모든 걸 다 갖게 되었지만 여전히 불행해 보이는 불운 씨의 표정이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어요. 갑작스러운 상황 앞에서 불평하기 보다 그 속에서 의미를 찾고 당장 해야 할 일을 찾는 행운 씨를 보고 있자면 행운이란 우리 스스로 발견하고 느끼는 모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나름대로 행복하고 저마다 불행을 안고 사는 삶,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행운과 불운을 함께 안고 달리는 롤러코스터 아닐까요? 행운 씨와 불운 씨는 우리 안에 동시에 존재하는 양면성을 잘 보여주고 있어요.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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